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북한 현안'만 터지면 괴로워
        2006년 10월 09일 08: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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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북한 핵실험에 대해 강한 충격과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그 일차적 책임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있으며 어떠한 군사적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민주노동당 긴급대책회의에서는 북 핵실험을 바라보는 견해 차이가 뚜렷해 논쟁이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민주노동당은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직후 오후 1시부터 의원대표단과 당대표·최고위원이 참석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회의 결과를 전하며 “민주노동당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지지하고 평화군축 강령을 가진 정당”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강한 충격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 중앙당에서 열린, 최고위원단-의원단 연석회의. (사진=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또한 “북의 핵실험 강행의 과정에서 미국이 취해온 대북 고립·압박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긴장과 대결국면을 조성한 일차적 책임은 미국의 적대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더불어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군사적 행동과 이를 유발하는 조치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미간 직접 대화와 동시행동, ▲정부의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운 접근을 당부했다.

    한나라당이 즉각 중단을 촉구한 남북 경제협력이나 대북 지원과 관련해서는 “북 핵실험의 원인이 아니다”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고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식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민주노동당의 긴급대책회의는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1시간 뒤에 열린 한나라당의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과 우리 정부에 대한 성토가 한바탕 쏟아진 뒤에도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대책회의가 끝나고 1시간여가 흐른 뒤에야 대변인 논평이 발표됐다.

    이와 관련 회의에 참석한 당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정리하며 최고위원들간 논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용대 정책위의장이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이 대치국면에서 북핵의 자위적 성격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김기수 최고위원이 문제를 삼은 것이 논쟁의 시작이 됐다.

    김기수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핵의 자위성 인정이 당의 공식 입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홍승하 최고위원도 “민주노동당은 자위적 수단을 포함해 모든 핵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옥 최고위원은 나아가 “북한에 이후 핵 프로그램과 군사적 대응 중단 촉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은진 최고위원은 북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입장 전달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미국이 계속 적대적 대북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북한은 체제 안정을 위해 핵실험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이 북한 체재 보장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으면서 핵 포기 입장만 전달하는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민주노동당의 북핵 반대 입장 표명이 대중들의 해석에서는 미국, 한나라당, 일본의 북한에 대한 요구와 똑같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도 주체 당사자인데 유엔, 남측, 미국의 반응을 예상하지 않고 (핵실험을) 했겠냐”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북에 대고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자족적인 측면은 있을지 모르지만 현 정세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권영길 의원단대표와 국회 남북관계특위 위원인 천영세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핵 문제 전개과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성현 대표는 결국 장시간 논쟁 끝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에도 공식 입장 발표는 1시간 가까이 지체됐다. 당초 논평에는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내용 중 “핵시험은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 내용의 삭제 여부를 놓고 발표 직전까지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오후 국회의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 회의실에서는 박용진 대변인이 김선동 사무총장과 장시간 전화 통화로 논쟁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사무총장은 삭제를 요청했고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논의 내용에 따른 것이라며 회의록 회람을 요구했다”며 “민주노동당이 북한 문제에 민감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내용은 논평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이와 관련된 언급을 피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매일노동뉴스> 기고문에서 “민주노동당에서는 두 가지의 불가침성역이 존재해 왔다”며 “북한과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은 불경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북한 문제에 대한 성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북 핵실험에 대한 당의 입장 정리와 발표 과정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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