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단계 고용유지 대책
    "큰 폭의 사각지대, 반쪽짜리"
    직장갑질119 "고용보험 상관없이 47만 사업장 개인 지급해야 효과"
        2020년 09월 01일 04: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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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적용함에 따라 수도권 집합금지 업소에 고용유지지원금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 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정부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집합금지 업소에서 근무하는 개인에게 일괄적으로 정부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인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유지지원금 자격 요건 완화 대상은 집합 제한 사업장인 실내체육시설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집합 제한 사업장인 음식점,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 교습소 등이다. 집합금지·제한 사업장은 매출액 감소 등을 증명하지 않아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급 요건 완화 적용 기간은 집합금지·제한 기간인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다.

    고용유지지원금은 해고 대신 유급휴업이나 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하며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을 지급하는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를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노동자, 임시·일용직도 ‘사업주 신청-정부 승인’ 과정을 거쳐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은 “반쪽짜리 대책”…사각지대 커

    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은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은 영업제한 사업장 47만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큰 폭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고용유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3가지 정도로 나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도 발생하는 인건비 10% 부담마저 회피하기 위한 경우,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고용보험 가입률이 40%로 현저하게 낮은 4인 이하 사업장 등이다.

    실제로 사업주들은 10%의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대신 직원들에게 무급휴무를 강요하고 있다.

    올해 6월 직장갑질 119에 이메일 제보를 한 레스토랑 근무자 A씨는 “코로나로 인해서 3월부터 무급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업장은 계속 운영하지만 직원들은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무급휴무를 진행 중이고, 무급휴무에 대해 동의한다는 확인서에 사인을 한 상태다. 다들 잘리기 싫으니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한 것 같다”며 “6월에도 무급 휴무가 이루어지고 있고 사장은 ‘몇 달 동안 무급 계속 들어갈 거’라고 사장이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씩 무급이 들어가야 휴무 주지 않고 통으로 무급 처리가 되는데 ‘이렇게 해야 인건비 쫙쫙 빠지지’라고 말했다. 계속 되는 무급휴무에 월급이 반도 안 나온 날도 있어서 정말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8월 제보 글을 보낸 학원 강사 B씨도 “원생에 대한 비율제 강사가 아닌 시급제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도 학원가는 고용보험을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고용보험은 들지 않았다”며 “코로나 재유행으로 학원이 어렵다며 월급 30% 이상 삭감을 강요받았고, 8월에는 무급휴가를 실시했다. (무급휴가에) 동의하지 않으면 학원을 그만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원 강사 C씨도 “8월 18일 정부 발표 이후 300인 이상 대형학원 운영이 중지되면서 휴원을 하게 됐고, 저희는 휴업신청서를 낸 상황”이라며 “학원에서는 출근하지 않는 기간 연차 소진을 강요했다. 연차가 모두 소진되어 마이너스인 사람은 퇴직금에서 삭감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코로나가 계속되면 9월에는 무급휴직을 한다고 하고, 급여도 계속 체불되고 있다”고 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대신 손쉽게 무급휴직을 강요하는 상황은 문제적이지만 사업주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긴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로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선제적으로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다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는 게 무급휴직 처리보다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무급휴직을 적용하게 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 10% 지급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주가 정부 지원을 회피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이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 2.5단계 영업제한 사업장의 상당수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이라고 짚었다.

    헬스장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트레이너 D씨는 “코로나 2.5단계로 인해 8월 30일부터 9월6일까지 총 8일을 무급휴가로 동의서를 쓰라고 한다.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 의한 휴점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무급휴직이 적용된다고 한다”는 제보 글을 보내왔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실제로 미가입율이 60%에 달하는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도 정부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올해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서 4인 이하 사업장 종사자 378만명 중 226만명이 미가입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근로계약 형태, 사업장 규모, 사업주의 의식 등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영업이 제한된 사업장 노동자들이 직접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에게 15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정부가 93만 명 정도 신청을 예상했지만 무려 176만3555명이 신청했다”며 “3~4월 소득이나 매출이 비교 대상 기간보다 25% 이상 감소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개인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더니 정부 예상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2.5단계 영업제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개인에게 고용유지지원금(평균임금의 63%)를 지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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