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 보면 정치할 맘 싹 달아나요
    By
        2006년 10월 11일 01:13 오후

    Print Friendly

    명절이 너무 괴롭다.
    80년생인 나의 여동생도 동일한 의견이다. 작년 추석 때 아버지 은퇴하기 전에 “빨리 시집가라”는 친척 어르신들의 ‘충고’에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았던 동생도, 올해 역시 반복된 레퍼토리를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야만 했다.

    나야 옆에서 낄낄대며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솔직히 친척 어르신들의 충고에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듣는 사람의 처지에 대한 고민 없이 명절 때 할 말 없어서 하는 말인 것 같다. 나름 근거가 있다.

    1. 목동 아파트 분양사건

    85년쯤인가 사우디로 일하러 가신 아버지가 보내주신 돈으로 울 엄니는 옆 동네에서 지어지고 있던 목동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하셨다. 그러나 친척 어르신들은 “니가 허영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구나! 민영아부지가 힘들게 번 돈인데 그걸로 방 딸린 구멍가게에서 장사나 해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지, 니들 형편에 아파트가 가당키나 하니”라 하며 끝끝내 분양신청을 포기하게 하셨다. (다들 넉넉하게 사시면서 좀 보태주시기라도 하던가. -_-;)

    아파트 값도 아파트 값이지만(그때 분양받았으면 난 지금쯤 이건희 아들 이재용이 안 부러웠을 것이다) 내가 볼 땐 울 아버지는 장사할 타입은 절대 아니다. 여름철 해수욕장에 식구끼리 놀러갔다가 해수욕장에 있던 슈퍼가 물건 값을 비싸게 받자, 그걸 두고 못봐 주인과 말싸움을 하다가 결국 ‘한국관광업의 미래’까지 걱정하고 마는 유형의 사람이 울 아버지인데 뭔 놈의 장사는 장사란 말인가?

    동네 사람들이랑 원수 되기 십상이다.(결국 엄니는 친척들 몰래 상계동에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이듬해 노태우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주택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었다. 하마터면 무주택 서민이 될 뻔했지 뭐야)

    2. 효녀 신X영 사건

    98년.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여동생은 취업이 아닌 대학진학을 결심했다. 그러자 그해 명절 친척 어르신들은 “니가 허영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구나! 엄마 아부지가 돈버느라 고생하는데 한 푼이라도 벌어서 보탤 생각을 해야지!”(그렇게 걱정되면 좀 보태주시던가. -_-;)

    동생은 펑펑 울며 끝끝내 자기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대학교에 들어갔고 지금은 홍보대행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람하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 가뜩이나 주눅 들어 살았는데, 대학 다니면서 자기가 좋아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걸 보면 그때 대학 보내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올해의 나에 대한 레퍼토리는….. "정치하지 마라" 였다.
    “니가 허영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구나! 엄마 아부지가 돈버느라 고생하는데, 재계로 진출해서 크게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정치판에 기웃거리고 그러면 쓰니?”

    그리고 이어진, 마누라가 벌어다 준 돈을 선거 때마다 탕진하는 동네 음식점 사장님 얘기, 착실히 공부해서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열심히’(열심히를 얘기할 때 항상 ‘열’자를 강조하시곤 한다. 자 따라해 보자 ‘열~씸히’. 진짜 하시네.) 사는 부인을 만나 부모님께 효도하고 산다는 전설의 친구 아들 얘기…

    내일모레면 내 나이도 서른! 명절 때 한소리 들을 때 마다 죽은 듯 듣고만 있었던 나의 모습을 이제는 탈피할 때가 되었다. 내 의견을 당당히 밝힐 때도 되지 않았겠는가? 자!

    “네!”
    진심이다. 정치 이거 진짜 매력 없다. 감옥생활이 따로 없다. 내가 잘 아는 정치인이래 봐야 같이 일하는 노회찬 의원밖에 없으니… 뭐 다른 정치인들이야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여튼 노의원을 기준으로 본 정치인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 우천속의 FTA저지 투쟁집회 모습
     

    일을 열심히 할수록 욕을 먹더라

    어느 날부턴가 TV에 나오는 노 의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통파’ 국회의원의 모습이다. TV에 나온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내가 다 민망하다. 검은 얼굴, 요 몇 년 사이 살까지 찐데다 기름까지 번질번질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와 TV를 볼 때면 “민주노동당도 별 수 없구나, 국회의원 되더니 얼굴에 기름 돈다.”라고 빈정거리는 사람이 꼭 나타난다.

    노 의원이 보좌진 몰래 산해진미를 먹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 의원 얼굴에 기름이 도는 이유는 일을 열심히 해서다.(보좌진들도 마찬가지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맨날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고 김밥, 라면 등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먹거나 사무실에서 먹는 게 전부다.

