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7년만의 합법화
    대법 '법외노조 처분 위법’
    “법외노조 통보 시행령 조항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무효”
        2020년 09월 03일 04: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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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전교조는 7년 만에 합법노조 지위를 얻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교원노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하는 것은 단순 지위 박탈이 아니라 노조로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법외노조 통보 시행령 조항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법외노조 통보를 했는데,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에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이라고 덧붙였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적법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관련 법 규정에 의하면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고 시행령 조항에 의하면 고용노동부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며 “통보하지 않으면 오히려 책임을 방기한 셈이 돼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에 변호사로서 전교조 사건을 대리한 이력이 있어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원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처분을 통보했다. 노동부가 보낸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이라는 팩스로 보낸 문서 한 장으로 전교조의 긴 싸움은 시작됐다.

    전교조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법률적, 사회적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법외노조 처분 통보를 받은 당일부터 법내노조의 지휘를 근본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법외노조 처분 취소 소송’(본안)과 ‘효력정지 신청’을 동시에 제기했고 이후 법외노조와 법내노조의 지위를 어지럽게 오갔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 소송 일지를 살펴보면, 법원은 전교조의 효력정지 신청은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본안 소송에선 번번이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1, 2심 모두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으니 본안 소송에서 “전교조는 법내노조”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뿐이다.

    첫 번째 효력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건 법외노조 처분 통보가 이뤄진 그 해 11월이다. 전교조는 가까스로 법내노조 지위를 획득했지만 이듬해 6월, 1심 재판부는 전교조가 제기한 본안 소송을 기각했고 다시 법외노조가 됐다.

    전교조는 곧 바로 항소했다. 이와 함께 서울고등법원에 효력정지 신청도 다시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효력정지 신청에서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지만, 2016년 1월 본안 소송 2심에서 노동부의 편에 섰다.

    이에 앞서 2015년 5월, 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합헌 결정 및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에 대해 각하 결정까지 나왔다.

    전교조는 대법원에 본안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때가 2016년 2월이었고, 대법원은 4년 넘게 판단을 유보해왔다.

    전교조가 합법 노조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기까지 재판장 밖에선 삭발, 오체투지, 노숙과 점거농성 등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교조 합법화를 대표적 노동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교조 문제는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법적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사실상 공약을 파기한 이유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전교조는 이날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해고된 동료와 함께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길을 선택했던 조합원과 전교조를 끝까지 응원하며 지지해 준 시민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승리가 가능했다”며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전교조는 참교육 실천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전교조는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법외노조 처분으로 인한 해직 교사의 즉각적인 원상회복과 교원노조법 개정,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정부와 사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전교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등 신속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회는 교원의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하며, 법외노조 조치로 해고된 교사들은 조속히 교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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