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백서와 조국흑서,
    적폐의 편 vs 여당이 약자?
    김민웅-김경률, 각 쟁점마다 이견
        2020년 09월 03일 0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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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여 성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쓴 책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 백서)에 맞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가 출간되면서 양측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일부 지식인들을 겨냥해 “언론·검찰개혁과 같은 거대 담론을 외치면서 작은 목소리들을 압살하는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국백서’ 추진위원장인 저자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조국흑서’를 겨냥해 “청산해야 할 적폐의 편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양념’이라 한 극렬 지지자들에 대한 이견
    김경률 “거대 담론을 외치며 작은 목소리 압살”
    김민웅 “소중한 시민운동…역사 변화시키려는 세력 비난 온당치 않아”

    김경률 공동대표는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현 정부 들어서 사회·정치적으로 특히 언론과 시민사회가 (정부 정책과는 다른) 이질적인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며 “참여연대만 하더라도 ‘조국 장관 후보자는 제기되고 있는 시중의 의혹에 대해서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는 이 말 한마디로 양념질, 항의전화가 쇄도해 며칠 동안 정지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대깨문’, ‘문빠, ’문팬‘ 등으로 일컬어지는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집단행동과 이를 방조하며 오히려 부추기는 현 정권이 소수의 목소리를 배척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한 언론인 등에게 항의전화, 문자폭탄 등으로 지나친 비난을 쏟아내는 극렬 지지자들의 행위를 ‘민주주의를 다채롭게 해주는 양념’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김 공동대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론,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기 주저하다보니 우리 몇명이라도 따로 모여서 목소리를 내자, 그래야만 한다는 취지로 조국흑서를 출간하겠다”고 전했다.

    조국백서는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하는 진보진영과 지식들을 향해 ‘권력 카르텔화된 언론보도를 통해 비판적인 점검 능력을 잃어버렸다. 개혁전선을 분열시키는 언론의 전략에 휘말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서 “2020년인데 ‘전략’, ‘전선’의 단어들은 고풍스럽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일부 586 운동권 세대의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 공동대표는 “이분들은 ‘총선은 한일전’, 언론개혁, 검찰개혁 이런 거대 담론을 외치면서 작은 목소리들을 이런 식으로 압살하는 분위기를 주도한다”며 “그분들의 그런 거대담론, 큰 목소리들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조그마한 필요조건인 시민사회의 견제, 감시기능을 유실시켜버렸고, 작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결단을 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를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략’, ‘전선’. ‘한일전’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 스스로 진지하게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민주주의의 원리가 다양성에 기초한다면 그런 작은 목소리를 담아내는 충분한 사회로 진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민웅 교수는 같은 매체에 나와 조국백서를 “모두가 꼭 봐야할 이 시대의 실록”이라고 표현하면서 “당시 언론이 (조국 사태를) 제대로 다뤘으면 백서 작업을 하지 않았어도 됐을 거다. 이 책을 읽으면 정치검찰의 정치가 보이고 언론개혁이 왜 절실했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검찰개혁의 동력이 되었던 촛불시민들의 역사적 기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민단체의 다른 의견에 강한 비난을 쏟아내면서 ‘작은 목소리를 압살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가치나 역사의식을 갖지 못한 팬덤 정치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문팬의 행동은) 개혁정치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시민운동 차원이기 때문에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며 “역사의 변화를 움직이려는 세력을 그렇게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웅 “조국 사태, 정치검찰이 개혁 중심부 공격·난동의 결과”
    김경률 “피해망상적 발언…추미애 인사조처는 쿠데타 진압인가”

    조국백서 저자인 김민웅 교수는 ‘조국사태’를 정치검찰이 개혁에 저항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검찰개혁에 본격적인 힘이 실리게 되니까 특권세력화된 정치검찰이 그 개혁의 중심부를 수사라는 명목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이라며 “선출권력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의해 만든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개혁을 위한 지휘체계에 정면으로 맞섰고, 정치검찰이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런 목표를 가지고 검찰개혁을 좌절시키려는 시도였다”고 말햇다.

