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강간 저질러도
    음주 상태서 수술해도···의사 면허 유지
    면허취소 의사 중 최근 10년 동안 재취득 비중 97%
        2020년 10월 06일 1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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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강간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르거나, 음주 상태에서 수술을 한 사실이 적발된 의사들 중 면허 취소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나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강간 저질러도 의사 면허 유지
    최근 5년간 면허취소 사례 ‘0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아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강력범죄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는 단 한 건도 없으며, 자격정지도 단 5건에 불과했다.

    권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9년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을 보면 2010년~2018년 강간·강제추행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의사가 무려 848명에 달했고, 같은 기간 살인을 저질러 검거된 의사는 37명이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 수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2010년 67명이었던 강간·강제추행범죄 의사는 2018년 136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강력범죄 의사 수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권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최근 5년간 살인, 성범죄에 대한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특정강력범죄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 규정이 없기 때문인데, 지난해까지 5명의 의사만이 비도덕적 진료(성범죄 명시)로 자격정지 1개월 수준의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병원으로 돌아와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환자와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환자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특정강력범죄 의료인의 면허취소는 물론, 범죄·행정처분 이력을 공개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비도덕적 진료행위 중 성범죄 명시 자격정치 세부 현황(권칠승 의원실)

    음주 상태에서 3살 아이 턱 봉합 수술…자격정지 1개월이 고작

    술을 마신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는데 이들에 대한 처분도 자격정지 30일에 그쳤다.

    권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음주의료행위 의사 자격정지 내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명의 의사가 음주 의료행위로 적발됐고 이들 모두 자격정지 1개월 수준의 처분 받았다.

    지난 2014년 전공의가 음주 상태로 의료장갑 착용과 수술 장비 소독 없이 3살 아이 턱 봉합 수술을 진행했으나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사유로 자격정지 1개월을 받았다. 2019년 당직 근무를 하던 전공의들이 당직실에서 술을 마시고 환자를 진료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현행 의료법상 음주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심각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사실상 1개월 자격정지 행정처분만 가능한 상황이다. 권 의원은 “의사 등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직접 연관된 만큼, 엄격한 윤리규정을 위해 복지부 차원에서 음주 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상향과 형사처벌 규정 마련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전면허보다 쉬운 의사면허 재취득
    의사면허 취소돼도 재교부율 97%

    진료비 거짓 청구, 리베이트, 의사면허 대여, 무면허의료 교사 등 현행 의료법상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면허가 취소된 의사들 중 최근 10년 동안 면허를 재취득한 비중이 97%에 달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받아 권 의원이 분석한 ‘최근 10년간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교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까지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75건)이 100% 승인됐다. 2020년까지 포함하면 103건 중 100건이 승인돼 재교부율이 97%에 육박했다.

    현행 의료법은 면허가 취소된 자가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잘못을 뉘우쳤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심의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문제가 지적돼왔다. 복지부가 올해부터 위원 7인으로 구성된 면허 재교부 소위원회를 운영해 심의 절차를 강화하고 있으나, 해당 위원 중 4인이 의사로 구성되어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권 의원이 면허 재교부 소위원회가 운영되기 시작한 2020년의 재교부율을 확인한 결과 총 28건의 신청 중 25건이 승인되어 약 90%의 재교부율을 보였다. 리베이트 등 부당한 경제적 이익 취득 10건 중 9건이 재교부 승인됐다. 면허증 대여, 무면허의료행위 교사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도 모두 재승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은 “무면허의료행위 교사 13건, 리베이트 수취 13건, 면허증 대여 11건, 불법 사무장 병원 내 의료행위 7건 등 국민이 분노하는 범죄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의 면허 재교부가 모두 승인됐다”며 “복지부는 현재 의사 4인이 포함된 면허 재교부 심의위원회 구성을 변경하고 심의 과정에서 엄격한 윤리기준을 반영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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