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단모순의 심화와
    화쟁의 동아시아 평화체제 수립
    [원효와 맑스의 대화 ⑧]상생의 공동체로의 전환
        2020년 10월 08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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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와 맑스의 대화 ⑦] 이성과 계몽의 힘, 그리고 그 한계 인식해야

    1. 분단모순의 심화와 동아시아 전쟁 위기

    지구촌의 양강(兩强)인 G2의 대립은 코로나 사태로 더욱 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군사적/경제적으로 미국을 넘어서려는 굴기(崛起)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미국은 모든 첨단무기와 외교력은 물론, 인터넷과 인공위성과 슈퍼컴퓨터를 연결한 도, 감청 체제인 에셜론시스템(Echelon System)을 비롯하여 전자전, 우주전, 사이버전까지 총동원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유일 패권을 유지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트럼프 정권과 시진핑 정권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고 대립과 갈등을 고조시키면서 내부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동아시아와 태평양으로 국한하면, 미국은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4개국과 쿼드(Quad)를 구성하고, 여기에 한국, 베트남 등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쿼드플러스(Quad+)’는 중국과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포위하고 견제하는 아시아판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를 결성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Rebalance to Asia and the Pacific) 전략의 연장이다. 이에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and One Road)를 유라시아에서 아프리카와 남미로 연장하여 전 세계 국가로부터 헤게모니를 획득하고, 안으로는 경제, 군사,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을 앞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정치 및 군사전략에 대해서는 ‘반(反) 접근거부전략’(Anti-access Area-Denial)으로 맞서고 있다. 오바마 정권만 하더라도 선언적인 성향이 강하였지만, 트럼프 정권에 와서 이는 구체화하고 있다. 호주 다윈에 새로운 대규모의 미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미국 군함이 몇 차례 대만해협을 통과하였으며, 중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9월 미·일,호주, 한국 함정들 퍼시픽 뱅가드 훈련. 박스안은 10월 6일 2차 쿼드 외교장관회의

    이 틈바구니에서 한반도의 긴장도 증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몇 차례 협상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 문재인 정권이 균형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미국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하였으며, 그 와중에 공무원 피격 사건까지 일어나 여야가 정쟁 중이다.

    “한국전쟁에서 민간인과 군인 510여만 명이 인명 피해를 입었으며, 남한의 경우 일반 공업시설의 40%, 주택의 16%가 파괴되었고, 북한은 전력의 74%, 연료공업의 89%, 야금업의 90%, 화학공업의 70%가 피해를 입었다.”(<한겨레신문>, 2012년 6월 22일.)

    한국전은 한반도의 분단 체제를 고착한 것만이 아니라 세계 차원에서 냉전을 강화하고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토대를 형성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필요에 따라 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남한과 일본에 대한 패권을 강화하고 수조 원 어치에 이르는 무기를 팔아먹고, 남한과 일본에 미군 기지와 무기 배치를 확대하는데 이용하였다. 남북한과 일본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국민을 통제하고 권위적인 정권을 유지하는 ‘적대적 공존’을 유지했다. 특히, 남한의 주권권력과 훈육권력들은 미국이나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이적 행위나 ‘빨갱이’의 짓거리로 매도하면서 그 주체들을 죽여도 좋은 자로 규정하고 배제하면서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였다. 시민과 노동자의 지난한 항쟁으로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들 또한 ‘자본-국가-종교 권력층-보수언론-사법부-전문가 및 어용 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동맹을 이루고 있기에 친미, 친자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단모순의 여파는 크다. 분단모순은 계급모순을 심화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은폐하여 이의 극복을 사전에 봉쇄한다. 남한에서 계급모순을 극복하는 모든 논리와 담론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살아남을 때만 힘을 가지며, 노동자·농민의 생존권과 인권을 위한 실천 운동은 안보의 이름으로 가혹하게 통제, 억압당한다. 국민 또한 레드콤플렉스에 속박되어 있다. 시민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독재에 저항할 때마다 정권과 보수 언론은 국가의 안위에 해악을 끼치거나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경제를 위축시키는 난동으로 선전하고, 국민은 이에 동조한다. 남한의 국민은 평소에도 진보정당이나 민주노총, 노동자의 주장과 실천을 이와 유사한 행위로 간주하여 혐오감을 가지고 바라보거나 거리를 둔다. 이에 진보정당, 노동자의 정치 행위는 극도로 위축되고, 노동자의 의사가 정책이나 법으로 수렴되지 못한다. 국가-자본 연합은 철저히 노동을 배제하고, 이 구조 속에서 노동자·농민은 생존 위기에 처하여 정당한 저항을 했을 때조차 사회 혼란, 경제 위기, 이적 행위를 야기한 것으로 매도당한다.

