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우리 푸세식 뒷간이 더럽다고요?
        2006년 10월 16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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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우리 전통 뒷간을 소개해보겠다.
    우리 뒷간은 대략 여섯 종류가 있다. 우리 뒷간이라고 하면 요즘 청소년들은 상상하기 힘들텐데 그게 자그마치 여섯 가지나 된다니 꽤나 의아해 할 것 같다.

    농경 사회에서 우리 뒷간은 퇴비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소변을 거름으로 만들어 쓰기 위한 장소였던 것이다. 그래서 뒷간은 보통 집마다 두 개씩 갖고 있었다. 하나는 집안에 있어 집에서 볼 일을 볼 때 쓰고, 다른 하나는 바깥에 있어 밖에서 일하다 급하게 일을 볼 때 쓰는 곳이다. 퇴비간으로서 뒷간은 거름으로 쓸 수 있도록 퍼내기 좋게 되어 있다. 밭가에 붙어 있어 뒷간의 분뇨를 꺼내 바로 밭에서 거름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푸세식 뒷간

       
     한 귀농자가 만든 뒷간의 모습
     

    뒷간 종류 중에 가장 흔한 것은 이른바 푸세식 뒷간이다. 용기에 담아 차면 똥바가지로 퍼낸다 해서 푸세식이다. 수세식 화장실을 빗대 만든 말이다. 푸세식은 똥과 오줌이 한 용기에 섞이게 되기 때문에 상당히 악취가 나고 구더기나 세균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처갓집과 뒷간은 멀리 있어야 한다는 옛말 중, 처갓집을 멀리한 것은 가부장적 사회의 비합리적인 모습이었지만 뒷간을 멀리한 것은 꽤 과학적인 태도였다. 뒷간이란 세균이 좋아하는 공간이라 안채와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그러니까 뒷간은 안채와 떨어져 있으면서 통풍도 잘 되고 공간도 널찍한 곳에 설치해 두어서 청결을 유지했던 것이다.

    사용을 할 때도 볼일만 보고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을 본 밑의 똥 위에다 왕겨나 재나 낙엽을 떨어뜨렸다. 또는 뒷간 옆에 심어놓은 오동나무 잎을 떨어뜨렸다. 이는 똥이 오줌과 섞여 수분이 많음으로 해서 잘 발생하는 구더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송광사 근처 깨끗한 푸세식 뒷간

    올 봄 전남 송광사 근처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 농민 댁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집에 들어서면서 뒤가 급해 제일 먼저 뒷간에 들어갔는데, 푸세식이면서 냄새도 별로 나지 않거니와 주변도 깨끗한 것에 적이 놀라며 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일 보고 있는 중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돼지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내가 일을 보는 뒷간 바로 앞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런데 전혀 돼지 냄새가 나질 않는다. 가축 중에서 제일 냄새가 독한 놈이 돼지(원래는 깨끗한 동물인데 사람들이 깨끗하게 키우질 않아서 그렇다)인데 냄새가 나질 않으니 참 신기했다.

    일을 보자마자 바로 앞의 돼지 울타리를 들여다보았다. 냄새는커녕 돼지우리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돼지도 더러워 보이지 않았다. 주인장 어른께 이 댁은 어떻게 했기에 뒷간과 돼지우리가 깨끗하냐고 물었더니, 부지런히 왕겨나 마른 재료를 넣어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말하자면 수분 조절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똥은 공기를 좋아하는 호기발효를 시켜야 하고 오줌은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서로 성격이 다른 재료를 한데 섞어 수분이 과하면 발효가 매우 늦어진다. 또한 오줌과 섞여 수분이 많으면 분뇨는 산성 상태가 되는데 구더기가 이를 좋아하고 마찬가지로 세균도 산성을 좋아한다.