    그는 더 나아가 “여기에 언론이 조작보도를 통해 이른바 무허가 법정을 만들어서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법적 판결 이전에 유죄판결을 내렸다. (언론이) 검찰개혁 지휘자의 명예를 훼손했고 정치검찰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며 “법을 내세워서 밀어붙인 대단히 특수한 유형의 검찰 쿠테타이고, 언론은 여기에 공모혐의가 대단히 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부엔) 아직도 개혁에 대한 저항이 남아 있다고 본다. 분명하게 제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김경률 공동대표는 조국백서 측의 ‘검찰쿠데타’ 주장에 대해 “너무나 피해망상적인 발언”이라며 “그러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조처는 쿠테타에 대한 체벌적 진압행위인 건가. 이와 같은 현실과 다른 인식들이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가져온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공동대표는 “애초에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일상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사라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정부 내의, 권력 내의 이와 같은 견제 기능을 해야 함에도 실제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견제 감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를 않았다”며 “권력 내부에서 작동돼야 될 내부 통제 구조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이라는 또 다른 견제 감시 장치는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웅 “불공한 입시제도 문제, 개인에게 묻는 건 과도”
    김경률 “최민희의 초엘리트 발언, 국민들을 무시하는 발언”

    조국 사태는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의혹이 핵심이었다. 조국백서 측은 조국 전 장관 자녀를 둘러싼 입시 불공정 문제의 책임이 한국사회의 불공정한 입시제도에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백서가 교육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을 짚은 것은 조국 전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의도가 아니었다. 제도와 구조의 책임까지 한 개인에게 과도하게 묻게 되는 이건 좀 부당하다는 논지”라며 “제도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은 제도 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입시 제도를 따르지 않으면 입시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을 빼놓고 한 개인에게 이 모든 구조와 제도의 책임까지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엘리트 계층으로서 제도의 유리한 지점을 활용했다는 도덕적인 책무감에 대한 조국 전 장관 스스로 여러 차례 고백했다. 그런 수준의 문제를 특수부가 중대한 법적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만든 것은 가공할 인권 유린”이라고 덧붙였다.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선 “당연히 안 된다. 사실관계에 대한 검증이 법조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김경률 공동대표는 “조국백서 저자인 최민희 전 의원이 ‘조국 전 장관은 초엘리트층이고 초엘리트층이 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서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편법적인 것도 불법적인 것도 아니다’ 라고 했다”며 “반론할 필요를 못 느낀다. 국민의 정서를 아주 민감하게 건드리는, 내지는 국민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민웅 “기득권이 문재인 정부 공격…흑서도 적폐의 편”
    김경률 “집권권력이 약자? 모든 문제 남 탓”

    ‘문팬’들이 인터넷을 점령해서 정권의 잘못을 비호하고 언론과 지식인들은 정권의 부역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는 취지의 조국흑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김민웅 교수는 적극 반박했다.

    김 교수는 “정권의 부역자라는 말은 부패한 권력에 기생할 때 쓰는 말”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대단히 소중한 민주주의의 정치적 거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에 포위되고 있다”며 “법조계, 종교계, 언론계, 의료계 등 우리나라의 엘리트 지배층은 정치개혁을 실현시키려는 문재인 정부의 접근에 대해서 뿌리 깊은 적대감을 가지고 정치개혁을 좌절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조국사태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개혁을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흑서가 말하기에 (기득권 세력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개혁에 저항하는) 노력을 막으려고 하는 행동들을 비난한다면 그 책은 청산해야 될 적폐의 편이라고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아닌다”라고 반문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기득권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김경률 공동대표는 “도대체 누가 집권 3년 반이 지났고, 국회의 절대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여당이 약자이고, 기득권에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박했다.

    김 공동대표는 “조국백서 측뿐만 아니라 현 정부, 집권여당의 체화된 내로남불 방식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 탓하는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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