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로비에 굴복한
    국회 모습에 심한 자괴감”
    삼성 간부의 기자사칭 국회 출입 사건···정의당 "철저한 진상규명"
        2020년 10월 08일 01: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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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출입증을 발급받아 수시로 국회에 드나들고 이후 삼성전자 부사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무산된 것에 대해 정의당 의원 전체가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삼성 로비에 굴복한 국회의 모습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정의당 의원단은 8일 오전 국회 사무총장을 만나 국감 증인 철회 및 삼성 임원 국회 불법 출입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 정의당은 이에 앞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해 해당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 로비에 굴복한 국회, 참담”

    정의당은 국회 출입등록제 운영 실태를 비롯해 기자출입증으로 국회에 출입한 삼성전자 임원의 행태가 삼성의 조직적 로비행위의 일환인지, 의결된 증인 채택 무산 경위가 삼성의 로비에 의한 것인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삼성전자 임원이 유령 언론사 기자출입증으로 국회를 제집 드나들듯 오갔던 정황이 밝혀졌다”며 “이 사건은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와 관련해 삼성전자 부사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결국 산자위원회에서 의결되었던 류호정 의원의 삼성전자 부사장 증인 채택은 무산됐다”며 “이 일이 있은 후에 삼성전자는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간단한 사과를, 국회는 사무처 명의의 입장을, 산자위 여당 간사는 류호정 의원에게 증인번복 3분 전에 미안하다고 한 마디를 건넸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급 국가보안시설인 국회가 삼성에 의해 유린된 것에 대한 참담함과 삼성 로비에 굴복한 국회의 모습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 국회 우롱사건이다. 정의당은 국회 위의 삼성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각자의 면피용 몇 마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회는 삼성전자 국회 우롱사건에 대해 진상과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기업의 부담을, 민주당 이학영 위원장은 ‘상황을 잘 몰랐다’, ‘간사 간에 충분히 협의했고, 미리 증인을 신청한 류호정 의원도 잘 알고 있는 줄 알았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며 “정의당은 교섭단체 간 국회 운영의 폐단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에 항의서한 전달하는 정의당 강은미 장헤영 의원

    거대양당 간사, 삼성 로비 받고 증인 변경했나 ‘의혹’
    “양복과 넥타이로 세운 국회 권위 무너져…국회 모습, 부끄럽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전날인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출입증으로 의원실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이후 삼성전자 부사장의 증인 채택이 거대양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앞서 류 의원은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민원을 접수하고 삼성전자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까지 거쳤다. 그러나 국감이 시작되는 당일 해당 부사장 대신 직급이 낮은 상무가 출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야 간사 합의에 따른 것인데, 증인을 신청했던 류 의원과는 증인 변경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

    류 의원실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의결된 증인이 변경되기까지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의 삼성전자 모 간부가 유령언론사의 기자출입증까지 발급받아 의원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삼성의 로비에 따라 거대양당이 증인채택을 무산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류호정 의원은 의총에서 “부사장이든, 상무든 국민의 눈엔 그저 삼성전자의 임원이다. 고작 증언대에 높은 분 세우지 않게 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동원되는 것을 눈으로 봤다”며 “국회로 무리하게 사람을 보내는데 기자출입증이 필요했다면, 교섭단체 간사를 어르고 달래는 데는 무엇이 필요했겠나”라고 반문했다.

    류 의원은 “제게 삼성전자의 기술 탈취 의혹을 국회에서 밝혀달라던 중소기업은 삼성전자를 상대로는 법적인 분쟁 상태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에, 절박한 심정으로 저를 찾아왔다고 했다”며 “우리 국회는 누구를 대변하고 있나. 아니, 우리 국회는 ‘누구만’ 대변하고 있나”라고 양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복과 넥타이로 세운 국회의 권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배웠다. 재벌 대기업의 눈에 보이는 국회가 어떤 모습일지 식은땀이 날 정도로 부끄럽다”며 “낡은 것에 물들지 않겠다. 오늘 예정된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기술 탈취 의혹을 명확히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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