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제재 피했지만 충돌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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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16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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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이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세력의 입장이 약화되고 있으며 대신 압박과 대결을 강조하는 세력의 입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한국 시각) 채택된 UN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 핵실험의 또 다른 원인 제공자인 미국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을 심각한 우려로 규정하면서도, 2000년 NPT 재검토회의에서 결의한 13개항의 구체적인 핵군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강대국들의 핵 패권체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 안보리, 北핵실험 제재 결의 채택 (사진 = 연합뉴스)
     

    점증하는 상황 악화의 가능성

    안보리 결의는 최초에 작성된 미국의 초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완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군사제재 조치가 배제되었다. 자금세탁과 위폐문제와 관련한 제재를 대량살상무기 제재와 마찬가지로 비중 있게 다루었던 내용이 대폭 수정되었다.

    포괄적인 행상봉쇄의 규정은 각국이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한반도의 무력충돌 위기를 우려하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들을 양보하는 대신 미국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경제제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여 연이은 물리적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의 행태를 볼 때, 북한이 제재에 굴복하여 회담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군부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관측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북한이 혁명적 무력 건설 이후에 당을 건설하였던 경험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체제의 최종적인 무력인 군부에 무게 중심이 쏠릴 수 있음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 내부에서 강경한 입장이 강화될수록 북한의 추가적 행동과 북미 충돌의 가능성이 커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 제재는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추가 행동으로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을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보유하거나, 한국과 일본을 인질로 하는 전술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악행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세계의 일치된(united)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경제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 경제제재와 확산방지구상(PSI)에 동참할 것으로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현 사태에 ‘주변사태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상 검색을 위한 선제 사격의 가능성까지 여론에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확산방지구상이 본격적으로 실행될 경우 북한과 미국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점증하는 대북 정책 변경 압력

    안보리 결의 채택 이후 한국 정부는 이를 환영하며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남북경협이 안보리 결의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확산방지구상(PSI) 역시 안보리 결의 내용 중의 ‘해상 검색’과는 다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견해는 국내외에서 심각한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이 급등하였다.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은 나머지 정당의 지지율 합보다 2배가 큰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평화적 해법을 지지하며 남북 경협이 현행대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에 대해서 노골적인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미국은 남북경협의 중단과 PSI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남북경협은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무기와 관련된 거래가 아니므로 안보리 결의 대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북한에 지불되는 현금의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북한 군부와 관련된 기관과의 경협 사업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현금결제의 투명성 개선이나 군부와 관련된 거래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강한 압박을 회피하는 명분으로서도 그러한 조치들은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의 추가 조치들은 북한에 대해선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 사업에서 발생하는 외화 규모는 2,000만 달러 미만이며, 이는 북한을 자극할 뿐 규제를 가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확산방지구상에의 참여 압박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지난 해 말 확산방지구상에 참관하기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하고 이를 미국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어려운 형국이다. 정부는 영해 내에서 남북 해운합의서에 따라 북한 화물선에 대한 검색을 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 한나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확산방지구상 참여 여부를 둘러싼 남한 내부의 논쟁은 한미동맹의 재편 논의와 결합되어 더욱 큰 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훨씬 더 큰 한미동맹 유지비용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는 미지수

    안보리 결의가 제재 효과를 가지기 위해선 중국과 한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남북 경협을 현행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 역시 정상적인 무역을 통제할 방침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심각하다고 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 오랜 혈맹관계를 청산하고 실리주의에 입각한 전략적 협력관계로 바뀐 지도 벌써 10여년이 되었다. 그 사이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보다 현실화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다. 중국 지도부의 북한 인식 역시 결코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의 완충지역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태라 할 북한의 붕괴보다는 북한의 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용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이 북한 붕괴를 가정하고 미국과의 대타협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중국은 대북 경제제재에도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제재가 북한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한 고려도 존재하겠지만, 북한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동북 3성 경제권 역시 고려사항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무역이 주를 이루는 변강무역을 전면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중국의 제재 동참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북한은 이미 상당기간 전면적인 봉쇄에 상당하는 경제제재를 받아왔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일정한 내성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고난의 행군 정신을 부쩍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90년대 중반보다는 나은 것처럼 보인다. 농업 생산량 역시 90년대 후반 이래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국가의 계획과 통제가 위기에 빠진 이후 개인들은 ‘자력갱생’의 원칙하에 스스로의 구명을 도모하고 있다.

    국제 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외화수입을 줄일 것임은 분명하다. 북한 지도부는 빈약한 자원을 각 권력기관에 차등 분배하려 할 것도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 지도부는 자원이 부족할 경우 그것을 북한 민중으로부터 얻어내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제재는 북한 권력을 약화시키기보다는 북한 민중을 고통에 빠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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