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당직선거 본격화
    위기진단 공통, 해법 달라
    김종민, 김종철, 박창진, 배진교 등 대표 후보로...도약과 몰락의 기로
        2020년 09월 09일 10: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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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의 차기 당대표 등을 뽑는 6기 조기당직선거가 시작됐다.

    후보 등록이 시작된 9일 정의당 대표가 되기 위해 출사표를 낸 후보는 김종민 부대표, 김종철 선임대변인, 박창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 총 4인이다. 후보 등록은 이날부터 이틀간 이뤄진다.

    당대표 후보 4인은 당이 위기에 있다는 공통적인 진단을 내놓았지만 각기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종민 김종철 박장친 배진교(가나다순)

    김종민 “야성 복원해 신기득권 민주당에 맞설 것”

    김종민 후보는 ‘당신의 진보정당, 정의당 독립선언’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당의 핵심 의제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 상임본부장을 맡고 있다. 앞서 서울시당 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총선에선 서울 은평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서울특별시 희망시정운영위원, 뉴타운세입자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출마의 변을 통해서도 “이번 당대표 선거는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것인가, 독립 정의당의 길을 걸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작아지는 것이 두려워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당의 위기의 원인이 정체성 약화, 지역‧부문에 대한 소홀함, 진보적 정책 아젠다 실종. 정치그룹 리더들의 보수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의 정체성은 커지는 것, 그 자체가 아니다. 정의당의 길을 걸을 때 커질 수 있다는 신념이다. 작아지지 않기 위해 정의당의 가치를 버리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의당이 독립적일 때 더욱 커지고 국민들 편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당대표의 독단적 당 운영 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1명의 리더, 1개의 정치그룹이 적자생존하는 정의당은 끝을 맺어야 한다. 100명의 정치리더가 공존연대하는 정의당이 시작될 것”이라며 “당장의 열매를 위한 외부연대가 아니라 자강을 위한 내부연합 정치를 우선해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후보는 “1세대 진보정치를 이끌었던 리더의 시간은 마무리됐다”며 “정의당 이름 빼고 다 바꾸겠다. 당대표가 제2의 혁신위원장이라는 자세로 임하겠다. 진보정당이 강한 야성을 복원하고 민주당의 신기득권과 맞서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 기득권 성역 모두에게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자신과 이웃의 삶을 바꾸기 위한 싸움
    …보수화된 민주당과 진검승부 벌여야 진보정당 비전”

    김종철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단순히 개혁에 머물지 않고 대안사회를 꿈꾸는 진보정당, 대중과 당원, 지역에 뿌리내리는 실력 있는 정의당을 만들겠다”며 “정의당은 진보정당의 자리를 단단하게 지키고 다지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지표를 과감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김종철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비서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대변인, 진보신당 대표 권한대행 등을 거쳐 정의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 정의당 선임 대변인까지 20년 간 진보정당과 함께 해온 활동가이자 촉망 받는 2세대 정치 리더로 꼽힌다. 2006년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고 2008년 총선부터 내리 4차례나 동작을에 출마했다. 지난 비례대표 경선에 나가 20번을 받았다.

    그는 “정의당의 4만 당원이 앞장서 세상을 바꾸고 우리 자신의 삶과 이웃들의 삶을 바꾸고자 싸워야 한다”며 “정의당이 진보정당답게 선도해야 한다. 갈수록 보수화되는 민주당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50% 이상 인상을 통한 재분배 복지국가,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전국민 고용 및 소득보장 보험’ 도입, 청년 기본자산제도 도입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드러낸 현실은 더 이상 오늘날의 세계가 이대로는 유지되기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원내 유일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탈자본주의 대안사회의 길, 우리 사회의 단단한 기반을 만들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원내중심 활동에서 더 나아가 사회운동과의 결합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 안에 머물러있는 정당이 아니라, 의회 바깥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회운동과의 결합을 통해 광장의 정치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보정당다운 정치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헌신한 활동가에게 국회의원 비례후보의 권역별 선출 등 기회 제공 등 당원과 지역의 힘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김종철 후보는 “당원과 활동가들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며 “어떠한 조직도 앞장서 헌신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 하물며 우리 당의 지역과 부문에는, 자신의 삶을 바치며 헌신해온 많은 활동가가 있다. 건강한 활동가 문화는 건강한 정당 문화의 엔진이다. 전국의 활동가들과 당원들을 연결하여, 더 단단해진 정의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창진 “우리는 낡았다…제2창당에 준하는 길 걸어야”

    박창진 후보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당원과 함께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박창진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20년 진보정치, 8년 정의당의 역사는 자부심의 역사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낡았기 때문”이라며 “지금 정의당이 해야 할 일은 ‘우리’를 바꾸는 일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제2 창당에 준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진보정치는 익숙한 여러 진보적 이념들을 묶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마디로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의당의 진보정치란 ‘다수 서민과 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 1% 특권층과 최전선에서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당 갑질근절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창진 후보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태의 피해 직원으로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서 8번을 받았다.