    그런데 통풍도 잘되는 널찍한 공간에다 뒷간을 만들고, 볼 일을 본 다음 마른 재료를 넣어주면 구더기나 세균 발생이 적어진다. 수분이 적당히 줄어들어 발효가 진행되고 그리고 분뇨는 알칼리 상태로 바뀌었다가 발효가 완성되면 중성 상태로 된다. 이제 완벽한 거름으로 바뀐 것이다.

    앞글에서도 얘기했듯이 이런 푸세식이 급격한 탈농 도시화로 인해 좁고 음습한 공간으로 방치되면서 불결의 온상이 되었다. 어릴 때 여름만 되면 들끓는 구더기 뒷간에서 볼일을 보느라 꽤나 애먹은 경험들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경험만 가진 분들은 당연히 우리 뒷간을 참으로 불결한 공간으로 이해하고 계실 것이다.

    서울 한복판의 2조식 뒷간

    푸세식 뒷간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용기가 하나인 푸세식이고, 두 번째는 용기가 두개인 2조식이 있으며 용기 3개인 삼조식이 있다.

    서울 한복판 부암동 어느 집에 갔다가 2조식 뒷간을 본 적이 있다. 부암동은 몇 안되는 서울 도심 속 시골 마을 같은 곳이다. 오래된 한옥 건물이 많고 주변 숲도 많다. 이 집도 오래된 한옥과 새로 지은 양옥이 병존하고 있었는데 뒷마당에 바로 이 2조식 뒷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인이 자기가 지은 뒷간도 아닌데 자랑스럽게 소개를 하며 일 보는 뒷간 옆의 거름을 푸는 뒷간에서 똥바가지로 직접 거름을 퍼 보여준다. 바가지를 들여다보니 똥이 얼마나 잘 삭았는지 담갈색의 말간 물이 담겨 있다.

    말하자면 고급 엑기스 액비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 주인은 다른 사람들은 잘 쓰지 않지만 당신은 이 뒷간을 자주 애용한다고 했다. 앞마당에는 널찍한 텃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당연히 뒷간의 거름을 이용해 농사짓는다 했다.

       
     
     

    산간마을에 많은 잿간식 뒷간

    푸세식 말고 대표적인 뒷간이 잿간식이다. 이는 산간마을에 많이 있었는데, 두 발을 딛고 쭈그려 앉을 수 있는 부춛돌과 똥을 푸는 삽과 왕겨나 재 같은 마른 재료만 있으면 된다. 안산의 바람들이 농장에 만들어 놓은 뒷간이 바로 이 잿간을 개량한 것이다.

    잿간은 제일 만들기 쉽고 쓰기도 쉬우며 또한 냄새도 제일 적다. 남들이 보지 않게 벽을 치고 비를 맞지 않게 지붕만 씌운 다음 안에다 부춛돌과 왕겨와 삽만 있으면 끝이다.

    일을 볼 때는 부춛돌 사이, 곧 똥이 떨어진 곳에서 왕겨를 한 삽 떠놓고 일을 본 다음 그것을 삽으로 떠서 뒤의 왕겨와 섞인 똥 쌓는 곳에다 던져 놓으면 끝이다. 오줌은 옛날엔 흙바닥에 스며들게 했지만 지금은 바가지에 담아 그 또한 따로 거름으로 쓰면 좋은 액비가 된다.

    잿간은 호기발효를 시키는 똥과 혐기발효를 시키는 오줌을 분리 수거하여 발효도 촉진시키고 악취도 적게 하는 장점이 제일 돋보인다. 그런데 사실 거름 만들기로는 앞의 푸세식이 더 좋다. 악취는 나고 관리하기 쉽지 않지만 오줌 섞인 똥물을 똥바가지로 퍼서 마른 풀 더미에 뿌려 놓으면 발효가 얼마나 잘 되는지 모른다.

    용기에 모아 놓았기 때문에 영양 손실도 적고 수분이 많아 마른풀 재료를 거름으로 삭히는 데에는 이게 최고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반드시 똥과 풀을 섞어주어야 훌륭한 거름이 된다.

