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이 더 나서 재벌 방패막이 앞장"
        2006년 10월 14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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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쳐보였다. 국회 재정경제위 국감 증인 채택을 논의한 13일. 오전에는 외국환평형기금 손실에 대한 감사청구 건이 부결됐고,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고발 건이 또 부결됐다.

    이어서 올해 자신이 신청한 국감 증인들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일일이 표결처리를 통해 면죄부를 주는 것을 보면서 심 의원은 참담함을 느꼈다며 나머지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심 의원은 이날 증인채택 부결에 대해 “재경위가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간 경제권력에 굴복해 서민경제 파탄의 공범임을 자임한 꼴”이라며 “특히 여당이 재벌총수 방패막이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13일 뒤늦게 시작한 재경부 국감중 밤 9시경에 잠시 회의장을 빠져나와 전화인터뷰에 응했다. 심 의원은 “오늘 많이 지쳐 보인다”고 하자 “지친 건 아니고…참 많이 힘겹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오늘 신청한 증인채택 건이 줄줄이 부결됐다. 심경은?

       
     ▲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 지금 서민들이 많이 힘든 상황이다. 국정감사를 맞아 재경위의 책임이 막중한 시점이다. 더군다나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책임을 따지자면 재벌총수와 외국투기자본세력과 같은 성역을 건드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벌총수, 외국투기자본 대표, 김앤장 대표 변호사 등 신청한 증인이 모조리 부결됐다. 성역에 날개가 꺾인 재경위를 바라보면서 절망할 서민들을 생각할 때 억장이 무너지는 비통함을 느꼈다.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결국 재경위가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간 경제권력에 굴복해 서민경제 파탄의 공범임을 자임한 것이다.

    – 이렇게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나.

    = 그동안 의원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일일이 개별로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표결처리한 적이 없었다. 표결처리에서 몇 명은 논란이 되리라고 봤지만 줄줄이 부결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증인 채택이 상임위 사안이긴 하지만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의 위상이나 법적으로 하자가 분명한 것이 아니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다른 상임위에도 출석해야 하는 기관장들에 대해서는 하위직이라도 출석을 시키자는 양해가 이뤄졌음에도 표결로 처리해 부결시켰다.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인 증인도 제외시켰는데 과거 국감때에도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 증인석에 서지 않았나.

    법적인 잣대를 가지고 다투는 것은 사법부가 할 일이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국민의 눈높이로 밝힐 것이 있는데 재판중, 수사중이라고 나오지 말라고 한다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

    이건희 회장은 스스로 증인에 서겠다고 했는데 부결시켰고 태평양을 넘나들면서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 밝혔던 투기자본의 총수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등을 알아서 배려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 아이엠에프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길잡이 노릇하고 있는 김&장의 대표 변호사도 부결시켰다. 이런 것으로 볼 때 논리의 문제 아니고 재경위가 이미 경제권력에 의해 포획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재벌총수 감싸기에 나선 것 같다. 특히 여당이 앞장선 것 같은데.

    = 작년까지는 한나라당이 주로 재벌총수 감싸기에 나섰다. 물론 열린우리당도 동조하긴 했었다. 하지만 올해 특징은 여당이 무증인 국감을 작정하면서 재벌총수 방패막이 자임했다는 점이다. 여당은 소속의원들이 증인을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 패배한 이후 내세운 명분이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총수 불러내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선거 참패의 원인과 민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국감 전략에 차질은 없나. 향후 국감에 어떻게 임할 생각인가.

    = 국감이라는 게 경제 현안과 쟁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자는 것이다. 핵심적인 증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매번 하는 업무보고와 다를 바 없다. 그런 점에서 신청한 증인이 채택되지 않아 서민경제 파탄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차질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국회로 보내주신 서민들 고통과 절망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주어진 조건에서 결코 굴하지 않겠다.

    다시 한번 국회를 민중의 대표기관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민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해서 국감에 임하겠다. 이 참담함을 씹고 또 씹어 서민경제를 무너드린 경제성역에 더 힘을 내서 맞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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