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분 없는 단체행동 중단"
    전공의 집단휴진... 다른 목소리도
    집단휴진 비판 입장 밝힌 의대생들
        2020년 09월 01일 0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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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전공의 집단휴진, 의대생 국가고시 거부 등을 비판한 ‘다른 생각을 가진 어는 의대생’ 모임이 의사단체의 명분 없는 단체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바른 의사 증원과 의료 환경 개선해야”
    “대안 제시 없는 단체행동 중단하라”

    ‘다른 생각을 가진 어느 의대생’ 모임(어느 의대생 모임) 페이스북 계정 운영자 A씨는 1일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단체행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투쟁의 방향성에 의문을 가진, 그러나 전체주의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의대생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어느 의대생 모임’엔 그 취지에 공감하는 전공의들이 합류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계정을 별로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A씨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단체행동을 멈추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는 말을 가장 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어느 의대생 모임은 전날 낸 성명을 통해서도 “명분 없는 단체행동을 구성원에게 강요하는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이 단체행동은 의료취약지역 환자를 위험으로 내몰면서도,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여 정당성을 잃었다”며 “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은 국시거부 및 동맹휴학 설문조사를 통해 회원들의 군 복무 여부를 조사했고, 그 목적이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입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단체행동을 통해 향후 공중보건의사 모집에 지장을 주려는 행위로, 의료취약지역 환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서지역 중에는 지역 의사 수의 80% 이상이 공중보건의사인 지역들이 있다. 특히 이런 지역에 배치되는 의사는 신규 공중보건의사로, 국시거부로 공중보건의사가 모집되지 않으면 지역의 의료는 마비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법이 투쟁수단으로서 불가피했다고 해도, 의사단체는 지역의 의료문제를 완화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이미 충분하다’는 의대협의 주장은 이들이 정원 확대에 반대할 목적만 있을 뿐 대안 제시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의료사각지대의 의료를 마비시키겠다는 협박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용서받기 힘든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소수이지만 “우리는 올바른 의사 증원과 의료 환경 개선을 요구합니다”와 같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의료환경을 바라는 어느 전공의들’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성명엔 “우리는 공공의료가 중심이 된 의사 증원을 요구한다”며 “의료계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권역별 국공립의대를 통해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양성된 의료인들이 해당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기간 일하며 지역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국가적 감염병 등의 재난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교육과 체계적인 인력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충분한 의료재정을 지원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분한 인력 충원을 통한 장시간 노동 등 수련환경 개선이나 의료의 수익 창출화로 이어진 대리의료 등 여러 의료계 내부의 문제들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나왔다.

    민주적 의사결정 결여…의대생 내부, 단체행동 강요

    이 모임은 단체행동의 정당성 자체에 대한 것에 더해, 집단휴진을 주도하는 의사단체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단체행동을 강요하면서 다른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것인데,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 또한 민주성이 결여된 의사결정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의대생 모임 A씨는 “의대협이 단체행동 참여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속 학교, 학년, 학번, 실명까지 기입해야 했다. 의대생 사회 내에서 단체행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단체행동 찬반을 기명투표로 진행하는 것은 다른 의견이 제기될 여지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단체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사회적인 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여 여부를 묻는 문항도 단순히 찬성, 반대가 아니라 ‘참여’, ‘의대생 50% 이상 참여 시 동참’, ‘의대생 70% 이상 참여 시 동참’, ‘참여의사 없음’ 이렇게 네 가지 선택지로 참여를 유도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실제로는 ‘50% 또는 70% 이상 참여 시 동참’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한 사람이 대다수라고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의대협에서는 그 선택지를 선택한 사람들을 포함시켜서 90% 이상이 단체행동에 동참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학교별, 학년별로 단체행동 찬반 비율이 실시간 공유도 됐다. A씨는 “전체 공개가 되다 보니까 참여율이 낮은 학교나 학년한테는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했고, SNS나 익명 커뮤니티에선 참여율이 낮은 학교나 학년을 공공연하게 비난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성명에 따르면, 휴학에 참여하지 않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선배나 전공의의 협박을 받거나 국시 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의 명단이 작성되어 익명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일도 벌어졌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 등의 집단행동 주도로 개별 학생과 전공의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느 의대생 모임은 “(명분이 없으며 지지받지 못하는 단체행동으로 인해) 개별 학생과 전공의가 입게 될 피해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협회는 ‘우리가 책임지겠다. 누구라도 불이익을 받으면 13만 의사 전체가 공동행동을 취하겠다’고 하나,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전공의보다 전임의의 참여가 저조하며, 개원의의 참여율은 더 낮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책임을 이야기하고, 의료계의 최약자인 학생과 인턴들이 투쟁의 최전선에 동원되어 있다. 더 이상 ‘후배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라는 말로 서로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말라. 바로 그러한 압박에 후배들은 동원되었고, 서로를 감시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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