    아직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나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안보의 이름으로 제한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사법부는 실정법을 반공 이데올로기의 입장에서 해석하여 민주 시민으로서 정당한 의사나 행위에 대해 구속이나 사형의 판결을 내리고, 심지어 10만 이상이 당원으로 있는 정당을 실체도 규명되지 않은 조직을 근거로 해산하는 반민주적안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남한의 권력층이 분단모순에서 기인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진보 운동을 억압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제한하고 국민을 동원하는 논리로 이용하고 있다면, 북한의 권력층은 미국 침략의 공포를 주민을 탄압하고 동원하면서 전체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신화 체계로 활용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분단모순은 시장이 분리되고 남과 북이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봉쇄한다. 남한의 경우 512조 3,000억 원의 2020년 예산 가운데 50조 1,527억 원이 국방비이며, 북한의 경우 국방비 총량은 1조 원 가량이지만, GDP의 16∼23%를 차지하여 부담이 크다. 과도한 국방비 부담은 경제와 복지를 위축시킨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인력과 풍부한 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남한과 북한 모두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분단모순은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을 격화하고 남과 북 주민 사이의 소통을 단절함은 물론, 상호 악마화를 조장한다. 남한의 시민이 오랫동안 북한에 사람이 아니라 뿔 난 도깨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을 만큼 상호 악마화는 깊숙이 내면화했다. 지배층은 부패, 권력 남용, 인권 탄압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 이적 행위로 매도하며 타자화하고 억압하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문화적으로는 분단모순은 민족문화의 분열과 파행을 지속시킨다. 해방 이후부터 통일 이전에 이르기까지 문학사에서 미술사에 이르기까지 남북한의 예술은 반쪽만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 문화의 경향에서도 북한에서는 모더니즘 계열의 예술이나 비평이, 남한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예술이나 비평이 탄압이나 제한을 받는다. 남북한의 기억과 유물은 서로 고립된 채 한국의 정체성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볼 때 분단모순은 한반도를 ‘냉전의 마르지 않는 샘’으로 작동하게 하면서 분단모순은 민족모순을 은폐하면서 강화한다. 미국과 소련을 포함하여 동아시아 각국은 남북한의 분단과 갈등, 한국전을 빌미로 우경화를 강화하거나 지속시키며, 전쟁 위기를 구성한다. 남한은 미국에 안보와 경제를 의존하게 되고, 북한은 중국에 양자를 더욱 의존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대(對) 중국 전선에 끌어들이고, 중국은 북한과 우호 관계를 강화한다. 남북한의 지배층은 남북한의 갈등이나 미국의 침략 가능성을 빌미로 독재를 강화하고 각각 미국과 중국에 종속적인 체제를 유지한다. 남한의 거의 모든 정책은 미국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책에 맞추어 조절되며, 전시작전통제권은 아직 미국에 있다. 해마다 수조 원의 국민 혈세를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 데 지출한다. 경제는 식민지라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닌 정도이며, 한미 FTA로 이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로 미국은 한국의 공공 및 복지정책, 국회의 입법 권한에 제동을 거는 일이 가능하고, 투자자국가제소제도, 자유화후퇴금지제도를 통해 한국의 정책에 개입, 간섭할 수 있다. 민족자존의 입장에서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종북’으로 매도당한다.

