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통한 심정으로 증인신청을 철회합니다"
        2006년 10월 13일 06: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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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비통한 심정으로 제가 신청했던 증인을 철회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구조에서 표결을 해본들 다 부결될 것입니다. 여러 동료의원들의 고충을 덜어드리고 재경위의 참담한 위신을 감안해서 신청한 증인을 모두 철회하겠습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13일 열린 국회 재정경재위 회의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밝히기 위해 자신이 신청한 국감증인 채택 건이 표결에서 줄줄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날 재경위는 오전 회의에서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검찰 고발건을 부결시킨 데 이어 이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 건 역시 부결시켰다.

    고발 건 표결에서는 심상정 의원과 박영선, 채수찬, 이미경, 이목희(이상 열린우리당), 원희룡(한나라당), 김종인(민주당) 의원 등 7명만이 찬성표를 던져 재석 18명의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열린우리당 정덕구, 우제창 의원, 국민중심당 신국환 의원 등 3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에 기권하거나 불참한 의원은 문석호, 강봉균, 박명광, 송영길, 오제세, 이계안(이상 열린우리당), 엄호성, 서병수, 유승민, 윤건영, 이한구, 이혜훈, 임태희, 최경환(이상 한나라당) 의원 등 14명이다.

    특히 재경위는 이건희 회장과 김승연 회장에 대한 고발은 하지 않으면서 김 회장과 동일한 사유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한 남종원 전 메릴린치 서울지사장은 고발하기로 결정해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빈축을 샀다.

    국정감사 증인채택 건을 처리한 오후 회의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심해 심 의원이 신청한 증인채택 건을 하나둘씩 부결시켰다. 심 의원은 이를 보다 못해 신청한 나머지 증인을 모두 철회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결국 1998년 기아자동차 사태 개입,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 건은 찬성 3명, 반대 2명, 기권 8명으로 부결됐다. 이 회장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보수정당들이 ‘알아서 회장님을 빼준’ 격이 됐다.

    이 회장 외에도 편법상속 의혹을 받고 있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론스타 사태와 관련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김영무 김&장 대표 등도 국감 증인으로 나오지 않게 됐다.

    외국환평형기금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신청한 김진표 전 재경부 장관에 대한 증인채택 건도 부결됐다.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은 “지금까지 동료의원을 국감 증인으로 세운 적이 없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경위는 외국환평형기금 감사 청구 건, 국감 불출석 증인 고발 건, 증인채택 건을 처리한 후 재경부 국감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파행이 거듭되면서 국감이 예정보다 늦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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