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에 ‘무기 내려놓으라’ 할 수 없다"
        2006년 10월 13일 0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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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3일 북한의 핵실험 선언 직후 한 인터넷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 당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의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은 원천적으로 핵은 반대하는데 대치국면에서 핵이 자위적 측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의 자위적 측면을 인정한다는 이 발언은 민주노동당내 이른바 ‘자주파’의 견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의장은 이 발언이 반핵과 비핵화를 주장하는 강령과 당론에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 “강령에 배치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북미간 정치군사적 대결 국면인데 북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의장은 “핵 자체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북핵의 성격이 뭐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북미간 대치상황의 종식이 핵심인데 불이 났으면 불을 꺼야지 강건너 불구경해서야 되겠냐”며 북핵에 대한 당내 비판여론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나타냈다.

    다음은 이용대 의장과의 인터뷰 전문.

    –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 미국 보고 대화 나오라고 한 것이다. 미국이 9.19선언 이후 딴전만 피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핵실험 선언 이후 북의 핵실험 시기에 대해 여러 가지 예상이 나왔다. 9일에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시기는 예상을 못했다. 미국이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북에 대한 입장변화가 없다는 판단에서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 핵실험 이후 미국내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 그렇다.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런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핵실험 이후 상황전개를 보면 북의 의도와는 달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 현재 상황에서는 판단이 어렵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를 빼놓고는 다른 방안이 없다. 미국의 입장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유엔을 통해 제재를 가하는 것인데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도 이미 입장표명 했다. 미국이 압력을 가중시킨다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전면전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북은 무력충돌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주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도 원치 않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북한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나.

    = 지금은 북미간 총체적 정치군사적 대결국면이다. 북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고 정치군사적 대결은 다시 말해 무기의 대결이다. 가장 강한 무기를 갖고 대결하는 것이란 얘기다. 그래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을 받고 그 상태에서 군축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다른 수단이 뭐가 있는겠는가. 북이 핵보유선언을 해도 미국은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핵실험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

    – 하지만 비핵화 원칙을 위배한 것 아닌가.

    = 미국이 핵을 갖고 압박하고 있고 정치군사적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핵실험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옳지 않다. 핵의 확산에 대해 우려 지점이 있긴 있지만 본질은 북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북으로서는 미국의 제재와 봉쇄 상황에서는 지금 이 상황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인정하지 않고 북을 때리는 상황에서 북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가속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실험 이후 상황전개는 북에게 매우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이 잘못 판단한 것 아닌가.

    = 오판이냐, 아니냐는 상황이 지나고 나서 확신있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은 가만 있으면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데 이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고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옳은가는 지금 판단을 내릴 수 없다.

    – 최근 논란과 관련된 질문이다. 북핵의 자위적 측면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당론이라는 식으로 발언을 했는데.

    = 자위적 수단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공격적 수단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무기로 맞선다는 것이다. 핵의 성격이 뭐냐를 구별해 줬으면 좋겠다.

    – 비핵화 당론과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 비핵화는 이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원칙이 비핵화다, 아니다가 아니라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핵을 제지하는 방법은 북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고하는 게 북이 핵을 가짐으로써 비핵화가 깨졌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핵을 갖고 있는 미군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고 얼마전 부산항에 미국의 핵잠수함이 들락날락하고 있는 게 목격됐다. 한반도는 이미 비핵지대가 아니다. 지금 한국에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물론 북의 핵개발을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핵이 논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북미 대치상황의 종식이 핵심이다. 불이 났는데 불은 그대로 두고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봐서야 되겠는가.

    북 체제에 대한 관점이나 핵에 대한 관점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의 상황에서 반전평화운동을 벌여야 한다.

    세상 어디에 핵을 찬성하는 정당이 있겠나. 하지만 북미간 대치국면에서 북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 의미가 없는 주장이다.

    – 자위적 측면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당론인가.

    = 당론이라 볼 수 있다. 북의 국가주권을 인정하는 것이 당 강령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 북한의 핵실험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녕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나.

    = 전쟁이 벌어지면 그렇지 않을 것이지만 안 벌어지면 일정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본다. 북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하고 대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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