    무엇보다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국지전을 자행하고, 오판, 광기, 착각에 의하여 언제든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의 전략과 작전계획에는 필요하면 언제든 북한을 섬멸해버린다는 계획이 있고, 실제로 미국은 두 차례나 북한을 폭격하려다가 막판에 중지했다. 전면전이 발발하면, “1994년 ‘1차 북한 핵위기’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만든 시뮬레이션 결과 개전 24시간 안에 군인 20만 명을 포함해 수도권 중심으로 약 150만 명, 개전 1주일을 넘어서면 약 50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었다.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서 1000억 달러의 손실과 3000억 달러의 피해 복구비용이 예상된다고 나왔다.” (<시사 in> 2010년 11월 29일.) 지정학적으로는 남북한이 계속 섬과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존재하여 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하고 유라시아 철도 등으로 연결되어 철도와 케이블, 인터넷으로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기회를 계속 상실한다.

    이로써 분단모순이 남한에서는 미국-남한의 정권-군수산업체-보수언론-관변 및 친미 학자-대형교회로 이어지는 냉전 수구의 카르텔에 권력과 자본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북한에서는 김정은-당-군을 중심으로 한 3대 세습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을 부여한다. 때문에 남북한의 지배층은 서로 밀약을 통해서든 아니든, 남북 사이의 긴장을 고조하여 인민을 통제하고 전체주의적인 통치를 강화하는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다.

    2. 동아시아 평화 체제 수립의 길

    현 상황에서는 언제든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한편에서는 해방 70주년을 맞아 이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하자는 논의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경제협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안보를 강화하고 이것이 다시 경제협력과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평화의 선순환 구조’ 복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지역을 평화 질서로 전환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수립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화쟁을 결합하면 대안의 길이 보인다. 원효는 비동비이(非同非異)의 논리를 편다.

    “상입(相入)이라는 것에 대해 원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체 세계가 한 티끌 속에 들어가고 한 티끌이 일체 세계에 들어간다. 삼세 제겁이 한 찰나에 들어가고 한 찰나가 삼세 제겁에 들어간다. 크고 작음, 느리고 빠름이 서로 들어간다. (……) 하나가 곧 일체이다.”(표원(表員), 『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決問答)』)

    “그러므로 동조도 말고 반대도 말고 설법하라는 것이다.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말대로 해석하자면 모두 다 허용하지 않는 것이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을 따라 말한다면 허용하지 않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정(情)에 어긋나지 않고, 동조하지 않기 때문에 도리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정에 대해서나 도리에 대해서나 서로 어긋나지 않는 까닭에 진여에 상응하는 설법을 한다는 것이다.”(원효, 『금강삼매경론』)

    화쟁을 삼국의 현실에 대입한 대안은 기억과 공감의 공동체를 수립하는 것이다. 중국의 중화주의, 한국의 단일민족론, 일본의 독자발전론은 모두 신화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는, 하은주(夏殷周) 시대부터 한족만이 아니라 수다한 이민족이 참여하여 이룩한 것이다. 한국 민족은 단일 민족이 아니라 북방의 스키타이족에서 남방의 인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민족이 혼성되어 형성되었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중국의 도래인(渡來人)들이 건너와서 원래 일본 땅에 살던 이들과 문명의 지혜를 서로 나누며 상생을 도모했기에 발전한 것이다.

    공동의 기억과 함께 필요한 것이 공감의 연대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인민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아파하고 연대하는 그 자리에 바로 삼국이 하나가 되는 일심(一心)이 자리한다. 일본 시민과 관료가 난징대학살기념관이나 서대문형무소를 들러 참회한다면, 대학살이나 위안부가 없었다는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과 중국의 시민이 눈부처-주체가 되어 서로 교류하고 체험하면서 공감하고 연대하는 가운데 동아시아 화쟁공동체는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다양한 체험과 공감의 연대를 바탕으로 하기에 다시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대동아공영권 논리처럼 동아시아 공동체가 획일화, 전체주의화하는 것을 내부로부터 차단할 것이다.

