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
    2006년 10월 12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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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이 같은 당 중앙위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 형식을 통해 핵문제에 대한 진보정당의 올바른 원칙과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1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최근 북한 핵실험이 가져온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위기 고조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필자는 반전과 반핵, 그리고 군축과 평화가 진보정당이 놓아서는 안될 일관된 원칙이며, 북한의 핵 선택은 전략적 오류라고 비판하고 있다.    <편집자 주>

최근의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서, 반전평화 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전쟁위기에서 시급히 벗어나기 위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십시오. 한국사회의 반전평화운동은 집결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한 전세계적인 연대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한국사회의 반전평화 운동이 집결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입장 때문입니다. 우리의 반전평화 운동이 결집하지 못하는 이유가 미국에 대한 평가가 달라서가 아닙니다. 북한의 협상 요구에 대한 악의적 무시 등을 비롯한 미국의 패권적 태도와 대북 전략의 실패에 대한 평가를 두고 의견은 거의 일치합니다. 반전평화운동이 미국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결집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핵실험에 대한 비판 여부를 두고 갈라져 있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반전평화 운동을 호소하면서, 패권주의적인 미국의 정책과 태도가 변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합니다. 찬성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합니다. 그러나 그 반전평화 운동에는 핵무장을 ‘자위력’으로 인정하자는 입장까지도 연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 비판을 유보하고 ‘자위력’으로서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세력에 의해서 추진되는 반전평화 운동이 주장하는 연대입니다.

   
▲ 2001년 3월 사파티스타는 3000km의 평화행진에 나섰다
 

핵무장을 용인하는 반전평화 운동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부에는 ‘제국주의적’ 침략에 맞서기 위한 무장저항 운동의 역사를 제시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이 사회적 정의, 국제적인 정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습니다. 1994년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사파티스타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는 멕시코 정부와 초국적 자본들에 대항해 봉기했을 때도, 분명히 그들의 손에는 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농민의 손에 든 총은 총알이 나가지 않은 목총이었다고 합니다. 

무장봉기의 상징은 있으되, 죽음과 파괴를 피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손에도 총이 있었습니다. 부정의한 억압과 침략에 대해서 전세계 민중들은 저항할 권리가 있으며, 나아가 무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장저항의 권리에 핵무장까지 포함된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제국주의 핵무장은 ‘나쁜 핵’이며, 피압박 민중/민족의 핵무장은 ‘좋은 핵’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동서 냉전시대에 일부 사회주의자들은 서방세계의 핵발전소는 위험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들의 핵발전소는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그런 관념론적 주장을 수 백만 명의 인명 피해와 죽음의 땅으로 끔찍하게 반론한 바 있습니다.

무장저항의 권리에, 한 사회와 지역과 그 사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그/그녀가 군인이든, 방바닥을 기는 어린아이들,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와 농민이든 누구도 가리지 않고―을 절멸시킬 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고 사용할 권리까지 포함된다고 누구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반전평화 운동은 위선이라고 믿고 있으며,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무장봉기한 사파티스타들의 ‘목총’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이 진짜 총을 구하지 못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북한 핵무장은 침략적인 미국에 저항할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 전략적인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사회와 전세계의 반전평화운동이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거한 것입니다. 아무리 절박하고 다급하더라도(언제 절박하고 다급하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까?), 북한이 들어야 할 것은 핵무기는 아니었어야 합니다.

그것은 평화를 염원하고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자 하는 한반도와 전세계 시민들의 손을 뿌리친 것입니다. 세계 반전평화 세력과 연대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장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이유이자 결과인 것입니다. 진정코 안타까운 일입니다.

   
  ▲ 1986년 4월 28일. 김세진과 이재호는 온몸을 불살라 외쳤다 "반전반핵 양키고홈!!"
 

북한의 전략적 오류가 남한 사회 일부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또한 반전평화 운동의 집결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남한의 핵무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지경입니다. 북한 핵실험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두드러진 전쟁위기로 남한 사회에서 반전평화운동이 조직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세력은, 남한 사회의 반평화적 분위기의 확산에 대해서 뼈저리게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반전평화 운동 잠재력이 잠식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반전평화의 정당입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정당이며, 전세계적인 핵군축을 주장하는 정당입니다. 이 점이 생태와 환경, 인권과 평화를 소중이 여기는 생태주의자로서 저는 너무도 자랑스럽고 또한 소중합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패권적 억압에 맞서는 수단으로서, 북한이 꺼내든 핵무장 카드로 심하게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중앙위원 동지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제발 민주노동당의 반전평화, 반핵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아 주십시오. 한반도에 닥쳐오는 전쟁위기를 극복할 진정한 반전평화 운동의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주십시오. 동지들의 어깨에 역사의 무게를 느껴주십시오. 이번 일요일 개최되는 중앙위원회에서 동지들의 치열한 토론과 현명한 판단을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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