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긴장 국면 적어도 2년 지속된다
    미국 대안 없고 국제 제재 실패할 것
        2006년 10월 17일 10:3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북한이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가져도 좋다는 것이 왜 민주노동당의 입장이어야 하는가. 그건 다른 당의 입장이어야 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북한이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도 좋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북한 핵실험 이후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북한 핵실험 반대는 당연하다

    노 의원은 “자위를 위해 개발했기 때문에 용인해야 한다고 한다면 일본이 자위를 위해 핵을 개발하는 것도 용인해야 하고 우리가 전술핵 배치에 반대했던 이유도 부정해야 한다”며 “북한 핵실험에 대해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또 “지금은 평화적 방법으로 핵을 폐기하는 데 합의한 2005년 9월19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의원과의 인터뷰.

       
    ▲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 북한 핵실험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 원인이나 책임이나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 협상용이냐, 자위용이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는 부질없는 논란이다. 북한은 2003년 비공식 석상에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6차회담 비공식회의나, 북미접촉에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다가 2005년 2월 10일 외무성 공식성명에서 자위수단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2003년 이후 이제까지 핵무기가 자위 수단이고 협상용이라는 것을 숨긴 적이 없다. 자위용이냐, 협상용이냐는 양면의 성격 갖고 있다. 정세에 따라 어느 측면이 강하냐는 달라도 북한은 분명히 협상용이고 협상이 실패할 경우 자위용임을 밝혀왔다.

    다만 핵무기 개발로 자위가 가능한가, 자위를 위해 갖는 것을 이해하고 동의해줄 수 있느냐는 가치판단의 문제는 별개이다.

    이런 이유로 핵실험의 책임 문제는, 협상이 제대로 됐다면 추진은 됐어도 실현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 있다. 미국의 정치적 목표가 핵무기를 막는 것이었다면 미국의 목표는 실패했다. 부시의 강압정책, ‘채찍정책’은 북한의 핵개발을 좌절시키는데는 효과가 없었다는 게 드러났다.

    북한 핵개발 미국 의도대로 갔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만약 미국의 목표가 핵무기를 못 갖게 하는 게 아니었다면 실패한 게 아니라 미국의 의도대로 간 것이다. 이런 시각은 근거가 확실치 않고 논란이 있지만 일부 그런 관측이 있다.

    미국은 2005년 이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국제사회에는 6자회담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북한에게 6자회담에 들어오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6자회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융제재를 가하고 벼랑끝으로 몰아간 책임이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국민들도 미국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나. 그 다음에 핵개발 한 당사자가 북한이니까 북한의 책임도 거론하되 누가 일등이냐가 중요하니까 미국의 책임가 가장 크다.

    –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대북포용정책을 문제삼고 있다.

    = 포용정책을 문제 삼는 것은 화풀이에 불과하다. 한강에서 뺨 맞고 남산에서 화풀이 하는 격이다. 포용정책 때문이 아니라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한 것으로 봐야한다.

    포용정책은 남북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고 부분적인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핵실험은 남북간 관계에서가 아니라 북미간 관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포용정책 문제 삼는 건 화풀이 불과

    포용정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포용정책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포용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하면서 북미관계에 개입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보여야 했지만 포용정책만으로 할 것 다하는 것처럼 하면서 북미관계 개선이 나서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사업도 쟁점이 되고 있다.

    = 우리는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고 미국도, 일본도 아니다. 이 사태는 북미간 관계가 핵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지역에 있는, 또 같은 민족으로서 특수당사자이다. 이제까지 이런 우리 위치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 게 문제다.

    우리는 제재에도 반대하지만 제재를 하더라도 민간교류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야 한다. 군사충돌로 민간교류가 물리적으로 중단되기 전까지는 민간교류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민간교류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향후 영향력, 발언권, 입지를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북한이 남북 민간교류를 통해 핵개발 자금을 마련했다는 얘기는 최근 북미간 교역규모, 중국의 지원액, 일본과의 교역량을 보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나라당의 요즘 모습은 박정희 때보다 더 후퇴돼 이승만 정권시절로 돌라간 것 같다. 위기 수습이 아니라 오히려 훼방 놓는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 이승만 시절로 간 것 같아, 수습보다 훼방만

    – 노무현 대통령이 핵실험이후 오락가락 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 철학과 신념의 결핍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핵실험이 벌어진 날 오후 5시15분 기자회견이나 그 이후 언급한 것, 각료들의 태도나 각료들끼리 서로 충돌하는 문제 등을 보면 집권능력이나 위기관리능력에 현저히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국민보다 정부가 더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북핵실험 이후 한나라당은 가장 재빨리 움직이면서 안보문제를 이슈화시키고 있고 여당은 평화와 경제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 한나라당은 시야가 2007년말로 갇혀 있다. 그 이후 보지 못한다. 여당이 제대로 못하면 제1야당이 위기수습의 방향과 전망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걸 건수로 해서 대선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려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를 설정해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구마를 구워먹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좌충우돌하면서 당의 실체, 본질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내에 중진급 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포기하라거나 강경제재를 얘기하고 의원 절반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찬성하고 있다. 이게 당인가. 당으로서 존립의의 자체가 실종됐다.

    –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채택됐다.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 당분간은 긴장이 고조되는 에스컬레이터 국면으로 갈 것이다. 이유는 일단은 미국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안은 있다. 하지만 미국이 싫어하는 대안은 있는데 하고싶은 대안은 없는 것이다. 미국이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긴장이 고조될 것이고 한나라당은 밑도끝도 없이 일전불사를 외칠 것이다.