    이런 화쟁적 공감과 연대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이 또한 단계별로 동아시아평화공동체를 추구한다.

    1단계에서는 동아시아 정상이 모여 평화협정을 맺는다. 선결되어야 할 것은 일본의 사과와 보상이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과 일제강점기 동안 아시아 인민을 학살하고 고문하고 수탈한 것에 대해 무라야마 담화 이상으로 진심을 담아 구체적으로 사죄하고 배상한다. 물론, 한국 정부 또한 베트남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것에 대해 학살의 피해자들이 납득하고 용서할 때까지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 동아시아 각국은 독도, 센카쿠 열도 등 갈등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인 분쟁지역도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다. 이들 섬에 대해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은 분쟁지역의 섬에 대한 주권은 현재 점유한 국가의 것으로 인정해주는 대신, 섬의 현재와 미래의 자원은 분쟁 당사국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협정을 맺어 분쟁지역이 동아시아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싹을 제거한다. 6・15 공동선언처럼 동아시아 각국이 서로 공존공영하는 선언을 한다. 먼저 중국이 군사적이고 경제적인 패권을 포기하고, 동아시아의 심오하고도 풍요로운 사상과 가치 가운데 21세기에도 유용한 것을 잘 선별하여 이를 바탕으로 평화와 상생을 도모할 것을 선언한다.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동아시아의 화쟁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각국에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추진위원회를 두고 헌법재판소와 같은 독립기구의 위상을 부여한다. 위원과 위원장은 국회의원처럼 국민의 선거로 선출한다. 각국 정부는 이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한다.

    2단계에서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을 중심으로 화쟁적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한다. AIIB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민주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국의 경제장관이 참여하는 아시아공동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아시아의 공존공영을 도모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각국이 협의를 거쳐 이를 추인한다. 이 위원회와 AIIB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낙후지역을 개발하며, 남북한의 도로 및 철도와 연결된 중국횡단철도 등 신실크로드체제를 구축하며, 황해경제교류체제와 환동해경제교류체제를 활성화한다. 동아시아의 역사와 철학, 문학에 대한 공동의 교과서를 제작하여 각국이 필수과목으로 배우도록 하며, 이 교과서와 배치되는 내용을 다른 교과서에서 기술할 수 없도록 협정을 맺는다.

    3단계에서는 2단계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의회와 화폐, 정부를 구성한다. 동아시아 시민을 주체로 하여 헌법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 공동의 규약을 만들고, 이에 따라 동아시아 시민의회, 공동 정부, 공동 사법부와 군대를 구성한다.

    3. 변증법적 종합과 화쟁에 따른 7단계 자주 통일 방안

    통일의 전제는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인 독립이다. 우리가 약소국이라 미국의 힘에 의존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대주의의 잔재이자 패배주의의 소산이다. 우리보다 국력, 경제력, 군사력이 약한 필리핀의 경우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 방문군협정(VFA, Visiting Forces Agreement) 종료를 선언하고 친중 노선으로 기울어졌고, 터키도 미국에 맞서서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군사작전을 수행하며 오히려 중동의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두 나라 모두 권위적인 정부인 것은 유감이지만, 필리핀처럼 대통령이 주도하고 국민이 지지하면 가능하다.

    통일은 미국이나 남북한의 지배층이 아닌 남북한 민중의 공동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을 최소 조건으로 하여 한반도의 미래, 곧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한 정의평화 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한의 통일은 자주, 평화, 정의와 복지, 노동존중, 인권과 생명 중시, 민주주의의 대원칙 아래 ① 남북의 통일을 위한 최소 합의, ② 평화협정 체결, ③ 남한과 북한의 교류와 협력, ④ 화쟁코리아, ⑤ 남북의 국가연합, ⑥ 낮은 단계의 연방제, ⑦ 완전한 통일국가 등 7단계에 걸쳐 수행한다.

