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 결과,
    송기춘 “상습사기, 횡령·배임 혐의”
    "할머니에 쓰인 돈 1년 30만원... 믿을 수 없는 상황"
        2020년 08월 12일 11:0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고 있는 나눔의 집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 등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모집한 후원금 88억 원을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고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쌓아둔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에게 직접 사용된 돈은 한 해 1인당 30만 원 정도에 불과했고, 시설 내에선 정서적 폭력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반으로 나눠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법인)과 노인주거시설 나눔의 집(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민관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금 홍보를 했으며 여러 기관에도 후원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지난 5년간 약 88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에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내역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등록청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았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후원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닌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 88억원 중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전출금)은 2.3%인 약 2억 원이었다. 이 시설전출금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박스 안은 조사결과 발표하는 송기춘 단장

    나눔의집 후원금 운용 조사 결과와 관련해,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2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도 “계산을 해보면 할머니들을 위해서 직접 사용된 돈은 2억 중 5년간 800만 원 정도다. 1년에 160만 원, 할머니가 5~6명 정도 있다고 생각하면 할머니한테 직접 쓰인 돈은 1년에 30만 원이다. 보고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약 26억 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사용했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송 단장은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후원금을 절약해서 100억 정도 모이면 호텔식 요양원을 지어서 경쟁력 있게 운영을 하면 어떤가’ 이런 얘기가 등장한다. 2020년 올해 예산안을 보면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물을 짓는데 80억을 쓰겠다’는 식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도 해서 원래의 후원 목적하고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조사과정에서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정황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법인직원인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이는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 조사단은 간병인의 학대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나눔의 집 운영상 문제에서 파생된 의료공백과 과중한 업무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도 방치되고 있었다.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응원편지 등을 포대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고, 이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

    경기도는 나눔의 집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송 단장은 “법인은 후원금을 모집한 원래 목적과 다르게 쓰는 것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 상습사기이고, 돈의 사용과 관련해선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의 혐의도 있다. 액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도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며 “수사의뢰와 고발에 대해선 경기도에서 최종 결정하겠지만 법인이사를 해임하고 임시이사가 시설과 법인의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 시설폐쇄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조사단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