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당대표 후보 2차 토론
    정파·특별복당·문재인마케팅 놓고 ‘설전’
    1차 토론 이어 현안 입장과 능력, 비전 차이 드러나
        2020년 09월 17일 07: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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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목동방송센터에서 ‘정의당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4일 정의당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첫 토론회 이후 두 번째다. 이번 토론회에서 당대표로 출마한 김종민·김종철·박창진·배진교 등 4인의 후보는 당내 정파, 특별복당, 리더십 등에 관해 이견을 드러내며 또 한 번 설전을 벌였다.

    김종철은 “민주대연합 끝났다며 ‘문재인 마케팅’” 배진교 비판
    배진교는 박창진 향해 “민주당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의견 밝혀라”

    김종철 후보는 배진교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서있는 이미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구청장은 배진교뿐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사진을 꺼냈다. 해당 현수막은 배진교 후보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를 알리기 위해 거리에 내건 홍보용 현수막이다.

    김종철 후보는 “배진교 후보가 이번에 ‘민주대연합은 끝났다’면서 차별화를 강조하는데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이고 (경쟁 구청장 후보로) 민주당 후보가 있음에도 이런 구호를 썼다”며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더 나은 지방자치를 위해 나아가겠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선거에서 이런 구호를 쓴 것은 ‘문재인 마케팅’을 한 것 아닌가.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후보는 “21대 총선을 계기로 민주대연합이 끝났다고 얘기하는 것이고 이제는 민주당과의 개혁공조가 아니라 (정의당이) 개혁을 선도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세력이 커졌고 진보개혁진영이 위축돼있었기에 민주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선거도 개혁공조 범위 안에 있었다. 현수막은 선거마케팅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2중대론에 시달려온 만큼 이날 토론회에서도 민주당과의 관계 문제를 놓고 질문이 오갔다.

    배진교 후보는 “2022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길목에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민주당은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박창진 후보에게 물었다. 친민주당 성향으로 알려진 국민참여계 지지를 받고 있는 박창진 후보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읽힌다.

    이에 박창진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현재를 봐야 한다. 당의 지지율이 전 같지 않다. 중앙당이 잘하고, 우리 내부가 단단해졌을 때 지역도 강화되는 것이고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민생에 가까운 일을 실천적으로 실행할 때 그 길 열릴 것”이라며 “우선 내년 보궐선거를 대비해서 내부 혁신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방송화면 캡처

    박창진 “배진교, 최대 정파 속해…정파가 선거 돕고 있나”
    김종민 “위성정당 불참하니 잠적…리더 자질 없어” 박창진 질타

    당직선거 돌입 직후부터 당내 ‘비밀주의 정파’를 거론해온 박창진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선 직접적으로 정파 문제와 배진교 후보를 엮어 비판하고 나섰다.

    박창진 후보는 “배진교 후보가 속한 정파는 당내 최대 정파라 당의 혁신을 추진할 힘도, 기회도 있었다. 그럼에도 당의 혁신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정파가 혁신의 의지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상태가 정파의 기득권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인지 답해달라”고 말했다.

    배진교 후보는 “정당 내 의견그룹이 공개적으로 활동하자는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배진교 후보는 당내 최대 정파인 인천연합에 소속해있다. 경쟁 후보들이 인천연합을 겨냥해 당내 정파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비판에 나서자 출마선언문 등을 통해 ‘정파구도 해체’를 못 박았다.

    이어 김종철 후보는 “제가 속한 정파는 홈페이지 게시판만 가도 전국위가 있을 때 사안마다 의견을 밝혀왔다. 그런데 배진교 후보가 소속한 정파는 당내 가장 큰 정파임에도 너무 공개적으로 활동을 안 했다.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는 정파에 속해있으면서 ‘정파 구도 해체’를 얘기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후보는 박창진 후보가 대표로서 책임감이 없다며 지난 총선 과정에서의 박창진 후보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종민 후보는 “박창진 후보가 당대표로서 불안하다는 여론이 있다. 총선 시기엔 밤낮으로 뛰어야 하는데, 박창진 후보는 주요한 당직을 맡고 있고 비례대표 후보였음에도 잠적한 경우가 있었다. 한 번은 위성정당 논란 때이고, 두 번째는 비례대표 순위가 결정된 이후”라며 “당 대표가 되면 무한 책임을 지고 닥쳐오는 모든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창진 후보는 “사실과 다른 말씀이라 황당하다. 제가 어떻게 사라졌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비례후보 순번이 정해진 후 공식 등록기간에 저는 잠시 고민을 했고 심상정 당대표와 면담했다. (심상정 대표가) ‘당의 지지율 향상과 대중성을 위해 박창진 후보가 이번에 꼭 나와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 의지를 굽히고 후보 등록을 했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는 (총선 시기) 전라도 목포부터 강릉까지 제일 많은 지역을 순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종민 후보는 “당이 어렵고 이견이 있을 때마다 페이스북 계정이 없어지고 일정 기간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 빠지는 건 리더로서 자격을 갖지 못한 모습이라고 본다”고 거듭 비판했다.

