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보다 더 강경 전공의들
    미래 일자리 경쟁 우려해 반대하나
    “정부 많이 양보한 잠정합의안까지 거부, 항복선언문 요구”
        2020년 08월 27일 0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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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부터 시작된 의사단체 집단휴진 사태는 전공의들이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잠정합의안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정부와 의협의 합의안은 ▲코로나19 안정화까지 정책 추진 중단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 등이 포함돼있고, 정부는 협의 기간 중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기로도 약속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휴진을 막기 위한 양측의 절충안이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모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4개 의료정책의 “완전 철회”를 명시하지 않은 합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파업을 강행했다. 대전협은 의협 차원의 집단휴진이 있었던 지난 14일보다 앞서 집단행동을 해왔다.

    일각에선 의사 기득권으로 불려온 의협이 아닌,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제기되는 데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그간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왔던 전공의 입장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환영할 만한 대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병원 내에서 전공의에 대한 노동착취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2017년 시행된 ‘전공의법’이 잘 보여준다. 이 법은 전공의의 수련시간을 주8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일반 노동자의 법정근로시간은 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주 52시간이다.

    “미래 일자리 경쟁 치열해질 것이라 우려해 반대”

    이와 관련해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전공의들은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있는데 의대를 증원하면 자신들의 미래 일자리가 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보라 공동대표는 27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전공의는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보며 상당히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수술복 다리기 등 의사 업무가 아닌 잡일까지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일하고 있다. 휴식시간, 식사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건 당연하고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이렇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끝내면 미래가 보장되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돈을 잘 벌거나 취직이 잘 되고 업무로딩이 적고, 직접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 않는 과가 인기가 있다”며 “의사들은 서울에 있고 싶고, 연봉도 많이 받고 싶고, 그렇게 하려면 위직이 잘돼야 한다. (의사로 일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시스템 그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의사 수가 많아지면 시장경제 원리로 본인들(전공의)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단체가 의사인력 부족과 의료 공공성 확보 등에 대한 대안 없이 정부에 백기투항만 요구한다면 환자 생명을 볼모 잡아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보라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의사 수도 부족하고 지역적인 편차도 굉장히 심하다. 의사들의 노동강도 세고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있는, 총체적 문제들이 복합돼 있다”며 “이런 왜곡된 의료시스템 안에서 그동안 의사들의 과중한 노동을 통합 전공의 착취와 3분 진료 등으로 넘어갔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해서 버틸 수가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자신들이 정말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의사들이 손을 놓으면 정부도, 국민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의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면 여론으로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류의 위기일 수도 있는 시기에 의사들이 파업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겠다는 것은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의협 내에도 다양한 층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정부안 철회 외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는 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이라며 “정부가 많이 양보한 것으로 보이는 잠정합의안까지 거부하는 것은 항복선언문까지 쓰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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