    2차, 3차 핵실험 예정돼 있다고 봐야

    북한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고 제재 이후에도 재실험이나 추가조치를 할 것이다. 2차, 3차 핵실험은 날짜만 안 잡혔지 예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대포동 등 운반체 실험도 함께 예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이를 철저히 협상용으로 쓸 것이고 사태는 불행히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2년은 갈 것이다. 지그재그로 지퍼 맞물리듯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그 가운데 일촉즉발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이 제재를 결의했지만 장기적으로 이 제재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성공 가능한 제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군사제재는 중국의 반발로 인해 추진되기 어렵다. 비군사제재는 이라크에 18년 동안 취해졌다. 쿠바는 어떤가. 제재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또 이번 제재는 바닷가에서만 실시될 뿐 육지에서는 제재가 없는 제한적인 것이다.

    – PSI 참가도 논란이 되고 있다.

    = 한국이 PSI에 참가한다면 그것은 명백히 정전협정 위반이다. 정전협정 14, 15, 16조에 각각 육지, 해상. 공중 봉쇄를 금지하고 있다.

    정전협정을 떠나서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PSI를 해선 안된다. PSI가 상징적이고 엄포에 불과할 수 있다. 일본에서 입항금지라거나 그 정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참여해선 안 된다.

    –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정부의 애매모호함과 기회주의적 태도는 모든 나라로부터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신뢰뿐 아니라 북한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신뢰를 잃으면 다른 한쪽의 신뢰라도 얻는 보완효과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 애매모호한 기회주의적 태도로 신뢰 잃어

    당사자로서 "우리는 이렇다"고 마이웨이를 가야하는데 어떤 때는 민족공조, 어떤 때는 미국추종, 또 어떤 때는 희한한 제3의 길을 얘기하면서 갈팡질팡했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좋은 조건일 수도 있다. 평화적 방법으로 핵무기를 폐기하는 정치적 목표를 공유하고 수단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바로 2005년 9월19일 공동성명에 그대로 나와있다. 지금은 2005년 9월19로 돌아가자고 하는 방법밖에 없다.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면 모래 가라앉고 투명하게 보인다. 지금은 정신적 혼란과 분노, 당혹감이 섞여서 제정신들이 아니다.

    –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였지만 민주노동당은 눈에 띄는 행보가 보이지 않았다.

    = 지금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들이 핵실험과 그 이후 사태를 패배주의적으로 보고 있는 게 문제다. 스스로 과도하게 어려운 국면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싶다. 사태의 본질, 배경과 책임, 유일한 해결대안을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마치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인 것처럼 보는 듯하다.

    민주노동당 핵실험 패배주의적으로 보고있는 게 문제

    정부가 국민들보다 더 겁먹은 것처럼 진보세력도 핵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결과로부터 두려워하고 제 위치와 할 말을 못 찾고 있다. 그러니 이건 아니다, 저건 아니다 식의 평론가적 대응밖에 못하는 것이고 이때문에 국민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다.

    – 북핵 자위적 측면을 용인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 분명히 얘기해야 되는데 북한의 핵개발 의도에는 자위라는 하나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거니와 미국에 의해서도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도 좋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국민들도 전자는 알고 있다. 자위를 위해 개발했기 때문에 용인해야 한다고 한다면 일본이 자위를 위해 핵개발에 나선 것도 용인해야 하고 우리가 전술핵 배치에 반대했던 이유도 부정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가지면 다른 한쪽은 가지면 안되냐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모든 나라의 핵개발을 다 용인해야 한다. 자위와 무관한 핵무기 소지가 어디 있나. 자위라는 성격이 있다라는 정도로 돼야지 자위를 위해 가져도 좋다는 것이 왜 민주노동당 입장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다른 당의 입장이어야 한다.

    정책위의장의 넌센스다. 오버 정도가 아니라 잘못된 생각이다. 일본이나 미국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나. 자위를 위해 개발했다고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지 그래서 가져도 좋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걸 인정한다면 남쪽이 올해 핵무기 갖겠다고 예산 올라오면 반대 못한다.

    –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북핵실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중앙위원회에서는 특별결의문이 최종 채택은 못됐지만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은 중앙위에서 부결되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북미간 긴장과 대결로 인해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에 대한 ‘유감’으로 원안보다 더 후퇴된 수정동의안이 가결됐다.

    = ‘유감’이냐 ‘반대’냐는 논란은 과도한 것으로 본다. 이번 최고위원회의 입장정리는 2005년 2월 중앙위 논의보다는 일보전진한 것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당시 북핵의 핵보유 선언에 대한 반대 결의문 채택이 무산된 것을 말함) ‘유감’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정도 수준으로 가야 한다.

    – 반대를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인가.

    = 반대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럼 찬성해야 하나. 북한도 반대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당사자보다 더 완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당내에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보다 더 완고한 당내 인사들 생각 바꿔야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마지막 차석대사가 핵실험 직후에 “북이 핵개발하면 일본도 개발하고, 남쪽도 개발하는 도미노가 일어난다. 이건 안 좋은 일이다. 도미노가 두려우면 북이 핵을 개발하지 않도록 평화협상을 제안해라”고 했다. 이보다 더 완고한 생각 갖고 있다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핵실험 한 사람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북한도 어쩔 수 없이 했다, 없애겠다, 협상해서 없애자는 것 아닌가. 자위를 통해 갖고 있다면 협상할 필요 없지 않나. 자위를 위해 더 만들어야지. (자위용으로 핵을 개발해도 된다는 쪽은)평화적 방법으로 폐기하겠다는 목표에 동의하는가도 의심스럽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