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비리’ KB금융
    윤종규 회장, 3연임 성공?
    노조·청년·시민 “윤종규는 채용비리 주범, 사퇴해야···3연임 저지투쟁”
        2020년 09월 18일 0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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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증손녀 채용비리’, ‘셀프연임’ 논란이 제기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선정하면서 ‘3연임 장기 집권’이 사실상 확정됐다. 시민사회계와 KB금융그룹 노동자들은 “회추위가 또 다시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윤종규 회장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회추위는 지난 16일 윤종규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 4명의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거쳐 윤종규 현 회장을 최종 후보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면 3년간 더 KB금융을 이끌게 된다.

    윤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한 이유로 탄탄한 경영성과가 꼽힌다. 선우석호 회추위 위원장(홍익대 교수)은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줬다”며 “윤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회추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16일 kb금융 본사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모습(사진=금융정의연대)

    윤종규 회장 채용비리, 셀프연임 의혹에도…회추위 거수기 전락 비판
    “채용비리 주범 윤종규 회장, 3연임 강력 반대”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해온 일부 정치권과 청년·시민사회단체와 KB노동조합은 회추위의 이 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윤 회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금융정의연대, 민달팽이유니온,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 청년유니온 등은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KB금융은 채용비리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또 한 번 외면하고, 셀프연임 논란과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KB금융에 등을 돌린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저버린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 시민사회‧청년단체‧정당은 채용비리 주범으로 자격 미달인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는 윤종규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은 판단컨대 다른 후보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은 아닌지, 3연임 반대 의견서조차 수령을 거부하는 등 처음부터 짜인 계획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회추위는 다가오는 9월 25일 진행될 최종후보자 검증이 요식행위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 채용 청탁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같이 철저한 자격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회추위가 윤종규 회장의 회장 선임을 강행한다면 주주총회 반대 운동 또한 진행할 것”이라며 “윤종규 회장은 지금이라도 청년들에게 사죄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도 전날 성명서를 내고 “노동조합은 직원들과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건전한 여론을 철저히 짓밟은 채 결국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을 강행한 회추위를 강하게 규탄하면 윤종규 회장에게 즉각적인 후보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KB노협은 “윤종규 회장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그날까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배치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상대로 반대 의결권을 모집하고 국회와 국민 앞에 3연임 저지를 호소하는 등 흔들림 없는 3연임 저지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탄한 경영실적?
    KB노협 “실적 압박, 성과우선주의 조직 문화 해악 가져온 인물”

    윤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탄탄한 경영실적에 대해서도 이견은 존재한다.

    청년·시민사회계는 “회추위는 3연임 사유로 ‘성공적인 M&A’를 들고 있는데, LIG손해보험은 전임 회장이 인수 계약을 한 것이고, 현대증권과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인수대금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있다. 특히 KB증권은 라임사태에 연루되어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회추위가 이러한 사실은 외면한 채 윤종규 회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한 것은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9년이라는 세평을 사실로 입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용비리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경영성과를 차기 회장직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공공성을 지닌 금융회사 수장의 평가 기준이 고작 ‘돈과 실적’이라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논리는 거의 고리대금업자의 자격을 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 재임 중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사내 조직 문화를 양산하고 은행의 공공성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KB노협은 “윤종규 회장은 6년간 KB금융그룹에서 최고 경영자로 군림하며 직원들을 무한의 실적 압박과 성과우선주의로 내몰아 조직 문화에 해악을 가져온 인물”이라며 “그로 인해 직원들은 협업 대신 개인주의적인 이기적인 경쟁을, 고객에게는 포용적 금융 대신 무한 이윤을 앞세운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를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추위는 윤종규 회장의 경영성과를 선정이유로 밝혔지만 치적을 부풀리기 위한 단기 성과주의와 몸집 불리기는 훗날 KB금융에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KB노협이 실시한 KB금융 직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0% 가까이가 윤종규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한다고 답하며 “단기 성과 위주로 업무강도 심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증손녀 채용비리 의혹,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했는데 4등으로 ‘합격’
    “이제는 ‘할아버지 찬스’까지…중대한 결격사유”

    윤 회장은 자신의 증손녀를 KB금융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회장 3연임 반대에 청년 국회의원인 류호정 의원이나 청년단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회장의 종손녀 A씨는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을 했지만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종손녀에게 최고 등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류 의원과 청년·시민사회단체들은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고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라며 “3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윤종규 회장은 ‘종손녀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되어 있지만 검찰 수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회장 증손녀 채용비리는) 아빠찬스‧엄마찬스를 넘어 ‘할아버지 찬스’까지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무늬만 공채’인 채용으로 청년들을 기만했다. 이는 회장으로서 매우 중대한 결격 사유”라며 “윤종규 회장은 즉각 후보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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