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배진교, 같지만 다른 목소리
    정의당 대표 후보 결선···마지막 토론회
    '변화를 위한 과감한 혁신' vs '원내·외 아우를 현역 의원'
        2020년 10월 07일 10: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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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당대표 경선에서 최종 결선에 오른 김종철 후보와 배진교 후보가 6일 마지막 토론회를 벌였다. 김종철 후보는 “위기에 맞설 과감한 정책을 통해 정의당다운 야성을 되찾겠다”고 공언했고, 배진교 후보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더 큰 정의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원내 협상 잘 할 수 있는 현역 의원이 당대표 해야”
    김종철 “6석으로 협상? 현실 불가능…밖에서 힘 모아 국회 안으로 가져와야”

    김종철 후보는 7일 ‘한겨레TV’와, MBC백분토론‘에서 연달아 열린 당대표 토론회에서 “변화를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당원들이 1차 투표에서 저에게 1위를 안겨준 것 역시 당을 과감하게 혁신하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했던 통상적인 정의당의 방식이 아니라 금기를 깨는 정의당, 못할 것이 없는 정의당이 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현직 의원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후보가 더 비전이 있는지, 당대표가 됐을 때 다른 당과 제대로 논쟁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변화는 사그라들면 다시 일으키기 쉽지 않다. (저를 1위로 만들어준) 이 변화를 유지시켜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자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본자산제 도입,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적극적인 제정 등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강조하며 ‘진보정당다운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이자 21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를 거친 이점을 가진 배진교 후보는 자칭 ‘원내·외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 후보는 “저는 지역에서 이겨본, 구청장 경험을 가진 정의당의 유일한 정치인이다. 지역 집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활이 걸린 2022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지역에서 이기는 정의당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차이는 좁히고 공통의 지향을 넓힌다는 정신으로 박창진 후보와 선거연대를 이뤘다. 선거에서 불가피하게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결국 우리는 하나의 정의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의당은 원내외 모두가 전원 공격, 전원 수비하며 원내·외를 아우르는 통합 리더십 필요하다. 그러려면 (당대표로) 원내에 있는 현직 의원이 필요하다”며 “다른 당과의 비교되는 여러 정책을 하려면 현역 의원이 대표로 있어야 원내외 협상도 잘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정의당은 6석이기에 우리가 협상을 잘해서 민주당과 협치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원내에서 잘하려면 밖에서 힘을 모아내야 한다. 여론을 국회 안으로 가져와야만 민주당이 정의당을 만만히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 후보는 “(원외의 목소리를 원내로 가져오는) 그런 역할 잘하기 위해서라도 현역이 당대표를 하는 게 맞다”며 “당사자들이 실제적으로 원하는 것은 제도와 입법화를 통해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기에 실질적으로 만나는 원내 의원들”이라고 맞받았다.

    왼쪽부터 김종철 배진교 후보

    박창진과 연대 배진교, 김종철-김종민 연대 두고 “자리 나누기 정파 담합”
    김종철 “담합? 김종민은 배진교와 같은 뿌리…같은 생각 가진 이들의 연합은 당연”

    1차 투표에서 낙선한 김종민 전 후보와 박창진 전 후보는 각각 김종철 후보와 배진교 후보에게 연대를 선언했다. 김종철 후보는 김종민 후보와 공동선대본을 구성해 함께 남은 선거를 치르고 있고 박창진 후보 역시 배진교 후보에 대한 연대를 선언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계파별 연대전선만 더 뚜렷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배 후보는 “박창진 전 후보는 전국적으로 인지도도 높고 1차 투표에서도 상당한 득표를 했다. 정의당 창당 정신대로 차이는 좁히고 공통의 지향을 넓힌다는 방향으로 선거연대를 이뤘다”며 “고 노회찬 의원이 ‘낡은 운동권 정당을 탈피하고, 진보의 세속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측면에서 낡은 정파 구도가 당의 성장을 막아왔다는 책임에서 저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제가 정치동창회 수준의 정파를 해산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종철-김종민 연대’에 대해 “당연히 할 수 있는데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선거 전에 이미 서울시당 선거와 관련해 합의한 문안이 당게시판에 있더라. 선거 때만 모이는 낡은 정파 구도 깨자고 했는데 이렇게 자리 나누기가 진행됐다면 정파 담합이라고 비판받기 충분치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박창진 전 후보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배진교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면서 여러 제안을 하지 않나. 그런 일들은 너무 당연하다. (지지와 직을 제안하는 것은) 내가 당신하고 같이하고 싶고 그 직에 적임자라고 판단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당에 김종민 전 후보와 결을 같이 하는 분이 서울시당 운영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연대하자고 한 것이고 공동집행부를 구성한 거다.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파구도, 정파담합을 말씀하는데 김종민 전 후보는 배진교 후보와 한 뿌리에서 시작했지만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은 저를 지지하고 있다”며 “배진교 후보가 ‘이념정당이냐 대중정당이냐’고 하는데 이건 충격적인 말이다. 김종민-김종철 연합은 특정한 이념으로 당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진보이념에 근거해 다양한 논의를 하자는 것인데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선거연합을 하는 건 나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위기의 핵심과 대안은?
    배진교 “정치적 효능감과 정치적 힘 부족…선명성만으론 해결 안 돼”
    김종철 “과감한 의제를 던질 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6기 당직선거 토론회마다 ‘정의당의 위기와 대안’에 관한 질문은 매번 등장했다. 이날 두 토론회에서도 정의당의 위기의 핵심은 무엇이고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배 후보는 정의당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현재 가장 큰 문제라며, 당의 정치 효능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의당이 대한민국 정치사에 왜 필요한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런 물음이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 의석 수는 적어도 사회에 좌표를 제시하고 정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은 그 기능이 멈춰있다는 뜻”이라며 “정의당이 집권할 수 있겠냐 하는 불확실한 전망도 당원의 낙담과 좌절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들은 정치적 선명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의당 정책이 선명하지 않거나, 진보적이지 않아서 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 아니다. 정치적 힘이 부족했고 그렇기 때문에 효능감이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진보정당 다운 과감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독자노선, 선명성을 강조하는 김 후보에 대한 우회적 공격인 셈이다.

