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당대표 1차 토론회
대표 후보들, 입장 차이와 자질 드러나
김종민·김종철·박창진·배진교, 정책·공약·비전 등 논의
    2020년 09월 15일 07: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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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6기 지도부를 뽑는 조기당직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심상정 대표 등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아 당 밖의 관심도는 떨어지지만, 총선 실패를 딛고 당의 재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만큼 차기 당대표 선거는 당내에서는 큰 관심사다. 2파전으로 치러졌던 지난 당대표 선거 때보다 후보군이 2명이나 더 늘어났고, 각 후보들은 사안마다 제각각 다른 의견을 전개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종민‧김종철‧박창진‧배진교 후보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1차 당대표 토론회에서 당대표 후보로서의 정책과 공약, 비전을 밝혔다. 토론회는 각 후보의 정견발표, 정책‧공약 발표, 주도권 토론, 마무리 발언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특히 주도권 토론에선 자산 재분배를 위한 증세, 당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 등 당 안팎의 문제에 관한 날선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각 후보들의 자질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에선 당직선거 돌입 직전 언론을 통해 부각됐던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후보들 모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사진=정의당

뜬금없는 정파 논란…정의당 위기의 본질은?

당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에 대해 박창진 후보와 김종철 후보는 각기 다른 해석으로 각을 세웠다.

박창진 후보는 “당원 4분의1이 떠났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다. 이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왔다”며 “정의당의 역사가 자긍심으로 남기 위해선 익숙하지만 낡은 것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조문 비판과 자당 의원들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거부 등 논란으로 벌어진 탈당 사태를 당의 위기라고 판단한 것인데, 박창진 후보는 이 위기의 원인으로 이념적 독선과 비밀주의 정파, 당원을 계몽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태도 등을 지목했다.

탈당 사태를 불러온 최근 논란들이 비밀주의 정파 구습에서 비롯됐다는 박창진 후보의 진단과 대안이 틀렸다는 비판이 즉각 등장했다.

김종철 후보는 “많은 당원이 탈당한 것도 안타깝고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성찰할 대목”이라면서도 “몇 가지 사안의 중심에 있던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특정 정파에 소속된 인물이 아니다. 최근 논란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의제가 등장하는 데에 당원이 토론하고 합의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정의당을 링 위에 올라온 선수가 아니라 링 밖의 채점자 역할로 생각한다. ‘조국에 대한 입장이 뭐냐’, ‘추미애 장관 아들에 대한 입장 뭐냐’에 대한 답으로 정의당을 평가한다”며 “정의당 가장 큰 위기는 정의당만의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과 달리 정의당에선 정파가 큰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젠더 이슈나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각 의견 그룹들이 각기 다른 주장을 펴면서 벌어진 논란은 있었지만, 이를 정파 갈등으로 보는 경우는 없었다. 최근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 등을 경쟁하듯 보도한 언론들도 이를 정파 갈등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 역시 탈당을 당의 위기의 징표로 여기진 않았다. 대신 진보정당인 정의당만의 분명하고 선명한 정책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김종민 후보는 “정의당을 향한 국민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며 “국민들은 정의당한테 여야를 가리지 않는 사이다 비판, 현장성, 선도적인 정책, 지역구에서의 대안을 원한다. 그러나 정의당은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댓글 정치’만 해왔다. 이제는 분명한 정책적 아젠다를 가지고 ‘본문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교 후보는 “의석수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정의당의 근본 위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 노동존중, 젠더평등 중심으로 선명한 정의당 정체성 확립해야 우리 당원 가슴 속 낙담 극복될 것”이라며 “정의당의 위기를 이유로 사회적 위기를 방치해선 안 된다. 혁신위가 성공 못한 것도 당 내부 문제만 천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갑질 투쟁 전략은 없고…정파 폐해 답습”
박창진 “정파 자체 부정한 적 없어, 억측 삼가달라”

당의 위기의 원인을 비밀주의 정파에 있다고 주장한 박창진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질문이 나왔다. 박창진 후보 본인도 주로 국민참여계 인사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선거를 치르면서 타 정파를 ‘비밀주의’, ‘구습’, ‘낡은’ 등의 표현으로 왜곡하면서도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박창진 후보 스스로가 정파의 폐해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민 후보는 “갑질 투쟁의 상징이라 해서 이쪽 영역에서의 정의당의 역할, 전략을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없고) 전반적으로 당 내부 안티태제를 제시했다”며, 특히 성현 전 혁신위원이 명확한 사퇴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박창진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서 “(박창진 후보한테) 줄서는 모습”이라며 “정파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나쁜 정파와) 똑같이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창진 후보는 성현 전 위원의 사퇴 이유에 대해 “우리 안의 소통 부재,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을 극복하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대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공개적으로 활동하고 건설적인 제안이 없을 경우 정파는 연고 집단에 불과하다는 것이지 정파 자체를 부인한 적이 없다”며 “우리 선본엔 다양한 사람 있다. 진단과 해결책에 대한 동의가 있었기에 함께 하는 것이다. 억측은 삼가 달라”고 했다.

