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민주노조 파괴 여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서울병원의 하청업체에서 노노 갈등을 이용한 민주노조 파괴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새봄지부는 지난 8월 5일 설립됐다. 삼성서울병원의 환자 이송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 계열사의 하청업체인 에스텍플러스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 100여명 중 절반 정도가 민주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문제는 민주노조 설립 전후로 벌어진 노조파괴 움직임이다. 5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조 설립이 가시화되자 일부 중간관리자급을 중심으로 별도의 기업노조가 설립됐다. 노조는 “(회사가) 민주노조 설립 전 간담회를 통해 회유하며 시간을 끌다 중간관리자 중심으로 민주노조 무력화를 위한 기업노조를 결성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노조에 속한 관리자들은 지난 8월 초 직원들을 호출해 사무실 옆 간이책상에서 별다른 설명도 없이 기업노조 가입원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노조는 “민주노조 설립 움직임을 파악하자 최근 삼성 계열사에서 횡행하는 친여 노조를 선제적으로 만들어 노노 갈등으로 위장해 민주노조 파괴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노조인 새봄지부와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는 노조 설립 이후 몇 차례 대표자 면담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단 한 차례도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내 환자이송 업무를 하는 노동자 사이에는 고용불안에 대한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조 설립 이후 삼성서울병원 내에서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노조 설립을 막지 못한다면 하청업체에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 퍼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소문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결국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감을 증폭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노조 설립에 적극적이었던 핵심 간부를 기존 현장에서 사무직으로 부당하게 전보 발령한 사례도 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동료들과 함께 이송 현장에서 근무하던 A씨는 병동에서 이송요원을 요청하는 부서인 상황실로 발령이 났다. 상황실 근무는 현장과는 분리된 독립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동료들과 섞여 일할 때 노조의 확장력도 생기는 법인데 본인의 완강한 거부에도 독립된 공간으로 발령이 났다”고 전했다. 노조는 “핵심 간부의 발을 묶어 노동조합 활동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삼성서울병원 내에서 일어나고 교과서와 같은 노노 갈등을 통한 노조파괴, 핵심 간부에 대한 부당 인사, 일체의 대화 거부 등은 삼성의 노동 탄압과 맞물려 있다. 하청업체는 알아서 기듯 악습을 답습한 것”이라며 “몇 해 전 하청이었던 삼성전자서비스노조에 대한 노조탄압이 이를 생생히 알려줬다”고 비판했다.
앞서 삼성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은 ‘총수 일가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벌어진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하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무노조 경영 등 그간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사과하며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해왔던 삼성계열의 오래된 야만의 악습을 버리겠다는 지난 5월 초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이 진정성이 있다면 삼성계열과 협력업체에서 진행되는 모든 노조파괴, 노동 탄압은 불식되어야 한다”며 “중간관리자를 앞세운 기업노조 가입 독려, 핵심 조합 간부에 대한 선제적 부당 인사, 고용불안 위기감 증폭 등 삼성병원 내의 노조탄압에 대하여 보건의료노조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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