    1단계에서는 남북한 정상이 만나 5・24조치를 해제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확인한다. 아울러 통일을 위한 최소 요건으로 남한과 북한에 헌법재판소와 같은 위상을 갖는 독립기구로 ‘국가통일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합의한다. 어렵게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이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이를 지양하려면 정권의 성향에 관계없이 지속성을 갖고 민족의 미래의 관점에서 통일 정책을 설계하고 실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남한과 북한의 국가통일위원회가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되, 정기적, 혹은 필요 시 만나 의견과 정책을 조정한다. 남북통합통일위원회의 구성과 권력은 5대 5로 대칭 관계를 이루도록 하며 통합위원장은 교대로 한다. 여기서 결정하여 서명한 사항은 FTA나 국가 사이의 조약과 같은 위상을 갖도록 한다. 1단계에서 판문점과 금강산에 남북한 이산가족이 언제든 만나 대화하고 함께 숙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며 개성공단을 재개함은 물론, 철원 등에 제2의 공단을 건설한다.

    2단계에서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과 북한 핵을 맞바꾸는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아울러 남한에 배치한 미군의 핵무기 또한 철수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확보하고 남북 관계 발전과 민족 공동의 번영과 통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이후 북한과 미국, 일본이 정식 수교를 맺고 모든 제재 조치를 해제한다. 남북한은 군축에 나서면서 신뢰를 구축하고 이로 절감된 비용을 북한에서는 경제발전의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남한에서는 복지에 투여한다. 주한 미군의 철수는 남북한 국민의 합의를 거쳐 남북한 통합통일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남한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폐기하며, 북한 또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인권을 탄압하는 모든 법안을 폐기하거나 수정한다. 남북한 모두 자유에 소극적 자유만이 아니라 적극적 자유나 대자적 자유 개념을 포함시키며 소극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적극적 자유나 대자적 자유를 구현할 경우로만 한정한다. SOFA, FTA 등 미국이나 중국의 내정간섭을 용인하거나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법률 또한 폐기하거나 수정한다.

    3단계에서는 남북한 사이에 사람, 물류,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을 한다. 경제, 사회문화 교류 및 협력을 활성화하며 이를 동아시아 및 주변국과 연계한다. 남북한의 경제 교류는 신자유주의 체제 및 세계화 등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며, 남북한의 공동 이익과 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개한다. 남한은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종속적으로 편입된 구조, 특히 대미 종속과 대일 종속을 지양하며, 북한은 세계 자본주의로부터 고립을 탈피하고 대중국 종속을 지양한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남한은 경제 교류가 북한을 흡수통일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제도에서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하며, 사전에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고 경제 교류에 의하여 북한이 남한에 종속적인 관계가 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 남북한 공동시장이나 경제공동체를 만들되, 이를 동아시아 평화체제와 연결시켜야 하며, 장기적으로 EU와 같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런 토대 위에서 남한과 북한은 국가통일위원회 산하에 북한 경제협력 및 교류 위원회를 두며 이 위원회가 경제협력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경제협력의 철학, 범위, 방법, 규제 등에 대해 지침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인력과 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남한과 북한 모두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초기에는 남한의 정부와 기업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자금과 자원, 인력을 집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원의 공동 개발, 남북협력 공단 조성, 첨단기술의 공유, 관광지의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한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북한 광물자원의 잠재 가치는 7천조 원으로 남한의 21배에 달하며, 북한의 주요 지하자원인 18개 광물의 잠재 가치는 지난해 상반기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1경 1026조 원이라고 추정했다.”( <연합뉴스> 2013년 12월 18일. ) “통일되면 7500만 명의 노동력과 소비자를 가진 대규모 내수시장이 열린다. 경제통합을 하면, 2016∼2030년 북한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16% 오르고, 남한도 연평균 1%가량 상승하며, 경제성장률은 남한은 0.5%, 북한은 6.0% 높아진다.”(<경향신문>, 2014년 11월 5일.)

