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가 말하는 한국형 플랫폼 노동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박정훈/빨간소금)
    2020년 09월 19일 10: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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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의 독특한 배달 산업 구조

배달의민족은 2020년 3월 기준 무려 5,400만 명이 다운로드했고, 월 방문자는 1,000만 건, 월 주문은 5,000만 건을 기록했다. 한국 국민을 약 5천만 명이라고 보면 그야말로 국민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이름과 달리 배달하지 않는다. 민트색 유니폼을 입은 라이더를 관리하는 배민라이더스라는 회사가 따로 있다. 배달의민족과 형제회사다. 이러한 주문 중개 앱과 배달 대행 플랫폼의 분리가 한국만의 독특한 배달 산업 구조를 만들어냈다. 바로 ‘한국형 배달 플랫폼’의 탄생이다.

한국형 배달 플랫폼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들러야 할 역은 모두 3곳이다. 첫 번째 정거장은 가장 기초적인 플랫폼 형태인 우버이츠 형이다. 우버이츠는 자유롭게 로그인하고 로그아웃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논쟁이 붙은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살펴보기 좋은 모델이다. 가장유연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10월 14일에 우버이츠는 한국에서 철수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지금은 쿠팡이츠가 우버이츠의 시스템을 모방해 성업 중이다.

두 번째 정거장은 배달 중개 서비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플러스 유형이다.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플러스는 주문 중개 앱 독점을 바탕으로 비교적 탄탄한 규모의 플랫폼 사가 배달 대행 서비스에 진출한 예다. 주문 중개 앱으로 들어온 주문 대부분을 배달 대행사들이 처리하지만,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맛집으로 선정한 음식점의 주문은 자기들이 만든 배달 대행사를 활용한다. 라이더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만든 자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마지막으로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로 대표되는 한국형 배달 대행 플랫폼인 프랜차이즈 형이다.

현재 배달 산업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한국형 배달 대행 플랫폼이다. 이 안에서도 차이가 크지만, 본사가 자사의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노동자에게 입히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으며 설사 책임을 지더라도 프랜차이즈 지점장이 지는 형태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플랫폼의 형태는 양자 또는 3자 중개다. 손님-음식점-라이더(3자)를 연결하거나, 클라이언트와 노동자(양자)를 중개한다. 그런데 한국은 주문 중개 플랫폼(배달의민족, 요기요 등)과 배달 대행 플랫폼(부릉, 바르고 등)이 나뉘어 있다. 여기에 동네 배달 대행사가 끼어 있다. 그래서 한국의 플랫폼 산업은 2개의 플랫폼(주문 중개, 배달 대행)이 손님-음식점-동네 배달 대행사-라이더, 이 4자를 중개한다.

여기에는 배달 대행 플랫폼사와 동네 배달 대행사의 독특한 관계도 있다. 배달 대행 플랫폼사는 동네 배달 대행사와 ‘위탁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이 동네 배달 대행사는 라이더와 ‘알선 계약’을 맺는다. CU 편의점 알바가 CU 본사의 직원이 아니고 동네 편의점의 직원인 것처럼, 플랫폼 회사는 라이더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라이더는 플랫폼사의 로고가 찍힌 배달통을 달고 배달 조끼를 입어야 한다. 게다가 CU 편의점 알바가 가맹점의 직원인 것과 달리, 라이더는 배달 대행사의 직원도 되지 못한다. 두 번 멀어지는 셈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쓴 ‘현장’ 이야기

플랫폼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2017년 7월 카카오톡은 카카오뱅크를 출범했고, 2018년 마켓컬리 광고에 배우 전지현이 등장했으며, 2019년 타다는 플랫폼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됐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등장에 열광했으며, 이들 기업은 소비자 편익과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이런 분위기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탄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플랫폼이 주목받으면서 배달 산업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플랫폼 배달 산업 관련 콘텐츠가 쏟아졌다. 대부분 외국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는 드물다. 아마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만큼 플랫폼 노동자가 플랫폼 노동 문제를 현장감 있게 전문적으로 다룬 책은 아직까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쓴 박정훈은 한국 최초의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다. 알바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4대 보험은 되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 우연히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게 됐다. 2018년 여름, ‘폭염수당 100원을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 시위가 주목받은 데 힘입어 라이더유니온을 만들게 되었다. 배달 일 한 지 이제 4년, 그는 맥도날드, 우버이츠, 쿠팡이츠, 동네 배달 대행, 배민라이더스를 두루 경험했다.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라이더는 물론이고 동네 배달 대행사 사장부터 유명 플랫폼 기업의 임원, 정부 부처 관료와 국회의원, 박사, 법조인, 음식점 사장 등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 책은 그 경험의 산물이다.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각 장 뒤에 현직 라이더들의 사연, ‘나는 라이더’가 실려 있다. 라이더가 된 치킨집 사장 남도 씨, 배달 경력 30년의 덕재 씨, 맥도날드 라이더에서 배달 대행 라이더로 변신한 효성 씨 등의 삶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플랫폼의 시대, ‘인간의 노동’에 관해 – 김훈 작가 추천!

이 책을 추천한 《칼의 노래》 김훈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의 제목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플랫폼자본주의가 작동되는 방식을 요약하고 있다.”