불평등 해소 정책 놓고 신경전
세습 자본주의 타파 위한 구체적 정책 뭐냐 묻자

박창진 “당 재정 3분의 2 정책 개발”…동문서답
김종철 “정책도 말 못하고…너무 준비 안 돼 있다” 비판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재분배, 증세 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김종철 후보는 “박창진 후보는 세습자본주의를 깨겠다고 했고, 강력한 재분배 정책도 얘기하는데 강력한 재분배 수단으로서 우리나라 세금 정책 중 어떤 부분에 착목하겠다는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박창진 후보는 “저는 정책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의 재정 3분의 2를 당 정책 개발에 투입하도록 하겠다”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이에 김종철 후보는 “정책도 굉장히 분야가 다양하다. 어떻게 세습자본주의를 깰지에 대해서 구상이 있어야만 어떤 정책위원을 영입할지, 어떤 정책에 얼마를 투입할지 나올 수 있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정책위원회를 잘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당 대표가 아닌 일반의) 발언과 똑같지 않나”라며, 세습자본주의 타파와 강력한 재분배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 같은 질문에도 박창진 후보는 “진보정치의 가치가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세습 자본들, 1%의 상위계층들과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목소리조차 낼 숴 없는 약자들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세습자본과 싸워나가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이어 “세습자본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불평등의 문제가 항상 함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이를 구조적으로 더 선명하고 세심하게 조정해나가고 약자들을 대변하자는 그 과정에서 세습자본이 언급됐다는 이유로 그 맥락을 무시하고 단어에 집착된 말씀을 하는 것은 제 의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철 후보는 “재분배를 얘기하면서 ‘세금을 어느 정도로 하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고, 박창진 후보는 “차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증세 방안에 관해 약간의 이견도 드러났다.

김종민 후보는 “김종철 후보가 소득세 인상 정책을 제안했는데,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 소득세율을 높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핀셋 증세 아니라 초고액 자산가에 대한 부유세를 기본으로 해서 보편적 증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후보는 “동의한다. 다만 고소득자들에 대한 소득세를 50%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선 서민층도 증세에 동참하자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쪽만 세금을 내고 다른 한쪽은 받기만 한다면 세금의 사회연대적 성격도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민 후보는 “어렵고 힘든 사람도 동참하자고 하기 전에 수퍼 부자에 대한 강력한 증세 정책을 통해 서민을 동참을 끌어내는 순서가 맞다”고 반박했다.

배진교 “위기 나열로 당 대표하나”
박창진 “후보 3인, 당 위기에 책임 있어”

배진교 후보가 “모든 일이 경험 있어야 가능하진 않지만 당대표 지위는 당무 전체를 통할해야 한다. 지역위원회, 시도당 등 당 조직 경험이 전무한데 당대표로서 당내 수많은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계획인가”라고 박창진 후보에게 물었다.

박창진 후보는 “솔직히 당의 운영을 말한다고 하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당 운영과 관련된 능력을 갖춘 분들과 함께 하겠다”면서도 “위기에 있는 정의당에 필요한 대표는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당의 위기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진교 후보 등 3명의 후보는 당 지도부로 활동했는데 현재 당이 위기라면 이 위기에 책임 없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배진교 후보는 “그렇다 하더라도 위기의 나열만으로 당대표를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며, “진보정당은 늘 정책적으로 다른 정당을 끌어오는 발화자 역할을 했는데 그런 측면에서 박창진 후보가 생각하는 정의당의 진보적인 정책은 무엇인가”고 물었다.

박창진 후보는 “시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생태 위기,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세계 등 새로운 노동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은 정책적 중심 정당으로 서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되면 3개월 이내에 정책 중심 정당으로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뒤이어 김종철 후보는 박창진 후보가 당의 대표로서 자질이 없다는 취지의 우회적 비판을 내놨다. 그는 “어떤 사안에 대해 정부와 국회, 정치권이 대안을 만들 준비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정치인이나 리더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에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0%의 확신을 가지고 끌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박창진 후보에겐 그런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창진 후보는 “김종철 후보가 당대표 역할을 확정적으로 규정했다. 어떤 당대표가 필요하고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는 당원들에게 묻는 게 선행돼야 한다. 저는 당원 여러분으로부터 선택 받을 것이지 3명의 후보에게 선택을 바란 것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사회운동 대중정당이 뭐길래
배진교 “대중정당에선 운동정당이라는 표현 잘 안 써” 지적에
김종철 “지역과 당을 유기적으로 연결” 답변

당 혁신위원회 내 이견으로 결국 혁신안에 담기지 못한 ‘사회운동정당’에 관한 갑론을박도 있었다. 김종철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정의당이 ‘사회운동 대중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배진교 후보는 “당이 너무 원내에만 치중돼있었다면 사회운동정당을 강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정의당은이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 등을 시민사회와 힘 합쳐 진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종철 후보는 “작은 정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사회적인 거대한 운동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만 봐도, 100석이 훨씬 넘는 정당이지만 작년 조국 장관 논란을 방어하는 힘은 의회 안이 아니라 서초동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운동정당이라는 것은) 원내에서 의원들이 의제를 잘 잡되 전국 140개 지역위원회가 의원만의 활동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라는 당의 방침을 당원이 나서서 동네의 자영업자들과 함께 운동을 벌이는 것, 지역과 당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 그 힘이 국회로 전달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배진교 후보는 “원외 활동, 민생 정치활동이라고 표현해도 되는데 굳이 사회운동정당이라 명명하며 강조한 특별한 이유가 궁금했다. 정의당은 대중정당이라는 표현을 쓰지 운동정당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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