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보건의료계와 시민·학술단체들
    거리두기 격상, 병상·숙련 간호인력 확보 촉구
    “강도 높은 방역이 최선의 경제 대응···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해야”
        2020년 08월 24일 05: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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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전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노동‧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학술단체 등은 일제히 “강도 높은 방역이 최선의 경제 대응”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정부가 경제 상황 때문에 3단계 격상을 미루자 보건‧의료계가 설득에 나선 것이다.

    보건‧의료계는 장기간 코로나19에 대응해온 기존 의료체계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1차 대유행 시점부터 제기돼온 충분한 병상‧의료인력 확보 요구를 도외시한 탓이 큰데, 아직까지도 마련하지 못한 취약계층 보호정책 또한 시급한 과제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 무상의료운동본부,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1개 단체들은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발생 초기, 시민사회는 단기간 종식될 감염병 사태가 아님을 지적하고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 보수정권의 산업정책을 답습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병상과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 ▲유급병가휴가‧상병수당(급여) 도입 ▲유급돌봄휴가 확대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이 가능한 인프라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거리두기 2단계 격상 기준인 50~100명 선을 초과한 지 오래됐고 일일 확진자가 400여 명에 이른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준을 지자체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은 중앙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방역이 경제를 위한 최선의 대응이라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는 방역이 우선이고 경제가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수용을 위한 병상과 숙련된 인력 확보 요구도 나왔다. 보건‧의료계는 일찍이 2차 대유행을 예고하며 공공과 민간 협력을 통한 병상확보와 숙련된 간호인력 배치 등이 꾸준히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2차 대유행의 정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당분간 2단계를 유지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22일 기준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63%, 경기도는 94%를 넘어섰다.

    이 단체들은 “환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병상 부족 사태는 시간문제”라며 “우리나라는 공공병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민간병원의 병상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지난 대구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민간병원은 정부의 요구에 응당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도 필수적”이라며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일반 중환자보다 훨씬 많은 간호 인력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인력 확보와 감염병 대응 교육 실시로 인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대해선 “진료 중단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진료 중단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고,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코로나 검사를 축소했다고 한다”며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는 의협의 행태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무고한 피해와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속히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급병가휴가, 상병수당 도입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구로 콜센터나 쿠팡 물류센터 집단 감염 사례 모두 ‘아프면 3~4일 쉬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공적 방역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이 담보된 보편적인 유급병가휴가와 상병수당(급여) 제도화가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아프면 3~4일 쉬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정작 쉴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아니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고,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직종에 종사하는 시민일수록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가야하는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급돌봄휴가 제공과 돌봄 인프라 확충 등 안전한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 또한 지속적으로 요구돼온 정책이다. 이 단체들은 “돌봄의 사회적 기능이 멈추면서 돌봄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가족)에게 전가됐다”며 “더욱이 유급가족돌봄휴가가 보편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휴교와 온라인 수업 결정은 돌봄의 성별분업을 다시 강화하는 기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방역과 돌봄 노동자에 대한 안전장치의 강화를 통해 학교와 필수적인 사회적 돌봄 시설 등이 최대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휴교가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2차 거리두기 기간 동안 남녀 차별 없이 국민 모두가 유급가족돌봄휴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관련 전문학술단체들도 “3단계 격상 불가피”

    대한감염학회 등 감염병 관련 9개 전문학술단체는 전날인 2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다양한 역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유행은 쉽게 잡히지 않고 이전에 우리가 경험해 온 것과는 다른 규모의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감염학회 등은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조정됐지만 이러한 수준의 조치로는 현재 유행 상황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며 “병상이 급속도로 포화 되어가는 등 장기간 버텨온 의료체계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2차 유행 대비·대응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왔음에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중환자 병상확충 등의 방역 대책이 전면적으로 신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방역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여러 가치들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전 국민이 동참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감염학회 등은 “지금의 유행을 억제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와 내 가족을 잃게 될 수도 있고,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인 피해도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도 의료계도 국민들도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할 때”라고 했다.

    아울러 의사정원 확대 등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달라고도 요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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