    전국민 고용·소득보험제 견해 묻자
    박창진 “그보단 사회안전망 강화해야···대표는 정책 전문가 아니다”
    김종민 “정당은 원래 리더와 정책으로 표현”

    정책 관련 토론에선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당론으로 추진되는 정책을 ‘강연’을 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졌다.

    김종철 후보는 박창진 후보에게 “최근 정부여당이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하겠다고 하고, 정의당은 정부 정책으론 부족하다고 보고 전국민 고용 및 소득보험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른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얘기하고 있다. 저는 우리 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고용 및 소득보험제도가 기본소득보다 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창진 후보는 “당론으로 진행하는 법안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우리는 진보의 가치를 표방하는 진보정당이고 그 어떤 정당보다 국민의 삶과 생활 개선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에 변화하는 노동·사회구조, 기후 위기가 만들어낼 새로운 변화 속에서 사회 안전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전국민 고용·소득보험제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사회안전망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정의당은 임금노동자는 물론 비임금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제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당의 주력 법안이기도 하다.

    김종철 후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핀트가 안 맞는다”고 지적하며 “고용 및 소득 보험은 특수고용노동자뿐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보험료를 납부하면 폐업이나 소득이 줄었을 때 고용보험처럼 소득을 보장해주겠다는 제도다. 정부는 우선 (일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만 적용해보고 자영업자는 이후에 고민하자는 것이고, 기본소득은 일정 금액을 일괄적으로 주자는 것이다. 이런 대안들을 놓고 어떤 토론을 하자는 것인지 묻는 것”이라고 다시 질문했다.

    이에 박창진 후보는 “이 모든 문제의 배경엔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이 있고 시대전환의 문제가 있다”며 “당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의당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확장 재정에 관한 논쟁도 이어졌다.

    김종철 후보는 “정부의 내년 예산 555조가 올라 왔는데 정의당은 600조 시대 열자고 하고 있다. (확장 재정 주장에 대해) 미래 세대가 불안하다는 반론이 나올 텐데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생각인가”라고 박창진 후보에게 물었다.

    박창진 후보는 “당대표가 정책적인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당원 마음을 모아내는 것이 필요하지, 정책가가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증세를 논의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종민 후보는 “정당은 원래 국민에게 리더와 정책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대표가 어떤 정책적 아젠다를 끌고 갈 것인지가 대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인데 매번 정책전문가 잘 모시겠다는 태도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창진, 거듭 ‘특별복당’ 이슈 제기
    김종철 “이전 결정 잘못이라고 선언하자는 건가…쉽게 접근할 문제 아냐”
    김종민 “숨은 의도 갖고 있기에 매우 불순”

    박창진 후보는 1차 토론회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복당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제기하고 나섰다. 위성정당 불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논란으로 탈당한 당원이 당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은 당헌·당규상 탈당한 당원은 6개월 내에 복당할 수 없다.

    박창진 후보는 김종민·김종철 후보에게 특별복당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1차 토론회 당시 배진교 후보는 특별복당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김종철 후보는 “정당이 특별한 일을 하려면 명분과 절차 과정이 필요하다. (탈당한 당원이) 다시 돌아오면 좋겠으나 그 명분 만들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당헌·당규와 달리) 특별하게 복당을 추진하면 당은 그 이전의 결정들이 잘못됐음을 선언해야 한다. 위성정당 참여하지 않은 것도 반성해야 하고, 조문 논란 당시 피해자를 얘기한 것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당이 이미 내린 결정과 조치가 옳았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또 탈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접근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종민 후보는 “탈당한 당원에 대해 마음 아픈 것을 표현할 수 있다. 문제는 박창진 후보가 특별 복당에 대해 숨은 의도를 갖고 있기에 매우 불순하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비례위성정당 논란이나 박원순 조문 논란 등 이런 문제에 대해서 숨은 의도가 있다면 저는 그 문제에 대해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과의 통합, 연대를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읽힌다.

    이에 박창진 후보는 “다른 의도는 없다. 당원이 다시 마음을 모아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라며 “위기의 순간에 당원과 소통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성찰 갖자는 의도”이라고 해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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