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고”
        2006년 10월 10일 1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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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북 핵실험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어 내각총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북 핵실험을 규탄하는 장외집회를 예고하고 있지만 지도부 일부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청와대 오찬 회동을 보고하는 최고위원회에서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정부의 책임 수위를 놓고 내각총사퇴 요구에 대한 최고위원들간 견해차를 드러냈다. 먼저 강재섭 대표가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담 내용을 보고하며 “상황을 악화시킨 대통령의 사과와 안이하게 대처한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며 “적어도 국방,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등 통일안보 라인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에 이재오 최고위원은 보다 강경하게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지만 솔직히 이 시점에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보고 물러나라고 할 수 없어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내각 총사퇴는 한 번 해보는 소리나 한나라당의 여러 요구 중 하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전쟁에서 말을 갈아탈 수 없다고 했는데 말이 거꾸로 달리고 있는데도 갈아타지 않고 파국으로 치닫겠다는 거냐”며 “대통령은 내각총사퇴부터 해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영세 최고위원은 “내각총사퇴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의 책임자를 즉시 바꾸라는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11일 북한 핵실험 규탄 장외집회를 갖기로 한 것과 관련해 “장외집회는 적절치 않다”며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우여 사무총장은 내각총사퇴에서 한 톤을 낮춰 내각책임자인 총리의 사퇴와 안보라인 교체를 촉구했다. 황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물러날 수 없으니 내각책임자인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며 “또한 안보, 국방관계 장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나경원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내각총사퇴 요구는 9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며 “의총에서도 다른 견해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영세 최고위원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의총에서 의결 형식을 거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들었던 것”이라며 “안보관계장관에 대한 사퇴요구만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 최고위원은 “장외집회도 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위기상황인 만큼 혹시라도 (한나라당이 위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삼가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 견해차로 혼선을 빚은 바 있으나 결국 강경파의 주장을 따랐다. 북 핵실험 사태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에서도 강경파의 주장이 대세를 차지하는 가운데 당내 일부 신중론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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