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고시도 어긴 자기모순 KTX판정"
    By tathata
        2006년 10월 10일 06: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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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의 KTX여승무원에 대한 적법도급 판정이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불법적 요소는 있지만 적법하다”는 노동부의 발표 이후 법조계, 학계, 여성계 등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판정이라며, 철도공사의 외압과 정부의 의도를 낱낱이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성노동네트워크, 심상정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홍미영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KTX 사건 노동부 판정의 허와 실’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치열한 논쟁이 오가야 제 맛이지만, 이날 토론회는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 철도공사 등의 불참으로 노동부의 판정을 비판하는 일방통행의 목소리만 높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부는 “조사는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독자적으로’ 했으므로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청은 “국정감사를 통해 밝힐 것”이라며 불참 사유를 밝혔다. 비판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는 토론회라기보다는 ‘노동부 성토대회’에 가까웠다. 노동부는 대화와 토론을 단절함으로써 의혹과 비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노동부가 적법도급 판정을 내리기 위해 불법파견의 요소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는 것은 물론 노동법의 원칙과 기준마저도 어기는 자기모순적 행동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또한 KTX여승무원의 사건은 여성의 서비스노동이 저평가되는 성차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음도 지적했다.

       
    ▲ KTX여승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10일 국회에서 ‘KTX판정 허와 실’토론회가 열렸다.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부는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는 노동부 고시마저 위배했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고시는 업무수행방법, 근로시간, 인사이동과 징계, 소요자금, 사업주로서의 책임수행, 기자재 사용 등에 있어서 종속성이 있다면 근로자 파견사업을 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변호사는 여승무원의 채용과 인사발령, 수습교육, 근무시간 편성, 근무평가 등 모든 면에서 철도공사가 사실상 직접 ‘개입’하였고, 철도유통은 공사의 ‘지시’에 따라 역할을 수행하였음을 강조했다. 공사가 여승무원의 채용 인원수를 결정하여 도급액을 정하고 승무원을 선발한 것이나, 여승무원의 업무매뉴얼 작성과 열차팀장의 시정요구서 작성 등이 이를 증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유통의 이사회 구성이 철도공사의 전현직 임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공사가 유통의 사무실 유지 등에 필요한 관리비용까지도 감안하여 도급액를 책정한 것도 유통이 경영상의 독립성을 갖고 있지 못한 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부의 조사결과는 여승무원이 제기한 불법파견의 근거는 모두 누락되고, 공사와 유통의 변명만이 나열됐다”고 일갈했다.

    정지선 KTX승무지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서울지방노동청의 법률자문단 회의가 갑자기 무산된 점, 해당 근로감독관이 아닌 제3자가 조사 결과문을 작성한 여러 정황이 포착된 점,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주장이 담긴 문서가 고위기관에 전달된 첩보를 입수한 점 등을 나열했다. 정 대변인은 “노동부는 KTX 승무원의 자료를 외부로 무단 유출하면서 제 3자로 하여금 결과문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양현아 서울대 교수(법과) 행정기관의 정책적 고려가 개입된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부가 정책적 고려를 벗어나기 어렵듯이, 행정기관 또한 신자유주의의 고용유연화 정책의 구속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판정은 근로자파견법, 남녀고용평등법은 물론 헌법마저 위반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헌법은 여성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까지 명시하고 있으나, 노동부는 미시적 관점에서만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배경에는 “여성의 서비스는 비전문적이며, 본질적 업무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는 여성에 대한 통념이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노동부가 파견과 도급의 구분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여성 노동자를 모두 간접고용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 변호사는 “노동부가 도급과 파견의 구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다”고 했으며, 정형옥 노무사도 “열차팀장과 여승무원의 서비스가 연계도 됐으나 주된 업무는 구분가능하다는 노동부의 주장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의 ‘적법도급’ 판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중점 제기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토론은 국회에서 ‘2라운드’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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