    구체적 사업으로 개성공단과 두만강 특구를 활성화하고, 남과 북의 철도를 다시 개통하고 이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여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의 물류가 활발하게 교류하는 길을 연다.(정윤선, “남북철도 연결의 정책적 · 기술적 과제”) 이를 바탕으로 황해경제교류체제와 환동해경제교류체제를 설립하고 이를 활성화한다. 황해경제교류체제를 열려면 먼저 NLL을 남북이 서로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평화수역화협정을 맺고, 신의주, 남포, 해주, 서울, 인천, 평택, 군산, 목포, 다롄, 베이징, 텐진, 웨이하이, 칭다오, 상하이 등 황해 연안에 밀집되어 있는 중국의 대도시와 남북한 대도시를 해상과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서로 물류와 사람, 정보와 지혜가 활발하게 오고 가도록 한다. 환동해경제교류체제는 기존의 두만강유역개발계획을 포함하여 두만강 골든 델타에 대해 공동개발을 하고, 두만강 하구, 블라디보스토크, 나홋카, 청진, 원산, 속초, 동해, 울산, 부산, 후쿠오카 등 러시아와 일본,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한다.( 이종석, “한반도 평화 번영과 남북철도 연결”,)

    많은 이가 통일비용을 이야기한다. 북한 퍼주기를 비판하기도 한다. 통일비용은 한시적이지만, 분단비용은 통일하는 즉시 거의 사라지며, 통일편익은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퍼주기일지라도 경제협력은 통일비용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효과적 방안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만약 북한과 통일을 한다면 앞으로 30∼40년 뒤인 2050년에는 통합 한국의 실질 GDP는 6조 560억 달러로 프랑스, 독일은 물론 일본마저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일경제>, 2009년 9월 21일.) 3단계에서 남한과 북한 주민이 남북한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4단계에서는 3단계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남한과 북한 사이의 화쟁을 적극 추진한다. 화쟁의 핵심은 일심의 본원으로 돌아가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를 남북문제에 대입하면, 화쟁식 통일은 남북한의 다른 가치와 체제,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하나로 아울러 남북한의 민중을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우선 2단계부터 있었던 남북한통합통일위원회를 ‘눈부처 코리아위원회(가칭)’로 이름을 바꾸고 남한 대 북한 5:5, 원래 위원과 새로 남한과 북한 주민 가운데 추첨으로 뽑은 위원을 5 : 5로 하여 구성하고, 위상을 격상시켜 남한과 북한의 국회보다 한 단계 위의 결정권을 갖게 한다. 위원장은 위원 사이에서 호선으로 한다. 눈부처코리아위원회는 4단계의 통일 사업을 관장한다. 남북한의 내각은 눈부처코리아에서 결정된 정책 및 사업을 집행한다. 남북한 사이에 인권 및 생명 존중, 자주, 정의, 민주주의는 보편적 가치로 추구한다. 이 바탕 위에서 남한과 북한 사회가 어울리면서 하나로 아울러질 수 있는 여러 대안을 모색한다. 눈부처코리아위원회는 첫 작업으로 남한과 북한에 체제를 대대적(對待的)으로 화쟁하는 터전을 만든다. 남북한 당국이 협정을 맺고 남한의 최소한 10개 지역에 북한식 사회주의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북한의 10개 지역에는 자본주의 도시를 건설한다. 단기든 장기든, 원하는 자에 한하여 남한의 국민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체험하고 이해하며, 북한의 인민은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남한에 북한식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정당, 북한에 남한식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정당 설립을 허가하고 남북한이 공히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의원을 선출한다. 남한의 공산당 당원과 의원은 남한에 공산당의 가치와 강령, 정책을 전파하고, 북한의 자본주의 정당 당원과 의원 또한 북한에 자본주의 가치와 강령, 정책을 퍼뜨리는 것이다. 남한에 공산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및 학술단체, 북한에 자본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및 학술단체를 설립하고 지원한다. 남북한의 교육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통일교육위원회(가칭)’를 만들어 분단의식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초중등 과정에서 ‘통일’에 관한 교과목을 배우며, 공동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한다. 남한과 북한의 교환학습, 공동연구, 공동학습을 활성화한다. 통일에 관련된 교과서는 순이불순(順而不順)의 논리로 제작한다. 곧, 남한에서는 자본주의를 전적으로 옳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허위와 단점, 역기능도 많음을 기술하고, 공산주의를 모두 그르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타당성과 장점, 순기능도 많음을 기술한다.

