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 백신 상온 노출
    “전량 폐기 초유 사태 벌어질 수도”
        2020년 09월 23일 01:1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독감 예방 무료 접종에 쓰일 백신 일부가 배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됨에 따라 국가 접종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은 무료 접종 대상인 만 13세에서 18세까지 청소년을 위한 물량으로, 500만 명 분에 해당한다. 업체는 백신이 5분 가량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문제의 독감 백신을 모두 수거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한 뒤 접종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이 백신을 다시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백신 속 단백질이 온도 변화로 인해 변형되면 백신의 효능이 변하거나 아예 효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5분 이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5분이라도 노출시켰다는 이야기는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만들었을 것을 뜻한다. 콜드체인의 기본 원칙을 안 지켰다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백신 상온 노출로 단백질의 분해 속도가 빨라져서 효과가 떨어지거나, 성분들이 상하거나 변질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두 가지 측면을 다 고려해서 검사를 해야 한다. 2주 정도는 안전성 문제, 효능 문제를 평가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상온 노출된 독감 백신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전량 폐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올해 초부터 6개월 정도 준비해서 나오는 백신이기 때문에 갑자기 다시 만든다든지 수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약 500만 개를 못 쓰게 됐을 경우 다시 대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상온 보관이 짧아 항원의 효과가 떨어지는 정도가 많이 크지 않다면 접종이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자세한 조사 내용을 봐야지 알 수 있겠지만 만약 500만 개가 없는 상태여도 올해 예상했던 3천만 명의 예방 접종, 그중에서도 무료 접종 대상인 1900만 명 중에서 500만 명에 대한 백신이 부족하게 되니까 유료 접종으로 나온 일부 물량을 다시 무료 접종 쪽으로 돌려야 할 수 있다”며 “일반 접종을 하는 19세부터 61세 사이의 분들이 예방 접종할 때 상당히 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