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당대표 결선투표 시작
    김종철-배진교, 김종민 박창진과 연대
    5일~8일 온라인 투표. 9일 3차례 ARS 투표 진행
        2020년 10월 05일 12: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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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가 5일, 오늘 시작됐다. 5일(월)부터 8일(목)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9일에는 세 차례의 ARS 투표를 진행한다.  4명의 후보 간 큰 표 차이가 없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차 투표에서 낙선한 김종민·박창진 후보가 결선에 오른 두 후보 중 각기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1차 투표 결과의 이변으로 마음이 조급한 쪽은 배진교 후보일 수밖에 없다. 당내 최대 정파에 속해 있고, 현직 의원이고, 바로 직전에 원내대표직을 수행했다는 이점을 안고 압도적 지지가 예상됐던 배진교 후보가 김종철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어준 상황은 이변이다. 당내에도 ‘어대배’(어차피 대표는 배진교) 분위기가 많았고, 배진교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당대표 토론회 내내 치열했던 3명의 후보와 달리 ‘관리형 후보’의 이미지로 일관했다. 배진교 후보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견해를 밝혀온 박창진 후보와 지난 3일 선거연대를 먼저 공식화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배진교 후보와 박창진 전 후보는 ‘배진교, 박창진이 당원들에게 드리는 약속’이라는 제목의 공동 입장문을 통해 “과거에 멈춘 이념을 넘어 다원적 가치가 존중되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갈 지도부가 절실하다”고 “배진교-박창진은 정의당 당 대표 선거 결선을 앞두고 당의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으며, 국민과 당원들의 관심과 열정을 모아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창진 전 후보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동 입장문과 함께 “저는 오로지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배진교 후보를 통해 정의당의 혁신을 이야기하겠다. 함께 해달라”며 배진교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두 후보의 선거연대는 지난 선거운동 과정을 되짚어봤을 때 의아하다. 박창진 전 후보는 당내 비밀주의 정파 문제를 가장 강하게 지적해왔는데 이는 사실상 배진교 후보가 속한 인천연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별 복당과 더불어 정파 비판은 박창진 전 후보가 토론회 내내 모두 발언과 주도권 토론을 통해 일관되게 언급해온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박창진 전 후보는 SBS TV토론회에서도 “배진교 후보가 속한 정파는 당내 최대 정파라 당의 혁신을 추진할 힘도, 기회도 있었다. 그럼에도 당의 혁신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정파가 혁신의 의지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상태가 정파의 기득권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인가”라고 배진교 후보를 비판했다. 당내 기득권 정파인 인천연합이 ‘당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인 셈이다.

    배진교 후보는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극복’, ‘젠더 평등’이라는 세 개의 기둥을 세우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 가운데 젠더 평등에 대한 이슈는 박창진 전 후보 측에서 “국민을 향한 진보”라는 슬로건을 내건 계기로 풀이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 등 일부 의원들이 국민 다수와 다른 견해를 밝힌 것이 대규모 탈당 사태를 야기했다고 본 것인데, 박창진 전 후보는 이때 탈당한 당원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특별 복당 기간을 두자고 제안해왔다. 앞서 배진교 후보는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박 전 시장 조문 거부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두 후보의 일치된 견해는 특별 복당 정도다. 박창진 후보가 나머지 세 후보에게 특별복당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긍정한 후보는 당시 배진교 후보뿐이었다.

    왼쪽은 김종민 김종철 후보, 오른쪽은 박창진 배진교 후보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머쥔 김종철 후보는 김종민 전 후보와 선거연대를 구축했다. 김종철 후보가 개표함이 열리기 전까지 1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어 근소한 표 차이여도 이변이라는 평가가 많다. 진보정당의 오랜 활동가인 그는 선거운동 내내 진보정당만의 선명성으로 민주당 내 개혁론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종철 후보에게 힘을 보탠 이는 김종민 전 후보다. 서울시당 위원장을 역임하고 지난 당직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부대표까지 당선된 김종민 전 후보는 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다. 두 전·현직 후보는 선거 운동 중 정책·정치적으로 큰 견해 차이를 보이지 않았는데, 선거 초반 두 후보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두 후보의 선거연대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됐다. 두 후보는 ‘과감하게’, ‘선명성’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변화를 위한 과감한 혁신’ 김종철-김종민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차 전국동시당직 선거에서 확인한 국민들과 당원들의 갈망은 변화였다. 당대표 결선투표는 변화할 것인가, 안주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김종철 김종민은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여 정의당이 더욱 과감하고 선명하게 진보정당으로서의 길을 가는 데 힘을 합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진정한 혁신은 사람의 혁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당대표가 최일선에서 정의당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혁신은 과감하고 정체성은 단단한 정의당, 색깔은 선명하고 뿌리는 튼튼한 정의당을 만들어가겠다”면서 “지역과 부문의 강화를 통해 뿌리부터 튼튼한 정의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 선명성 강조가 대중정당 길과 대립?

    이번 6기 당직선거는 2세대 진보정치를 설계할 새로운 리더를 뽑는 선거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지난 5기 당직선거 때 나왔던 구호들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배진교 후보는 4일 두 번째 출마선언문을 통해 “과거의 낡은 특정 이념에 머물거나 소금정당, 등대정당으로 회귀하지 않고, 진보적 다원주의를 내세운 가치 중심의 대중정당을 만들어 수권정당의 꿈을 키워가겠다”며 “민주당과의 정치적, 정책적 경쟁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5기 당직선거 때 심상정 당시 당 대표 후보가 양경규 당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해온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심 후보는 지난해 7월 5일 YTN 주최 당대표 토론회에서 “정의당은 그동안은 소금정당, 등대정당으로 평가 받아왔다. 그러나 보통 시민들의 일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소금정당, 등대정당을 넘어서서 집권 대안세력으로 경쟁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심상정 대표 체제 하에서 진보정당의 선명성보단 대중성, 확장성, 원내정치만을 강조해온 정의당의 전략은 21대 총선 이후 당 내외 인사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경향신문> 논설고문을 지낸 이대근 우석대 교수는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 주최로 지난 5월 14일 열린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서 “정의당은 낡고 노쇠한 정당의 이미지로 전락했고, 기성 정치의 논리와 정치공학에만 익숙해져 있다”며 “새로운 의제와 담론으로 기성 정치를 깨우는 역할을 포기하고, 기득권 정당으로부터 지대 할당 받으려는 마름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서복경 박사는 “정의당이 받은 9.6%는 정의당이 부족하거나 마뜩찮음에도 ‘정의당 포지션 정도의 정당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표일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는 민주당을 중심축으로 하는 정당 시스템이 전개될 텐데,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의당의 리더십은 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성정당과는) 다른 가치와 다른 비전, 다른 문화를 통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 또한 “정의당은 지역단위 선거 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보수후보 당선 저지’를 1구호로 내세울 만큼 선거연대가 일상화 됐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보수세력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는 당위가 정의당의 독자적 선거 전략과 노선보다 우위에 놓였다”며 “조국 사태 정의당의 대응 실패는 선거의 가치를 진보의 가치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다. 선명한 진보정치의 가치를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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