    5단계에서는 남북의 국가연합(confederation)을 추구한다. 남북한이 각각 주권국가로서 외교와 국방에서 독립을 유지하며, 화쟁평의회에서 합의하여 위임한 것에 한해서만 공동의 권한을 유지하며, 남북한의 국민은 각각의 국가에 소속되어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행한다. 눈부처코리아위원회를 대의기구인 눈부처평의회로 바꾸며, 남한과 북한의 국민이 직능별로 대표할 수 있도록 한다. 평의원을 2,000명으로 한다면, 직능별로 안배하고 추첨으로 뽑는다. 남한과 북한의 정상이 참여하는 남북정상회의와 남북각료회의를 둔다. 행정을 처리하는 공동사무처 또한 둔다. 통일법원을 따로 두며, 통일법원은 3심제로 하되, 이념적이든,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남북한 사이의 갈등이나 통일 사업으로 이루어진 문제의 판결에 한정하며, 응보적 정의보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모든 당사자 사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한과 북한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6단계에서는 5단계로 통일의 조건이 성숙된 바탕 위에서 1국가 2체제의 연방제를 행한다. 외교와 국방에서는 1국가를 표방하며, 연방정부와 연방의회, 연방대법원, 연방헌법재판소를 둔다. 가칭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은 비동맹국가로 자주독립국이자 영세중립국임을 대외적으로 선언한다. 남한은 자본주의 체제,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지만 남한과 북한의 국민은 누구나 양 체제 중 한 체제를 선택하여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다. 4단계부터 추진했던 북한이 자본주의 도시, 남한의 사회주의 마을은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한 및 국민의 합의를 거쳐 수정하거나 확대한다.

    7단계에서는 완전한 1국가 1체제로 통일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민족에게 가장 이상적인 체제를 오랜 논의를 거쳐 만들고 이에 맞추어 통일헌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남한과 북한이 대칭적인 권력을 갖고 참여하는 통일헌법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통일헌법을 만든다. 인민 주권주의와 평등권, 자유권, 노동삼권을 포함한 사회권, 청구권, 참정권, 저항권의 철저한 보장, 인권의 철저한 보장,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적 전환과 생명의 중시, 대의민주제와 참여민주제의 종합,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및 대자적 자유의 종합, 경제적 민주화와 복지, 구조적 폭력의 해소 및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의 종합, 국제평화주의, 권력의 분립과 법치주의, 문화국가 원리 등을 헌법이 기본 원리 및 최소 요건으로 하여 지역과 직업을 망라하여 민의를 수렴하여 제정한다. 새로운 헌법이 통과되면, 다양한 정당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하나의 민회와 정부를 구성한다.

    지금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기억한다. 황해와 현해탄으로 전선(戰船)이 오고 간 것은 단지 몇 순간에 지나지 않을 뿐, 서로가 서로의 문명의 지혜를 배우기 위하여, 서로가 상대방을 알고 닮기 위하여 무수한 꽃배를 띄웠다. 조속히 6자 회담을 열어 평화협정을 맺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며, 분쟁지역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협정을 맺고, 서로 교류와 교역을 활성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화쟁공동체를 만들고 가꾸어간다면, 불교와 유교, 도교 등 동아시아 공통의 사상과 서양의 민주주의와 정의관, 생명평화사상을 종합하여 동아시아 평화헌법과 규범을 만들어 실천한다면, 21세기는 동아시아의 세기일 것이며, 이는 동아시아 모든 인민에게 평화와 번영과 행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서양의 물질문명 위주의 세계화로 야기된 여러 근대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를 인문적 가치와 공감과 협력이 지배하는 상생의 공동체로 전환하는 기점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한양대 교수. 민교협 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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