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긴 장마와 침수 피해
정치권, ‘4대강 사업’ 적절성 논란
“더 큰 피해 막아” vs “물 흐름 막아 낙동강 둑 붕괴”
    2020년 08월 11일 1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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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긴 장마로 전국에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수해 복구가 한창인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의 적절성 문제를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4대강 사업으로 더 큰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반면, 여권에선 4대강 보가 물 흐름을 방해한 결과로 낙동강 본류의 둑이 붕괴됐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인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마와 폭우로 발생한 피해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 분석할 기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미래통합당은 홍수 피해마저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아직 태풍이 북상 중이고 수해복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이전 정부를 탓하고 있다”며 “폭우와 태풍피해 복구가 끝나는 대로 하천관리부실 및 산사태 원인에 대해 정부에게 대대적인 원인 분석평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미래통합당은 4대강 보로 인해 홍수로 인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 원내대변인은 “4대강 보 사업으로 인한 치수능력 제고와 홍수예방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며 “4대강별 피해 상황, 4대강 보 사업이 없었던 섬진강 범람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 출신의 송석준 미래통합당 의원도 11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한강 주변에 엄청난 폭우가 왔지만 과거 상습 침수 지역인 여주시 같은 경우 (4대강 보로) 안전을 유지했고, 한강 주변에도 피해가 최소화됐다”고 평가했다.

4대강 사업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둑이 붕괴된 것에 대해선 “물적 요인과 인적 요인 같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창녕합천보 상류 250m 부분에서 한 30m 정도가 제방이 유실됐는데 배수문 부분이다. 그 지역은 지난번 4대강 정비 때 보강 정비가 안 된 부분인 것 같다”며 “또 이번에 환경부로 우리 댐, 보 관리 업무가 넘어갔는데 보의 수문 조절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인적 요인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 의원은 섬진강에 4대강 사업을 했다면 홍수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안 해서 피해가 생겼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추론을 할 수 있다”며 “(4대강 사업을 통해) 물그릇 정비를 하지 않은 섬진강의 물그릇으론 (홍수를) 감당이 안 된 거다. 만약 4대강 정비를 해서 물그릇이 커졌다면 적어도 그런 기본적인 제방 유실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방송화면 캡처

민주당은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 예찬론을 다시 들고 나와 수해마저 정부 비난의 소재를 삼고 있다”고 미래통합당을 비판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낙동강 본류 둑이 터진 가장 큰 이유도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가 물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에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둑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수압이 올라갔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13년과 2018년 감사원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사업이 아닌 한반도 대운하 사업 재추진을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 크다는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지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홍수에 4대강 사업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사업 추진 당시부터 환경단체 등은 지류·지천 정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만약 22조 원의 예산으로 지류·지천을 정비했다면 홍수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 최고위원은 “미래통합당은 산사태·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국민들 앞에서 4대강 예찬론의 낡은 레퍼토리를 들며 재난피해마저 정쟁화 할 것이 아니라 피해복구를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홍수가 나도) 본류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 생기고 항상 지류 쪽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4대강 사업은 그걸 거꾸로 한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에서 4대강 사업의 효용성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일종의 미래통합당의 트라우마라고 본다. 그런 트라우마를 이겨내서 상식과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오류를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도 4대강 보가 홍수 피해 예방에 기여했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4대강 보 철거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날 낸 논평에서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져서 홍수가 났다’는 주장에 대해 “보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주장”이라며 “보는 홍수조절 능력이 전혀 없는 시설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행해진) 두 차례의 감사 결과에서도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보는 물의 취수 및 수위와 하상을 유지하기 위해 하천에 짓는 구조물이다. 이러한 특성상 보는 필연적으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강물의 흐름을 막고,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수위 상승을 유발한다”며 “통합당 의원들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홍수유발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통합당은 전국적인 홍수 피해로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정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한다. 어떤 정권에서도, 어떤 연구결과에서도 4대강 사업으로 본류의 홍수조절효과가 입장됐다는 결과는 없다”며 “구시대적 진영논리에 빠져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유포하는 통합당 의원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평가 조사할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더 이상 어떤 평가와 조사가 필요한가. 4대강 보는 해마다 폭염 시기에는 녹조현상을 유발하고, 홍수기에는 홍수 피해를 키울 뿐”이라며 “이제는 미뤄뒀던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정부는 더 이상 평가가 아닌 보의 처리방안 확정과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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