“플랫폼은 인간의 일상 전체를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확보하고 여기에 노동을 접속시켜서 이 연결을 이윤의 원천으로 삼는다. 플랫폼은 그 거대하고 치밀한 망(網) 안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의 시간과 기능을 세분화해서 자기 착취의 구도 안에 가둔다. 플랫폼에서 노동자들은 플랫폼에 고용되어 있지 않고 스스로 사장이며 고립무원의 단독자이다. 플랫폼은 자본주의의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 존재 방식은 신기루와 같고 허깨비와 같아서 법과 제도로 규제하기 어렵다. 배달 노동자 박정훈은 이 끝없는 미궁 속을 달리면서 인간의 몸으로 부딪친 현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오토바이 두 바퀴는 이 시대의 험악한 최첨단 지대를 달리면서 ‘인간의 길’을 내고 있다.”

이처럼 김훈 작가는 배달의민족으로 상징되는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인간의 노동을 왜곡하는 플랫폼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으로 간명하게 파악한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을 ‘플랫폼은 노동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노동하지 않는다’로 읽어도 무방하다. 이 책은 플랫폼의 시대, ‘인간의 노동’에 관한 이야기다.

라이더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위에서 설명한 한국형 플랫폼 산업이 낳은 문제는 다종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배달 라이더의 지위 문제가 있다. 개인사업자로 볼 것인가, 근로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배달료 산정 방식, 라이더 처우, 산재 처리 문제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유상운송보험’이라는 이름의 영업용 보험 문제도 있다. 이 보험료가 20대 라이더에게는 연 1,000만 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을 들 수가 없다.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보험사는 보험료를 높이고, 보험료가 높기 때문에 라이더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륜차 시스템 문제도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한국에는 오토바이 정비 자격증이 없다. 이러다 보니 표준공임단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르는 게 값이다. 오토바이 부품 가격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해외 직구를 하는 예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10~20만 원의 바가지보다 ‘불신’이다.

그러나 라이더 박정훈은 한국형 플랫폼 산업이 낳은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대안 찾기에 나선다. 1장에서 ‘플랫폼이란 대체 무엇이고, 왜 등장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책을 시작하는 이유다. 노동의 입장이 아닌 자본의 입장에서 왜 플랫폼이 필요한지, 이게 정말로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방향인지를 고민해야 더욱 풍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관한 쉽고 현장감 넘치는 설명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런 질문은 ‘자유롭게 로그인, 로그아웃하는 노동자에게 노동법의 최저임금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라이더와 음식점 사장은 모르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지휘·감독이 아닐까?’라는 또 다른 근본적인 물음으로 나아간다. 그는 오늘도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동료 라이더들과 함께 “이 시대의 험악한 최첨단 지대를” 달린다.

배달료는 비싼가?

책은 배달 산업과 노동에 관한 첨예한 논의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배달료’ 문제를 박정훈 위원장의 목소리로 소개한다(박정훈 페이스북 9월 7일 글 참조).

  • 과거에는 배달료가 무료였다?

배달료가 무료였으면 과거의 배달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어디서 나갔을까요? 음식 값이든, 박리다매를 노리고 업주가 부담하든 배달료는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배달을 외주화(배달 대행에 맡기면서)하면서 배달료가 소비자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뿐입니다.

  • 1.5km 이내 배달료는 어떻게 분배되나?

음식점 사장님은 주문 중개 플랫폼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에 5.8%~12.5%를 지불합니다. 주문접수를 해주는 플랫폼 값인데, 광고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문이 들어온 뒤에 배달할 때 배달 대행사에 3,500원에서 4,000원 정도를 지불해왔습니다. 그러면 배달 대행 프로그램인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에 100원 정도를, 동네 배달 대행사에 200~400원 정도를 지불하고 라이더에게 갑니다. 이 배달료의 절반 정도를 음식점 사장이 지불하고 절반은 소비자에게 내라고 하는 겁니다. 영업을 위해 배달료를 업주가 다 떠안기도 합니다.

동네 배달 대행업에서는 음식점을 확보하기 위해 이 배달료를 떨어트리는 경쟁을 했습니다. 누구나 창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배달료가 오르지 않은 겁니다. 최근 배달료 논란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뿐입니다.

  • 배달료는 비싼가?

만약 직접 고용해서 라이더에게 임금을 지불했다면, 월 300만 원 정도를 지불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보다 더 많거나 적을 수도 있는데, 보통 이정도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4대 보험, 연차, 퇴직금, 오토바이값, 기름값, 보험료 사고 났을 때의 책임을 생각하면 월 300만 원보다 더 많이 부담해야겠지요. 적어도 월 400만 원은 될 겁니다. 이걸 고려해서 실질 배달료 부담액을 계산해야 합니다. 한 명만 고용해도 이 정도 금액을 부담해야 합니다(물론 맥도날드 라이더들은 최저임금에 건당 수수료가 400원 정도 붙습니다).

  •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가 5,000원 넘게 나왔다면?

장거리 배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달 앱에 나오는 상점은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광고 알고리즘에 따라 자신에게 노출됩니다. 음식점에서 먼 거리에 있는 손님의 동네에 광고를 하면 그 손님에게 음식점이 노출됩니다. 손님들은 이 거리를 잘 보지 않고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3~4km 떨어진 프랜차이즈 음식점 배달할 때 ‘가까운 곳 놔두고 왜 이리 먼 곳에서 시키지?’라는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오토바이 배달에 125cc급 오토바이가 등장한 이유도, 장거리 배달이 시작된 이유도 이 광고 때문입니다. 먼 거리 배달은 라이더들이 안 가기 때문에 할증을 붙이지 않으면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게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배달 음식점을 찾아서 배달을 시키는 게 좋습니다. 배달 앱도 이런 시스템을 잘 설명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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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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