    박창진 후보는 “세습자본주의에 맞서는 정당으로 정의당을 재개조하겠다”며 “오늘날 불평등의 문제는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다. 세습자본의 3대 핵심인 소득·자산·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싸움을 하는 당으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국민 다수가 가장 고통 받는 문제에 집중하는 정당. 이것이 정의당만의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대 변화에 맞는 노동의 범위와 권리의 재정의, 부유세 등 과감한 부의 분배 정책을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 혁신과제로는 대표단 직속으로 ‘고위공직자 윤리위원회’ 설치 등을 언급했다. 그는 “당내 주요 공직자의 언행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에 당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주요 정치적 사안에 대한 당론 수립을 강화해 당의 주요 인사들의 언행이 제각각이 되어 논란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탈당한 당원에 대해선 별도 심사 없이 즉각적으로 당권을 회복시키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박창진 후보는 “특별복당 기간을 두고, 심사 없는 즉각적 당권 회복으로 정의당을 떠나간 당원들이 다시 모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강령, 노선 개정과 같이 당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일을 당원들과 함께 하겠다. 당원들이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당원들로부터 만들어진 안을 당원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당의 주요 결정 프로세스를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후 정의당 일부 의원이 조문을 거부하자 1천명 이상의 당원이 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특별복당 기간을 두자는 요구가 최근 열린 당대회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부결됐다.

    배진교 “상위 20%만의 공정…
    팬덤정치로 모든 것 은폐,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것”

    ‘행동하는 정당, 이기는 정의당’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배진교 후보는 “진보정당이 20년간 축적한 방대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오랜 경험, 격렬한 혁신의 과정에서 굳건하게 중심을 지킬 수 있는 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배진교 후보는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남동을 지역위원장,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 2017년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 공동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지난 총선 당내 경선에서 득표율 1위를 하며 비례 4번을 받아 당선됐다. 21대 국회 정의당 초대 원내대표다.

    배진교 후보는 “80%를 대변하기 위해 20%의 밖에서 움직이겠다”며 “바람에 흔들리는 회색정당도, 과거에 멈춘 이념정당도 정의당의 길이 아니다. 정의당은 가치 중심의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20%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사회다. 조국 사태와 부동산 폭등, 인국공 사태와 전공의 파업은 모두 20%, 그들만의 공정이고, 그들만의 정의”라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80% 대다수의 시민들을 동원하는 팬덤정치는 기승전 검찰개혁이란 마술로 모든 것을 가리기도 한다.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금수저 욕망, 부동산 욕망’ 역시 20% 안의 정치세력간 경쟁이 만들어 놓은 비이성적인 능력주의와 세습자본주의의 잔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적폐청산은 80%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20%만의 변화, 민주와 반민주의 교체만으로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정의당은 그들만의 공정을 폭로하겠다.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겠다. 20%만의 성채를 쌓고, 대다수 시민들을 성 밖으로 밀어내는 정책들과 맞서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배진교 후보는 “정당 지지율에 갇히지 않고 ‘지역에서 이기는 정의당’을 만들어야 한다. 10년의 계획을 갖고 광역시도당 별로 1개 이상의 거점을 만드는 전략을 준비하겠다”며 “현장에서 올라오는 민생정책이 국회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원내·외의 힘이 통합된다면 6석 정의당은 60석 이상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극복’, ‘젠더 평등’이라는 세 개의 기둥을 세우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세 가지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을 규합하는 재창당을 준비하겠다”며 “새로 태어난 정의당은 2022년 대선에서 세 가지 이슈를 전면에 내걸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선거,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선거, 젠더 평등과 다양성이 만발하는 선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교 후보는 “당의 뿌리인 지역과 현장에서 올라오는 의제들이 원내에서 자양분이 되고, 국회의 의제가 지역조직에서 결합 되어, 시민들의 찾아오는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피켓과 현수막만 남는 허무한 정치활동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정치활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역위원회뿐만 아니라 당의 모든 자원이 가동되는 통합적인 협업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낡은 정파구도를 극복하고 하나의 정의당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교 후보는 당내 최대 정파그룹인 인천연합 소속이다. 그는 “당의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아젠다를 제기하는 정치그룹이 없는 상태가 오래됐다. 과거의 인연과 현실의 이해관계로 연명하는 정치그룹들은 정치동창회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저 역시 이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오히려 가장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겠다”고 했다.

    부대표에는 김윤기, 김응호, 김희서, 박인숙, 박창호, 배복주 등 출마

    한편 5인을 선출하는 부대표엔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 김응호 인천시당 위원장, 김희서 구로구의원, 박인숙 전 여성위원장, 박창호 경북도당 위원장,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 겸 젠더폭력근절 및 차별금지법 추진위원장, 송치용 경기도의원이 출마했다.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엔 강민진 전 대변인, 김창인 전 혁신위원회 위원, 성현 전 혁신위원회 위원이 출마했다.

    후보 등록은 9월 9일과 10일 양일간에 걸쳐 이뤄지며,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오는 11일부터 21일까지다. 투표는 23일부터 26일까지는 온라인으로, 27일 ARS로 진행하며 코로나19를 감안해 현장 투표는 진행하지 않는다. 당 대표 선거는 9월 27일 ARS투표 종료 후 집계해 그 날 저녁 바로 결과를 공개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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