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장점마을 주민 80명 중 40여명
    암·질병 시달려···“연초박 생산 KT&G 책임”
    환경부, 2019년 공장 배출 오염물질과 발암 간 역학적 관련 공식 인정
        2020년 10월 07일 07: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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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연초박 집단 암 발병 사태와 관련해 7일 국정감사에서 “KT&G는 익산 장점마을 비극의 잠재적 가해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장점마을 주민 80여명 가운데 절반이나 되는 40여명이 암과 질병에 걸렸으며 17명은 이미 사망하고 20여명이 암투병을 하고 있다”며 “연초박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담배 겉면에 쓰인 경고문구만큼의 주의 조치를 처리 업체와 마을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업체는 다름 아닌 KT&G”라고 지적했다.

    장점마을에는 2001년 비료공장이 설립된 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이 비료공장에서 담배 제조 후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을 태운 것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연초박은 고온 환경에 놓이면 발암물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로 이 공장에 연초박을 공급한 업체가 KT&G다. KT&G는 유일한 연초박 생산자다.

    강 의원은 “연초박을 가열 건조해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한 업체의 사장마저 암으로 숨져 배상 청구도 하지 못한 익산 잠정마을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라며 “KT&G는 잠정마을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잠재적 가해자로써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T&G는 집단 암 발병 사태가 벌어진 후인 2018년, 연초박의 발암 위험성을 인지한 후에도 1년 더 이를 유통시켜 7,960만 원의 수익을 남겼다.

    환노위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유통한 연초박 중 절반 가량인 2,242톤이 장점마을 인근 금강농산으로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박은 kg당 평균 10원에 판매됐고, 판매 비용과 ‘식물성 잔재물 소각처리 단가’에 따른 절감 폐기 비용을 합산하면 KT&G가 연초박 유통으로 얻은 수익은 약 6억2천7백만 원이다.

    지난해 연초박 반입 현황을 보면 지역별로는 강원도에 210.74톤, 경상북도에 73.78톤이 반입됐다. 해당 업체들은 KT&G로부터 지속적으로 연초박을 반입해 퇴비를 생산해온 곳으로, 2019년 역시 예년과 동일하게 재활용해 퇴비 생산에 사용했다.

    집단으로 암에 걸리는 일이 벌어지자 주민들은 2017년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며 연초박 비료공장을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듬해 7월 연초박 발암물질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건강영향평가 중간보고가 나왔으나, 환경부는 2019년 11월에서야 공식적으로 공장 배출 오염물질과 주민 발암 간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했다. 농촌진흥청도 올해 9월에서야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환경부와 농촌진흥청의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KT&G는 계속해서 연초박을 유통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초박은 계속해서 비료 원료로 사용됐고, KT&G는 이를 통해 약 7,680만 원의 소각비용을 절감하고, 280만원의 판매 이익을 올렸다.

    장철민 의원은 “거대기업이 폐기물 처리비용을 아끼느라 최소 14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익산시뿐 아니라 전라북도와 환경부 그리고 농촌진흥청에도 책임이 있다”며 “장점마을 외에도 연초박이 유통된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 피해 발생 여부 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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