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 집단휴진 돌입, 비판 거세
    문 대통령 “원칙적 법집행 강력 대응”
    민주당 “책임 물을 것” 미통당 “의대정원 확대 유보”
        2020년 08월 26일 04: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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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단체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26일부터 사흘 간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 사이에선 의사단체의 집단휴진에 강하게 비판하며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협, 집단휴진 강행
    “정부, 의사 파업으로 의사인력 수급 차질 감안해야”

    1차 총파업 이후 의협은 정부와 이날 새벽까지 협상한 끝에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의과대학 증원 정책 추진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은 ‘정책 철회 없이는 파업을 중단할 수 없다’고 거부함에 따라 의협도 잠정합의안 동의를 철회하고 예정대로 사흘간에 총파업을 진행키로 했다.

    앞서 의협은 4개(정부의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4일 첫 번째 총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대전협도 같은 요구사항을 내걸고 7일, 21일 집단 진료거부 행동에 나섰고, 90%에 가까운 의대생들은 국가시험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본과 4학년의 90%가 올해 지금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고 있고, 일반 다른 의대생들의 80%가 이번 2학기에는 동맹휴학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피해는 개인적인 손해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로서도 상당한 손해다. 본과 4학년들이 국가시험에 응시를 하지 않게 되면 내년 2월에 원래 배출되어야 할 약 3000여명의 의사가 배출이 안 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늘리겠다고 해서 지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인데, 4000명의 의사를 늘리기 위해서 추진한 정책으로 인해 당장 내년에 배출될 수 있는 젊은 의사 3000명을 배출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인력을 필요로 했던 대형병원, 그 대형병원의 전공의와 전임의 그리고 교수까지 업무 부담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 19에서 굉장히 역할을 많이 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공중보건의사인데, 이 경우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가는 일반의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다시 말해서 내년에 공중보건의사인력 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가능이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일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의료계는 파업이 정부의 불통에 항의하기 위한 ‘사실상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기에 부득이하게 단체행동에 나섰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스럽다”면서도 집단휴진은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전했다.

    의협은 “의사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날 때, 환자에게 보탬이 될 때 가장 행복하다. 진료실 문을 걸어잠근 채 거리로 향하고 싶은 의사는 단언컨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저희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환자분들을 만나 뵐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께서 저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치열한 실무협상의 과정에서 성실하게 임하여 주신 보건복지부의 진정성을 알고 있다”면서도 “4개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진정성을 보여주셨다면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의 단체행동은 바로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부족함이 있었던 부분은 담대하게 인정하시고 의료계가 최소한의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부탁한다”며 “오랜 시간 동안 꼬일 대로 꼬인 관계를 신뢰와 존중의 관계로 발전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의사협회 최대집 대표(좌상). ‘의사인력 부족으로 불법의료 만연’ 보건의료노조 기자간담회(우하)

    일부 의사들 파업 철회 요구
    “의협,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집단”
    공공의료 확충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통해 논의하자는 제안도

    일부 의사들은 의협 등의 총파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같은 의사로서 (의협의 총파업은) 정말 너무 안타깝다. 코로나19상황에서 절대로 파업은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개원의 파업이나 경증 환자 진료 부분에선 체감되지는 않는 불편함 정도였겠지만, 코로나 진료 부분과 연계돼 있는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은 전공의와 전임의가 빠지면서 국민 건강에 당장, 직접적으로 아주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파업을)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의사단체가 소속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협 등의 집단휴진을 강력 비판했다.

    무상의료본부는 “인력을 충원해서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강도를 줄이는 것이 상식인 평범한 노동자들은 의사들이 의사인력 확대에 반대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의사협회로 인해 시민들의 걱정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중환자들과 응급환자들은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의사협회의 집단휴진과 파업은 코로나 2차 대유행과 강화된 거리두기 등으로 잠 못 이루는 대다수 평범한 이들의 삶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행위”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인력까지 뺀 전공의와 전임의, 그리고 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위 1퍼센트의 돈 많은 부모를 둬야 하고, 의사가 되면 특별한 대접을 받는 집단에 속하게 된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평범한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태도를 몸에 지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지금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이런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국민들의 걱정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봤을 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한 셈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대안이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기관 확충 계획이 빠진 채 기업들의 숙원과제인 원격의료를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부족한 의사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큰 틀의 사회적 공감대마저 배척하는 것은 어떠한 정당성도 없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의사협회 비롯한 의사 단체들은 즉각 집단휴진 중단하고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이로 인한 의료붕괴 위험에 맞서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며, 정부를 향해서도 “의사협회와의 밀실 협의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공의료와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노동자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왜 공공의료 확충을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의사협회 달래기로 해결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대통령 “원칙적 법집행 통해 강력 대응” 지시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강경하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원칙적인 법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의협 2차 총파업과 관련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청와대는 윤창렬 사회수석이 맡아온 의료현안 대응 TF를 김상조가 직접 챙기면서 비상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에 소속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전임의들을 대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마지막 순간 의사협회와 합의를 이뤄 쟁점 정책 추진과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동의한 적도 있었으나, 전공의협의회의 투쟁 결정에 따라 입장을 번복한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26일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미이행하거나 거부한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 및 업무개시명령, 거부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원의에 대해서도 “집단 휴진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역시 참여율이 10%를 넘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각 지자체에서 판단하면 해당 보건소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정부는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의 집단휴진을 계획·추진한 의사협회에 대해선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 및 의료법에 근거한 행정처분 등도 실시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의사 국가시험을 취소한 의대 4년생들에 대해서도 “시험 응시 취소의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취소 의사 재확인을 거쳐 의사를 확인할 경우 응시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4년생들 92.9%가 국시를 취소한 상황인데 의사 재확인 과정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면 그대로 실격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즉시 의료현장으로 복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사들 집단행동,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
    미래통합당 “공공의대 설립 시급한 과제 아니다”
    정의당 “의사 파업에 국민 시선 ‘싸늘’…파업 유보하고 대화나서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의사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에 국민건강, 국민생명 우선의 원칙 아래 대응하겠다”며 “이번 일로 인해 의사들이 환자와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오히려 의사들에게는 더 큰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 의료인들이 집단휴진을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진료 공백이 초래되고 환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많은 대화 노력을 기울여 합의에 이르렀음에도 비상시국인 상황에서 의료계 지도부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집단행동을 강행한다면 우리 국민들께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의료진이 있어야 할 곳은 진료 현장이고 방역 일선”이라며 “의료계가 무책임한 집단행동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공공의 안녕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정부가 의사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일단 유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의협 측의 편에 선 셈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 바로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간호사들인데, 의사와 정부 간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의과대학을 증원한다던지 공공의대를 만든다고 하는 것이 논쟁의 근거가 되어서 지금 의사들이 파업에 돌입하는 불상사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코로나 극복 이외에 더 이상 중요한 사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 정부 당국에 이야기한다. 정책이라는 것이 힘과 의지만 가지고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라며 “정부와 의사협회는 한 발짝씩 양보해서 일단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데 전력을 행사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코로나19 전까지 정책 유보를 밝혔음에도 파업을 강행하는 의사단체에 유감을 표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 파업에 끝끝내 돌입한 의사단체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하루 속히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선임대변인은 “한국의 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 3.5명의 2/3에 불과해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상황만 보더라도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폭증해 위기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의사파업을 점점 싸늘하게 바라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단체가 파업을 강행함에 따라 취해진 당연한 조치”라며 “정부·의료계·국민이라는 삼각 공조의 한 축이 무너지면 코로나19 방역 체계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의사단체의 파업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다면 의사단체는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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