• 낙태죄 유지, 여당 내에서도 반대
    권인숙 “범죄 영역에서 처벌할 문제 아냐“
    정의당도 ‘처벌조항’ 삭제 형법 개정안 등 대안 추진 방침
        2020년 10월 12일 0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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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여당 의원 중에선 이례적으로 정부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부, 주수 제한 설정해 사문화된 형법 되살려…동의 어렵다”

    여성운동가 출신의 권인숙 의원은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낙태는) 범죄의 영역에서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임신은 아주 다양하게 일어나고 그 사유는 각자의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또한 (임신이) 여성만의 책임이라고 애기할 수 없다”며 “그 문제에 대해 도덕적으로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행위(낙태)에 대해서 범죄라며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권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 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하여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원치 않는 임신․출산으로부터 안전한 임신중단을 원하는 당사자 여성의 목소리와 낙태죄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국민인식 변화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비판,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임신중단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임신 14주까지로 주수 제한을 둬 낙태를 허용한 것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권 의원은 “(임신은) 기본 관계의 결과물이고 그것에 대해서 사회적인 기준, 공동체의 기준이 무엇이든 (여성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지가 있다”며 “(그 선택은 국가가 정한) 주수의 명확함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임부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보면서 의사와 함께 의논해서 판단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주수 제한을 둬 제한적으로만 낙태를 허용한 정부의 안이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의 경우 (14주가 넘어도) 본인이 임신한 걸 잘 모르는 경우를 많이 봤고, 6개월이 돼서야 알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지적장애가 심한 분들 같은 경우도 그럴 수 있다”며 “자기가 자기 상태의 의미를 잘 모르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가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규율하겠다면서 이제까지 사문화됐던 형법을 다시 살려내는, 그리고 이제까지 굉장히 형식화되어 있던 걸 실제화시키는 이런 식의 개정안에 대해 동의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수라는 것은 일단 명확성이 없다. 14주 하루 전이면 그럼 괜찮고 하루 다음이면 안 되나. 이런 식으로 명확성이 불분명한 것을 형법에 넣는다는 것은 굉장히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낙태죄를 존치하는 입법안이 낙태의 수를 줄이는 데에도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낙태는 허용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허용을 하든 안 하든 여성들은 낙태, 임신 중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하게 된다. 이제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임신 중단 행위를 범죄로 볼 것인가, 안 볼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임신중단은 여성의 삶을 건 판단이다. 도저히 아이를 잘 키울 수 없고, 내 삶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이 들면 그때 임신 중단을 선택한다. 전 세계 여성의 공통된 현상이고, 이 현상은 (낙태에 관한) 죄가 있거나 없거나 공통되게 일어났다”며 “(낙태죄) 있음으로 해서 임신중단 수가 줄거나 느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든 안 하든 낙태의 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14주 내 임신 인지, 상담, 의사 설명, 숙려기간…의사가 거부하면 다시 상담
    “처벌 피하기 위한 절차 아니라, 임신중지 결정에 도움을 받기 위한 절차여야”

    정의당도 낙태죄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과 인신 여성에 대한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국가 책무를 강조하는 개정안 발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정부입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임신한 여성은 무분별한 낙태를 할 것이라고 전제를 하고, 국가가 분별력없는 여성에 대해선 합리적으로 처벌을 하겠다’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14주 이내는 처벌하지 않겠지만 24주까지는 국가가 정해둔 허용사유를 입증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 부대표는 임신 24주 이내에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할 경우 상담 숙려기간을 거치는 방안이 헌재 판결의 의미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낙태의 범죄화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는 “임신 24주 이내에 법이 정해둔 사유에 해당하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 중 사회경제적 사유의 경우에는 상담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조항은 완전히 삭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지원기관과 상담지원기관을 설치하고 그 기관은 임신중지에 대한 상담을 하고 상담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의사는 임신중지 여성에게 임신중지에 대한 설명할 의무가 있고 설명을 들었다는 서면동의서를 작성해야 하고, 의사가 수술을 거부하면 또다시 상담기관으로 연계하도록 되어 있다”며 “임신중지를 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14주 이내에 임신사실을 인지해야 하고, 상담을 받아야 하고, 의사의 설명을 듣고 24시간 동안 숙려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의사가 수술을 거부하면 또다시 상담기관으로 안내되고 이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이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절차인지, 여성이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위한 절차여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임신중지를 하기 위한 입증의 절차가 아니라 스스로 정보와 상담이 필요로 한다면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는 절차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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