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기지 반환협상, 끝난 게 아니다"
    By tathata
        2006년 10월 10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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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순 씨는 현재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다. 그는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의 북한핵실험 정국에서도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내정되면서 후임 외교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2000년 SOFA 개정 협상 당시 한국정부 수석대표였기 때문이다.

    2001년 SOFA ‘환경에관한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송민순 씨는 “한미 SOFA의 손해배상 규정이 환경오염사고에도 적용되는 만큼 문제가 없으며, 철저한 환경관리를 위한 절차를 마련해 놓았다”고 주장했다. 외교협상 브리핑에서 ‘비유의 달인’으로 알려진 그는 “그동안 한미 SOFA가 불편한 SOFA였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편안한 SOFA가 될 수 있을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2000년 SOFA개정 협상 때부터 시민단체들은 SOFA본 협정에 환경조항을 신설할 것과 명확한 ‘오염자부담의 원칙’ 명시를 요구했었다.

    결국 그가 만든 ‘편안한 SOFA’ 덕분에 2002년 여중생사망 사건 때 한국정부는 미군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2006년 7월 14일 환경정화가 채 끝나지도 않은 오염된 미군기지 15개를 반환받아야 했다.

    어쩌면 그를 포함한 협상단은 협상체결 당시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철석같이 믿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2003년 5월, 외통부와 국방부는 ‘미군반환 공여지 환경조사 및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합의서’에 서명한 뒤 “환경오염 복구비용은 전액 미군이 부담한다”고 공언해 왔다.

       
     ▲ 원주 캠프 이글 내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 사진

    2004년 11월, 외교부는 ‘용산기지 이전비용, 바로 알고 논의하자’ 라는 홍보책자를 발간했다. 제목을 보라. 마치 시민단체들한테 비판하려면 ‘제대로 알고나 해라’라는 식이다. 홍보책자에는 “용산기지 오염 치유는 미국측이 하게 된다”고 나와 있다.

    부속서 A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이기 때문에 반환되는 용산기지의 오염 치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라고 해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시민단체들의 ‘인식’을 질타했다.

    그런 외교부의 자신감은 미군이 교묘한 SOFA해석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미군은 한미 SOFA ‘환경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따라 KISE(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알려진 환경오염)가 아닌 경우는 정화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환경부는 한미 SOFA 합의 의사록 제3조에 명시된 ‘국내법 존중’에 따라 국내 토양환경보전법 기준 적용을 주장하였다. 

    미군은 이 용어를 반환 대상 기지에서 발생한 오염이 병사들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오염 정화의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병사들이 오염물질로 암과 질병에 걸려 줄줄이 몸져눕거나 죽어나가야 정화한다는 말인가? 반환대상 미군기지에서 석유계 탄화수소가 한국의 토양 오염 우려 기준치를 최대 100배, 납은 1백2배, 구리는 20배를 넘었다는 사실도 KISE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사실 미군도 이렇게 우기기에 멋쩍은 부분이 있다. 2003년 미군은 용산 아리랑택시 부지를 반환하면서 기름 오염된 토양을 자기 돈을 들여 정화해서 반환했다. 그때 아리랑 택시부지의 오염은 반환예정 미군기지 오염의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결국 엄청난 정화비용 앞에서 미군은 애매하게 규정된 SOFA조항을 한껏 이용해 스스로의 정화기준을 뒤집은 셈이다.

    그렇다면 미군이 KISE로 그렇게 우길지는 몰랐다고 치자. 사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환경부를 엄청 압박했다. 특히 국방부는 한미간 군사·외교 관계를 고려해 미국과의 반환미군기지 환경협상에서 환경부가 양보할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20일 윤광웅 장관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이 문제의 조기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해 빨리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환경부만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공박하기도 했다.

    최종 협상 과정에서도 환경부가 ‘왕따’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쪽의 19개기지 반환계획 통보가 공식 협상창구인 소파 환경분과위원회가 아니라 두 나라 국방부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미 정부는 7월 협상에서 공동 합의문도 작성하지 않았다.

    한국의 환경부, 외교부, 국방부가 합동기자회견문을 발표했을 뿐이다. 사실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에 관한 한미간의 협상은 한국 정부에 있어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미군기지 환경오염은 오랫동안 문제가 되었고, 한강의 ’괴물‘까지 나서는 판이라 미군이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진 않기 때문이다.

       
      ▲  문정현 신부가 얼굴에 기름을 묻힌채, 2001년 용산미군기지 기름유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정부 특히 국방부와 외교부의 ’환경‘에 대한 무지에 있다. 환경의 가치를 너무나 쉽고도 빠르게 포기했다. ‘환경’을 쉽게 포기한 대가가 나중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지금도 상황은 엉망이다. 국방부는 15개 기지를 반환받으면서, 환경정화에 대한 아무런 근거가 없는 4개 기지의 관리책임도 함께 넘겨받았다.

    또 정부는 미군이 8개 항목에 대해 정화를 마무리 한 기지를 반환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군은 매향리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불발탄마저 치우지 않았을 뿐 아니라 8개 항목에 대한 치유도 마무리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한미군은 토양정화 용역계약을 무등록업체인 삼성물산과 체결해 물의를 빚고 있다.

    우리나라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의3에 따르면 토양정화업 등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우리 외교부의 안일한 상황판단에 의한 협상, 미국의 우기기 전략 그리고 그 전략을 완성해준 국방부. 최소한의 기본적인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미군과 확인하지 않는 한국정부.

    그렇다고 협상이 끝난 건 아니다. 앞으로 미군에게 반환받을 기지는 모두 59개. 이중 오염조사는 29개가 끝났고, 반환받은 것은 15개이다. 아직도 희망은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협상을 잘 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미 반환받은 15개 기지에 대한 원칙이 나머지 모든 기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SOFA 개정협상이 한창일 때, 시민단체들은 호루라기를 가지고 집회현장에 나섰다. 호루라기를 불어대면 협상장소까지 들렸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이 끊임없이 집회를 하고 성명을 한 것이 오히려 협상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 때는 과학실험에서나 사용하는 로케트를 사용해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문정현 신부님이 얼굴에 시꺼멓게 미군기지에서 가져온 기름을 바르고 용산 미8군기지 앞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사실 온갖 퍼포먼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다 나왔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가 잊혀지지 않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는 ‘버린니가치워쏭’이 떠돌고 있다. 신나는 율동에 심오한 메세지도 담고 있다. 이들은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 협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를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가장 무서운 적은 ‘이제 반환미군기지 오염 협상은 끝났다’라는 우리 안의 체념과 단념인지도 모른다. 협상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와 미국의 ‘물타기’ 전략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버린니가치워송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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