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누스 박사와 DJ 그리고 노벨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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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16일 12: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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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달에까지 가는 세상에 어째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이 질문을 가슴에 안고 사는 경제학자인 ‘빈민들의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와 그가 만든 그라민 은행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다. 유누스 박사와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담보로 장기 저리 대출을 하는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무담보 소액신용 대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노벨상 모처럼 좋은 역할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6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 (사진=연합뉴스)

    민주노동당은 창당이래로 가계부채 SOS운동, 개인파산제 및 회생제 활성화, 이자율 상한을 연25%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제정을 통해 서민금융생활보호제도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서민을 가난의 심연에서 고통을 겪게 하고 있는 고리대 약탈을 추방하기 위해 맨 앞장에 서왔다.

    그 과정에서 신용이 낮은 서민이 의지할 수 있는 은행이 하나만 있어도 이런 참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신용이 낮은 계층에게 장기 저리 대출을 하는 마이크로크레딧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런 만큼 유누스 박사와 그라민 은행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크나큰 기쁨일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분쟁의 완화에 기여를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분쟁의 깊은 심연인 민중의 가난과의 투쟁에 온몸을 바친 위대한 서민의 벗 유누스 박사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되는 것을 보고 노벨상이 모처럼 좋은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화와 인권보호, 남북평화에 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자제한법을 폐지하여 정작 700만 명에 가까운 저신용 서민들에겐 고금리로 고통을 겪게 하고 이들이 불법추심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어도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국내 사채 이자 24%에서 204% 수준으로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유누스 박사에 비하면 김 대통령의 민주화, 인권보호 철학은 매우 이중적인 잣대를 가졌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년 동안 서민을 위한 전용 금융기관 설립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연리 66%를 보장하며 대부업체, 사채업자 챙겨주기에 급급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민금융철학은 여전히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은 서민의 급전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면서 서민형 맞춤대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고금리 약탈을 일삼는 대부업체를 이지론이라는 대출 서비스망에 포함시켜 광고를 해주는 반서민적인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자율 제한 강화가 대부업체의 음성화를 낳고, 서민 피해를 양산한다고 주장한다. 겉으로 서민을 걱정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고리대 시장의 배만 불려주는 데 불과한 논리다. 그 결과 10년 만에 대부시장은 10배로 확대됐고, 연평균 24%대의 사채이자가 연평균 204%로 폭증하는 폭리 구조를 초래했다.

    고금리 구조를 철폐하고 장기 저리 대출기관을 육성하지 않은 이상, 서민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누스 박사가 창립한 그라민 은행 역시 현지 주민이 고리대에 시달리는 상황을 막고, 저신용 계층을 재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라민 은행, 대출자 1천7백만명 – 상환율 99%

    현재 그라민 은행은 총 대출 누적액 57억 달러, 대출자 누계도 1,700만 명에 이른다. 지난 30년 동안 누적 대출액 대비 상환율은 98.85%에 이른다. 그의 노력에 감화 받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1979년부터 그의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에 동참했다.

    이 운동은 차츰 세계로 뻗어나가 현재는 아프가니스탄, 카메룬 등 저개발국은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전 세계 37개국 9,200만 명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유엔은 유누스 박사의 활동을 기려 2005년을 ‘마이크로크레딧의 해’로 선정했다.

    재경부와 금감원의 대부업체 양성화 논리를 무색케 하는 수치와 업적이다. 연체율이 높기 때문에 66% 고금리에서 조금이라도 낮추면 적자가 난다는 대부업체들의 언술이 명백한 ‘사기’임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 당국이 부끄러움을 안다면, 유누스 박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대부업체 옹호론을 버리고 서민금융생활보호를 금융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시급한 서민금융생활보호제도는 다음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 연리를 최고 25%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제정
    둘째, 개인파산제 및 개인회생제 활성화
    셋째, 서민 전용 장기 저리 대출기관 육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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