    김 후보는 “지금은 정의당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봤다. 그는 국민들이 정의당을 링 위에 오른 선수가 아닌 거대양당의 갈등에 대한 배심원으로 보는 것이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며 “이렇게 끌려가선 안 된다. 오히려 정의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양당에 입장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다운 과감한 정책으로 원내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민주당 내에 기반이 없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추진으로 대권주자가 됐듯 정의당도 정의당 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정치적 효능감만으론 안 된다”며 “민주노동당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말했을 때 (다른 당으로부터) 색깔론 비판까지 받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국민의 동의를 얻으면 결국은 대세가 된다. 연금통합 문제도 국민적 동의를 얻는다면 모든 정당이 입장 표명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정의당이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 자녀 특권, 인국공 사태
    두 후보의 ‘공정 논란’에 대한 생각은?

    두 후보 모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문제와 관련해선 추 장관이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엔 뜻을 같이 했고,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나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때마다 불거지는 공정성 논란보단, 불평등 문제에 더 집중했다.

    배 후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휴가 논란과 관련해 “과거 정권이었다면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했겠나. 추미애 장관 스스로 사과하고 (장관직에서)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모 세대뿐 아니라 20대는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교육 기회, 부모 찬스 등 세습 자본주의 구조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 80%의 국민이 위기에 놓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에 단결권을, 집 없는 사람에게 주거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부모가 수술한 자녀의 휴가 연장에 신경 쓸 수 있지만 추미애 장관은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부모가 할 수 있는 행위를 벗어난 것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입시, 의사가 되는 것, 공기업 입사하는 것, 시험 잘 보는 것에만 공정이 적용되는데 그런 것들 자체가 공정하기가 힘들다. 어느 집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출발선이 다른데 그것을 공정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며 “인국공 입사가 인생의 갈림길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정의당은 페미니즘만 하는 정당?
    두 후보 모두 “극단적 노선 없다…성평등 사회 노력할 것”

    젠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정의당 내 논쟁은 치열하다. 문제는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당 지도부가 이를 당내 건강한 토론 문화를 안착하는 계기로 삼지 못하고 비난과 탈당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 밖에선 정의당을 두고 ‘페미니즘만 하는 정당’, ‘극단적 페미니즘 정당’이라는 비난도 나오지만, 김종철·배진교 후보는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당내 페미니즘을 더 강화해야 하고 확산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김 후보는 “페미니즘은 당연히 더 강화해야 한다”며 “정의당이 페미니즘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다른 당이 이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얘기하니 보수 기독교계의 공격을 받아 논란이 되는것과 같다”며 “우리는 페미니즘도 하지만 다른 문제들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당 밖의 공격에) 주눅들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길을 가야하고 노동과 생태, 자영업도 그 길에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 후보는 김 후보와 같은 의견이라는 점을 밝히며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가지 않은 두 의원이 없었다면 국회의원 300명 중 누가 피해자와의 연대를 얘기하겠나”라며 “정의당이 유독 페미니즘이 도드라지는 건 정의당의 여성주의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노동문제를 다룰 때면 ‘왜 노동만 다루냐’는 비난이 있었다. 정의당은 시기마다 받아 안아야 할 과제가 있다”며 “제가 20대 때 민주화 투쟁을 하면 그보다 앞선 세대가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데모를 하냐’고 했다. 우리 세대도 그런 걸 겪었다면 지금의 2030대가 요구하는 바를 존중하고 토론하고 그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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