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한나라당과 함께"…"이럴 땐 아멘"
    2006년 10월 14일 04: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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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고 깨질 것 같은 쪽빛 가을 하늘 아래, 한 무리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소풍나온 것처럼 마냥 즐겁다. ‘북한, 핵, 규탄’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들이다. 증오와 참주선동과 거짓예언이 가을 하늘 아래 어지럽다. 극우세력의 광기 같은 것이 언뜻언뜻 비쳐 우스우면서 불길하다.

보통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토요일 국회 의원회관 앞, 14일 오전. 하지만 이 날은 검은색 승용차와 인파로 넘쳐났다. 한나라당이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북한 핵도발 규탄대회’를 여는 날이다. 당초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국회에서 전국위원회 행사를 여는 것으로 대신한 것.

도장찍고 사진찍고, 신난 아저씨 아줌마들

참석자들은 ‘핵도발 규탄’이라는 대회명과 어울리지 않게 신난 얼굴들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인지 뱃지를 단 아저씨들과 도봉구 등에서 단체로 온 아줌마들은 국회 의원들에게 얼굴 도장 찍느라 분주하다. 규탄대회 펼침막 앞에서 의원들과 사진 찍기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 전국위원회라니 신난 아줌마, 아저씨들은 모두 전국위원들인 셈이다.

규탄대회가 시작된 후에도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 등 앞줄 당 지도부의 몇몇 얼굴에서만 사진 촬영용 결연한 의지가 비쳐졌을 참석자들은 내내 즐거운 얼굴로 구호를 외쳤다. 북한 ‘핵도발’ 규탄대회라기보다는 노무현 정권 막말 규탄대회, 한나라당의 집권 결의대회에 가까왔다. 그러니 심각할 이유가 없다. 신이 날 뿐이다. 송영선 의원 등은 연사들의 발언 중간 중간 "물러나라"를 외치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 한나라당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 차원의 ‘북한 핵도발 규탄대회’을 열고 김정일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규탄했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김학원 의원이 먼저 나섰다. 김 의원은 “김정일에게 한없는 분노와 원망을 느낀다”는 첫 마디 이외에는 줄곧 핵 실험을 방기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했다. 더불어 내각총사퇴와 전작권 환수 논의 중단, 남북경협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처음에는 포용정책을 폐기한다고 했다가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 발언을 기점으로 좌파들이 대반격을 하고 있다”며 “이제 내년(대선)까지 기다리기도 매우 두렵다”고 엄살을 떨기도 했다.

"내년 대선까지 기다리기도 두렵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강재섭 대표도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일 정권은 이제라도 NPT(핵확산금지조약),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한 줄 촉구에 그쳤다. 이어서 현정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한 정책과 실패한 사람들을 끌어안고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사고 친 사람들을 갈아 치울 것’과 ‘북한이 우리를 갖고 놀 입장’인 만큼 포용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강 대표는 “평화운동을 했던 여러 단체들은 꿀먹은 벙어리냐”며 “한반도 비핵화 운동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당대표 낙선 이후 ‘강경파’로 확실히 돌아선 이재오 최고위원은 평화세력이라면 노무현 정권에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북 핵 개발에 바탕이 됐다며 “이러고도 우리가 노무현 정권을 물러나라고 하지 않으면 평화적인 반핵세력이 아니다”며 “정말 평화적이라면 노무현 정권을 물러가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가 핵으로 위협받고 있다면, 자유민주세력이 노무현 정권에 그만두라고 해야 한다”며 “노무현 정권과 김정일 정권에게 자유와 민주와 평화를 위해 투쟁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재섭 "포용정책 전면 수정하라"

발언을 준비한 김형오 원내대표와 강창희 최고위원은 ‘시간 관계상’ 연설이 생략됐다는 사회자의 설명 이후 소개된 연설자는 전여옥 최고위원이었다. 전 최고위원은 시작부터 특유의 화법으로 참석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한 평화단체가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종아리를 때리는 퍼포먼스와 관련 “아들들을 (한국에)내보낸 미국의 할머니들이 봤다면 어떤 감정이겠냐”고 말문을 연 전 최고위원은 “김명철은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한명숙 총리, 이종석 장관의 비공식 대변인이 아니냐”고 비꼬았다.

또한 “우리 자식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도 부르지 못할 수 있다”며 “이미 노무현 정권은 광복절에 태극기도 흔들지 못하게 한 사악한 정권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의원 연설 마지막 대목은 그가 왜 자주 종교 집회에 초청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제 기뻐하자, 한나라당이 갈 길은 오직 한 길”이라며 “한나라당은 정권 쟁취가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에 경례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술 더 뜬다. “국민과 하늘이 (한나라당과) 함께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영령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는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김정일 체제 붕괴시키고 남한 좌파정권 교체하자"

예언자 전여옥이 단상을 내려가자 진짜 종교인이 나왔다. ‘마무리 맨’인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는 “직업상 규탄을 안해봐서 이런 자리에 서투르다”며 전혀 서툴지 않은 모습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누구 탓이냐고 하는데 김정일 탓”이라고 일갈한 후 “도박판에 뒷돈 대는 사람처럼 김정일 핵에 뒷돈을 됐으니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나라 꼴이 어찌 되나 연습한 게 아니냐”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의 우방과 함께 김정일 체제를 붕괴시키고 (한국의) 좌파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정권교체 범국민연합을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김 목사 왈. “이럴 때 교회에서는 아멘이라고 한다.”

   
▲ 한나라당 북한 핵도발 규탄대회에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왼쪽)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 끝)이 참석했다. 또 한 명의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규탄대회에는 한나라당의 예언을 이뤄낼 사명을 띤 ‘메시아’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 지도부의 바로 뒷줄,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자리했다. 나란히 앉아주면 감사할 것을 한 프레임에 담기에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사진기자들의 애를 태웠다.

손학규 전 지사는 왜 안나왔을까?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은 모두 일찌감치 북 핵실험에 대한 강경론을 밝혀 이날 참석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빅 3’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보이지 않아 호기심을 자아냈다. 손학규 전 지사 측은 “당으로부터 참석요청이 없었다”고 말하고 덧붙여서 “나름대로 일정도 있었다”고 서둘러 밝혔다.

하지만 “손 전 지사는 가장 빨리 북 핵실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해 규탄대회 참석을 통해 보다 강경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연락에 착오가 생긴 것 같다”며 “다른 정치적 의도나 이유는 전혀 없고 확인해줄 수도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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