    맨날 회의에, 강연에, 인터뷰에… 운동할 시간은 정말 없고, 그러다 보니 먹는 족족 살로 간다. 솔직히 좋은 거 먹고 맨날 골프치고 업무시간에 사우나 다니고 그러면 얼굴에 개기름 안돈다.

    시선의 감옥 속에 살더라

    병원도 맘대로 못 다니고, 술 한 잔을 맘대로 못 먹는다.
    살면서 나쁜 짓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나쁜 짓도 못한다. 술 먹으면 길에다 토하고 오줌도 눌 수 있고, 살다보면 바람도 필 수 있고 대마도 한 대 빨 수 있고 뭐 그런 거 아닌가?

    허나 어디가든 단 일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가 없다. 요즘 디카에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사람 별로 없다고 함부로 행동했다가는 인터넷 같은데 사진 유포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짬을 내서 가끔 보좌진들과 술이라도 한잔 기울일까 하면 항상 취객들이 접근한다. 뭐, “수고하십니다. 파이팅입니다” 한 마디 정도해주고 가시면 힘도 나고 기분도 좋고 할 텐데. 많은 분들이 그냥 자리에 눌러앉아서 시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 하신다.(사실 논의도 아니고… 일장 연설을 하고 가신다)

    뭐 그것 까지도 좋다. 근데, 더 심한 건 “의원님 수고하시는데, 제가 안주라도 사드리겠습니다”라고 해놓고는 배불러 죽겠는데 비싼 안주 여러 접시 시켜놓고는 계산도 안하고 사라지는 양반들이다. 으으.

    그런 사람이 접근해 와도 함부로 할 수 없고 그저 ‘허허’ 할 수밖에 없을 뿐. 남에게 평가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사는 게 피곤하더라.

    특권이 특권 맞아?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총리, 장관, 대법관 같은 높은 자리 하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듯하다. 국회의원만 해도 출마한 번 하려면, 납세실적, 군 문제, 재산 상황 등등 법적으로 모든 게 발가벗겨지게 됐다.

    여기서 그칠까? 각종 인사청문회를 실무진으로서 준비해보니 옛날처럼 서류가 아니라 온갖 정보가 컴퓨터로 데이터 베이스화 되어 있어, 어떤 사람의 지난 과오를 집어내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최근에 낙마한 김병준 교육 부총리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컴퓨터가 없었더라면 그런 과오를 집어내기가 힘들었지 싶다.(보좌진들이 도서관에 들어가서 논문 하나하나를 다 뒤져야 했을 것이다)

    의원 되기는 어려워 졌는데, 그럼 뭔가 화끈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전화 한 방 하면 총알같이 달려오는 여배우?’ 과거엔 요런 게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없는 듯 하다.(물론, 나 몰래 의원이 만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다) 관청이나, 지방에 내려가면 국회의원에 걸 맞는 예전이 있긴 한데… 양복 입은 영감탱이들 한테 맘에도 없는 예우를 받는 게 뭐 그리 대단한 호사일까?

    그 외에도 기타 등등 특권이 있긴 한데… 지금은 잘 생각나지도 않고(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면,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칼럼 한편 쓰겠다), "와~이거 때문이라도 국회의원 하고 싶다" 할 만한 특권은 없었다. 

    여튼, 세상에 뭐 이딴 일이 다 있나 싶다.
    그에 비하면 미용실 원장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앉아서 일하는 직업 아니니 살찔 일 도 없고, 가끔 나쁜 짓을 해도 “아 저 사람은 참 자유롭게 사는구나”라 하지 “에헴~”하면서 훈계하려는 사람도 없다.

    게다가, 가끔 손님으로 찾아온 젊은 처자들과 술 한 잔도 할 수 있고 맘 맞으면 친구도 되고 하니, 백날 꿀꿀하게 생긴 양복쟁이들이나 상대하는 의원보다는 미용실 원장이 훨씬 웃길이다.

    ‘대야망’을 품고 젊은 나이부터 조심조심 조신하게 살면 뭐하나? 젊어서 피곤하고, 늙어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결국 추구하는 건 젊은 날로의 회귀인데.(여담이지만, 일부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하루 수백만 원씩 뿌리면서 룸살롱 같은데서 노는 거 보면 정말 불쌍하다. 젊은 시절은 성공을 위해 재미없게 보내고는 결국 나이 먹어서 하는 거라곤 젊은 여자의 웃음을 돈으로 사는 거라니. 쯔쯔, 젊어서 놀면 돈으로 안 사도 된다)

    PS -고운 소리 못 들을 것 같아서 친척들에게 미용실 차린 건 비밀로 하고 있다-_-;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