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 국가와
노동자계급의 정치를 향해
[책소개] 『노동, 운동, 미래, 전략』 (김현우,나상윤,남종석 등/이매진)
    2020년 09월 05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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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노동 현장, 20세기 노동운동, 21세기 노동자
― 지금 여기에서 돌아보는 민주노조와 민주노조운동

전태일 열사가 제 몸을 불사른 지 반세기, 2020년에 마주한 민주노조운동의 앞날은 안갯속이다. ‘코로나19 노사정 합의’를 둘러싸고 제1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분열했고, 노동운동은 지독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시달렸다. ‘촛불혁명’과 ‘민주노총 100만 시대’를 바탕으로 노동 존중의 새 노동 체제로 나아가려던 ‘희망 회로’는 길을 잃었다.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고립은 깊어지고, 경제 위기와 고용 불안 속에 노동자의 삶은 위태롭기만 하다.

《노동, 운동, 미래, 전략》은 민주노조와 민주노조운동을 둘러싼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위기의 산물인 만큼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징후일 수 있다. 말 그대로 민주노조운동은 위기다. 국가와 자본의 강화된 노동 전략, 풀리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와 심화하는 양극화에 포위된 채 ‘민주노총 포비아’에 시달린다. 4차 산업혁명, 기후 위기, 고령화, 장기 대불황, 동북아 국제 정세의 급변 같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변수들도 도사리고 있다.

이런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 사회운동 정당과 사회운동 노동조합을 건설해 대안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지역과 업종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꾸린 ‘평등의길’이 기획하고 여러 활동가와 연구자가 모여 ‘노동’과 ‘운동’과 ‘미래’와 ‘전략’을 묻는다. 2000년대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을 돌아보는 전략적 성찰을 함께하자고 손 내민다. 문제 해결은 문제가 문제라는 사실을 공유하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롭고 어려운 길을 출발하려고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동지들에게 던지는 물음은, 그래서 아직 남은 희망을 찾아가는 장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노동, 운동, 미래, 전략 ― 평등 사회를 향한 길을 찾는 네 가지 열쇳말

1부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구조적 쟁점들을 다룬다.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재편 문제를 다룬 1장은 플랫폼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구조 변동과 고용 위기에 대응해 탈기업 노동 체제를 구성할 장기 구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장은 기후 위기가 불러온 노동 위기와 일자리 위기에 노동조합이 빨리 대응해야 하며, 노동조합이 같은 뿌리를 지닌 환경운동에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3장은 저성장 고령화가 노동자 계급 내부의 분절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큰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과 민간, 소수 고소득층과 다수 저소득층을 잇는 연대 임금과 연대 고용 같은 사회연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4장은 장기 불황에 이은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맞아 본격적인 고용 위기에 대비해서 계급 안팎의 연대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5장은 격변하는 동아시아 국제 관계, 곧 미-중 갈등의 심화, 북-미 협상의 질곡, 한-일 갈등의 격화가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노동운동의 노선 갈등을 키울 가능성에 주목한다.

6장은 여러 구조 변동의 결과인 불평등 심화 현상을 살핀 뒤, 불평등 완화 대책으로 조세, 복지, 경제민주화 정책을 제시하면서 연대적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노사 관계 세력 균형이 바뀌고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제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는 노동운동에 관련된 주제들을 살핀다.

1장은 21세기에도 노조가 사회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고, 시장에 치우친 노조의 지향성을 사회와 계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귀족노조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2장은 수구 정치 세력, 자유주의 정치 세력, 개혁적 노동 연구자, 노동운동 내부 온건파가 암묵적인 신자유주의 연대를 형성했다고 분석한다.

3장은 노동운동 혁신 모델로 지역연대 전략을 제시한 뒤 지역 노동운동과 산업 노조운동의 동시 병행 확대 전략을 통해 기업 중심 노조운동을 넘어서자고 말한다.

4장은 작업장과 노동조합 내부의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고 남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평등을 가져오려면, 노동조합이 여성 혐오를 극복하고 새로운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답한다.

5장은 자유주의 정당에는 미래가 없고, 노조만으로는 미래를 건설할 수 없으며, 전체 사회에 대응한 헤게모니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진보 정당이 여전히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6장은 지은이들이 직접 만나 글로 다 못 푼 생각을 나눴다.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나눈 진지한 대화는 우리 각자가 노동운동의 전략과 미래에 관한 자기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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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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