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급식노동자, 청소 도중
    락스 용액 과다흡입으로 의식 잃어
    청소기간 단축 등 급식노동자에 노동강도 증가, 대체인력도 없어
        2020년 08월 19일 07: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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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청소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식실 내 곰팡이 제거를 위해 사용한 과다 락스 혼합 용액을 흡입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식수원 감소를 이유로 학교가 대청소 일정을 단축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교육부와 각 교육청에 노동환경 긴급실태조사와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노조)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교육당국의 반노동적이고, 안일한 대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예견된 사고였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급식 노동환경 긴급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노동자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4일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리노동자가 청소 도중 쓰러졌다. 실신한 노동자는 혀가 굳고 안명경련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장에 있던 다른 노동자들도 어지럼증과 혀 마비 증상을 호소했다고 한다.

    사고는 2주 단기간 방학 기간 중 단 이틀간 진행한 대청소 기간에 벌어졌다. 학교 급식실 대청소는 방학기간을 활용해 연 2회, 회당 3일 이상 실시하지만 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식수 인원이 줄었다는 이유로 대청소 기간을 이틀로 줄여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장마로 인해 식탁, 의자 등에 핀 곰팡이를 짧은 청소 기간 내에 모두 제거하기 위해 과다 락스 혼합 용액을 사용했고 이를 과도하게 흡입하면서 락스 중독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소 중 환풍기를 가동하고 창문도 모두 열어 환기를 했지만 장마기간 기압이 낮아 외부공기 유입이 미약했던 것으로 노조는 추정하고 있다.

    학교 급식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조리업무 외에 방역 소독업무까지 더해지면서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 노조는 “교육당국은 식수인원이 줄어 급식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줄었을 것이란 안일한 태도를 보이며 기존의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휴가 간 필수 조건인 대체인력 투입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상반기 내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에 적극 협조해왔으나, 정작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위협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번 락스 중독 사고를 비롯한 학교 급식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원인으론 부족한 인력 등이 꼽힌다. 이들에 따르면, 학교 급식 노동자 1인당 120~150인분을 조리한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공공기관 12개 기관의 조리인력 1명당 급식인원이 65.9명인 것에 비하면 약 2배 수준의 노동 강도다.

    안정적인 대체인력제도 없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을 조리해야 하는 작업 환경상 칼에 베이거나 끓는 물과 기름에 데는 사고가 빈번하지만 연차와 병가도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쉬게 되면 동료들에게 업무가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노조는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아파도 쉬지 못한다. 교육청들의 미비한 대체인력제도는 학교급식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휴가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장마가 끝나고, 역대 최악의 더위가 예상되는 여름이지만 교육당국의 대책은 여전히 찾아보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와 각 교육청에 노동환경 긴급실태조사 및 안전대책을 촉구한다”며 “더불어 코로나 방역에 따른 노동강도 심화대책으로 급식실 방역전담인력을 채용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교육청 전담대체인력 제도화, 배치기준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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