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사는 코로나 호황
    택배노동자들은 과로사
    추석연휴 사상 최대의 물량 우려···"분류작업 등에 인력 투입해야"
        2020년 09월 01일 07: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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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는 사고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달 추석 명절까지 겹치면서 9월 중하순 택배 물량은 50%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병 확산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택배사들이 과로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력충원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특히 무임금 노동으로 이뤄지는 택배물품 분류작업 등에 대해선 한시적으로라도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부터 증가한 택배 물량은 2차 대유행으로 더 폭증했다. 추석 연휴까지 더해지면서 9월 중하순엔 사상 최대의 택배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에도 추석연휴 기간엔 평소보다 15~20% 이상 물량이 증가하는데, 코로나19로 이미 3~40% 물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달엔 평소보다 50% 이상 물량이 폭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택배연대노조 페북 페이지

    전라남도 광주에서 9년째 택배 일을 하는 유성욱 택배연대노조 사무처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보통 6시 30분 정도에 출근해서 분류 작업하고 배송하면 지금은 빠르면 9시, 늦으면 밤 11시까지도 일을 하는 분들이 있다.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다”며 “택배 물량 증가가 단기적이었다면 충분히 소화할 수도 있고 수입도 늘었기 때문에 좋아했겠지만 7~8개월째 장시간 일을 하다 보니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 사무처장은 “올해만 2월부터 8월까지 매달 한 명씩 7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다. 택배 일을 9년째하고 있지만 이렇게 짧은 시기에 여러 명이 과로사로 사망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택배노동자들 입장에서 (추석연휴가 있는) 9월을 맞이하는 게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가 나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SNS에 “택배노동자 여러분이 바로 코로나19 예방의 숨은 영웅”이라며 “택배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에 나서겠다. 쉴 권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말만 무성할 뿐 정작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의 핵심 정부부처인 노동부는 8월 13일 택배사들과 보여주기식 행사만 진행하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 파악은커녕 과로사가 발생한 택배 현장에 대한 현장점검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주요 택배사들은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조차 진행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택배노동자들은 한시적으로나마 택배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부추기는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택배 분류작업에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배송의 사전작업인 택배 분류 작업은 오전 6시부터 늦게는 오후 2~3시까지 이어진다. 정작 배송은 2~3시부터 이뤄져 늦은 밤까지 배송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택배노동자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 임금을 받기 때문에 분류작업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도 없다.

    유성욱 처장은 “5만 명 정도 되는 택배기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 분류작업”이라며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전작업이 전체 노동 시간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절반은 거의 무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9월, 10월 특수기간 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분류작업 도우미를 투입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택배사가 감염병 확산으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대책위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전국 곳곳에서 택배노동자가 쓰러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택배사들은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의 일부를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멈추는데 사용해야 한다. 지금 당장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다음주 16일까지 정부와 택배사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며 “정부와 택배사가 결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살기 위해 분류작업 전면거부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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