    반면 잿간식 뒷간에서 나오는 똥으로 밭의 잡초들을 모아 삭히기에는 푸세식에 비해 약하다. 왕겨나 재와 이미 버무려 놓았기 때문에 수분이 별로 없어 그것과 마른풀을 섞어 삭히기 힘들다. 수분이 적어 냄새는 덜 나지만 발효의 측면에서 보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발효가 잘 되려면 수분이 좀 많아야 하는데 그러면 반드시 발효 초기에는 악취가 나기 마련이다.

    돼지에게 똥을 먹인 뒷간 ‘통시’

    다음으로 대표적인 뒷간은 이른바 통시라는 것이다. 통시는 일을 보고 떨어뜨리는 곳에 돼지를 놓아 똥을 돼지로 하여금 먹어치우게 하는 뒷간이다. 어떤 똥보다 영양이 많이 남은 사람 똥을 돼지에게 먹여 돼지도 키우고 돼지가 다시 싸는 똥을 거름으로 쓰는 일석이조의 뒷간이다.

    버리기는 아깝지만 사람이 못 먹는 것을 먹여 거름도 얻고 나중엔 팔아서 현찰도 마련하는 아주 요긴한 가축이 돼지다. 이런 통시가 제주에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더 알아보았더니 지리산 산중 마을에도 있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가 사진도 찍고 취재도 했는데, 직접 보니 그 구조가 아주 재미있다. 보통 통시는 문간 옆에 있었고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1층엔 돼지가 살고 2층이 일을 보는 곳이다. 사다리 같은 급한 계단을 밟고 올라가 보니 일을 보는 구멍에 웬 작대기가 있다.

    주인에게 이것은 왜 필요한 것인가 물어보았더니, 일을 보면 돼지가 밑으로 머리를 디밀고 그 머리 위로 똥이 떨어지면 마구 머리를 흔들어 똥이 사방으로 틘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을 볼 때는 그 작대기로 돼지를 툭툭 쳐서 밑으로 오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절간 해우소가 있다. 만들기는 제일 어려운 뒷간이 해우소일 것이다. 해우소는 경사 급한 언덕에다 짓는데, 뒷간 밑에는 깊은 언덕 절벽이 펼쳐져 있어 똥을 싸면 한참 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는 곳이다. 그러니 냄새나지 않고 청결하기로는 역시 해우소가 최고다. 밑에는 낙엽을 깔아놓아 그 위로 똥이 구르며 낙엽과 절로 섞이게 된다.

    전통을 지혜롭게 현대화한 새로운 뒷간

    절간 해우소와 잿간식을 합쳐 놓은 듯한 뒷간을 경남 산청 밑 남사 양반마을에서 보았다. 그러니까 똥을 밑에다 떨어뜨리는 점은 푸세식과 같으나 용기를 담아 둔 것이 아니라 널찍한 바닥만 깔고 모아진 똥을 바깥에서 긁어모아 거름으로 쓰는 방식이다.

    요즘은 젊은 귀농자들이 늘면서 뒷간이 다양해지고 있다. 퇴비간으로서 기본 구조는 갖추되 실내를 깨끗하게 꾸며 놓기도 하고 멀리 경관을 보며 일을 볼 수 있게 위치를 잡아놓기도 하는 등 한껏 멋을 부린 뒷간들도 많다.

    방식도 위의 전통식 그대로만 따르는 게 아니라, 잿간식과 해우소식을 결합한다든가, 저절로 오줌과 똥이 분리 수거되게끔 한다든가 아이디어들이 다양하다. 똥을 퍼내는 것도 간편하게끔 밑에 고무 대야를 바치고 대야에는 바퀴를 달아 옮기기도 쉽게 해 놓은 곳도 있었다.

    전통을 지혜롭게 현대화한 뒷간의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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