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저지 투쟁, 발로만 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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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09일 01: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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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하다.
    서울에서의 하중근 열사 투쟁, 8월에 있었던 주한미군기지 없는 서울 투쟁, 8월15일 통일 투쟁, 평택미군기지저지 투쟁, 반전투쟁, 이랜드 노조지원 투쟁, 그리고 공무원노동조합 지원투쟁….

    거의 빠지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민주노동당 ‘중앙당’ 지침을 이행하는 수준을 넘어 때로는 중앙단위의 집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의 실천 활동도 당원들과 함께 정말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했다. 집회 나가서 앉아 있는 거 자체가 진보가 될 만큼 소위 진보진영의 동력이 떨어졌기에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나갔다. 주말이건, 평일 오전이건, 혹은 오후이건, 혹은 늦은 촛불문화제 건….

    우린 지금 너무 힘들다

    그때 들었던 느낌은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
    당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모두 힘이 빠져 있다고 느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구동성 비슷하게 얘기했다. 현장에서부터 동력이 떨어져 있다고. 민주노동당 각 지역위원회 임원들도 당원들의 참여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FTA 거리 선전전

    그런데 이제 그 현장의 동력, 평당원들의 동력으로 한미 FTA를 저지하자고 한다. 전국의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12,014,277+1’명의 서명을 받아서 한미 FTA를 저지하겠다고 한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방선거 이후의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독이 쌓인 채, 충혈 된 눈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당은 조직을 정비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것은 시대가 당을 부르기 때문이리라. 활동가들은 지치고, 참여 당원들은 점차 소수 열성당원들로 국한되기 시작했다.

    물론 때마침 터져 나온 당내의 다양한 ‘사건사고’도 일부 당원들의 관심을 당으로부터 멀리하게끔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지독히 못했을 때, 스스로 뉴스나 신문기사를 외면하는 심리와 비슷했다.

    기대 저버리고 투쟁만 하라는 당,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당을 보며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자…. 이런 생각이었을 게다.
    물론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당원들의 결의를 추동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우울하게도 당기위원장 사퇴문제, 당사 이전문제 등 당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지도부가 돌아다녀봤자 힘이 될지 의문이다.

    투쟁 정국이 되면, 당내 문제를 제기하기 곤란해지는 분위기가 좀 있다. 때문에 지도부가 당내문제에 대해 상식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길 바랬는데…. 아! 또 기대를 저버리고 만다. 그리고 투쟁만 하라고? 긴 한숨을 쉬어본다.

    요즘도 언제나 그랬듯, 수상한 시국이다. 우리에게 비상하지 않고, 수상하지 않은 시국은 없다. 진보진영 전체가 한미 FTA 저지를 주요 화두로 삼고 있다. 어떤 집회에 나가더라도 대회명칭에 ‘한미 FTA 저지’는 꼭 들어가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저지 투쟁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지역마다 한미 FTA 특별위원회가 꾸려지고, 지침이 이어진다. 추석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한미 FTA 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서명을 받으라고 한다.

    혼자해도 되는 건 여럿이, 여럿이 해야 할 일은 혼자

    당 대표는 “한미 FTA 가 살아남느냐, 민주노동당이 살아남느냐”, “일상 활동을 중단한 총매진”이라고 말하며 당원들의 독려하고, 당의 국회의원들도 한목소리로 “(FTA와)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거나 “법안 한두 개 포기해도 달라붙어야 한다”, “미국과 자본의 이익 방위사령부와 시민연합군의 싸움”이라며 당원들에게 좀 더 결의를 다지라고 주문한다. 중앙당도 보다 강력한 투쟁을 위해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국민투표반대 운동본부로 당 조직 자체를 전환했다.

    이 정도라면 애초부터 수순을 잘 밟았어야 했다. 난 국민투표 전술에 찬성하지만, 그것이 결정되는 과정에서의 의견수렴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고 본다.

    민주노동당은 혼자 결정할 것은 여러 명이 결정해 쓸데없이 더디고 혼란을 자초하는 한편, 여러 명이 결정할 중요한 일은 혼자(소수가) 결정 해버리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 전술의 결정과정도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받은 득표수인 12,014,277명보다 한명이 더 많은 ‘12,014,277+1’명이 우리와 전체 진보진영의 서명 목표다.

    서울시당은 50만, 서울지역 운동본부는 300만이 목표다. 지난 무상의료 서명운동에서 당 전체가 100만 서명운동을 목표로 했던 것에 비하면 대단히 비약된 목표수치다. 그때보다 당 조직 상황이 훨씬 나아진 것은 분명 아닐 테고, 아마도 사안의 엄중함 때문에 목표 수치가 ‘업그레이드’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목표를 이렇게 잡아 놨으니 중앙당을 비롯해 모든 조직에서 지역을 ‘독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역 위원장들도 얼마 전 전국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결의도장’을 꾹 누르고 왔으니 분회를 비롯해 당원들을 거리로 나서게 할 수 밖에 없다.

    서명자 숫자 헤아리기로는 곤란

    서명전, 그야말로 서명을 받기 위한 전투다.
    서울시당도 회의 때마다 서울 25곳 지역위원회가 한 달 동안 받은 서명자 수를 공개하며 서로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미 FTA 저지 투쟁에 대한 전략과 전술이 논의되기 보다는 오직 서명자 수를 높이기 위한 실적비교만이 있는 건 아닌가. 기적 같은 활동을 보이는 몇 군데의 ‘모범’이 엄연히 있기 때문에 ‘실적표’를 보면서 우리 스스로를 채근한다.

    그러나 그 몇 군데의 모범을 타 지역에 따라하라는 방식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곳과의 비교를 통해서, 서로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명운동이 좀 더디더라도 지역위원회 당원들이 게으르고 나태한 ‘동지’로 취급되지 않길 바란다. 서명운동에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그들도 그들의 방식대로 당에 기여해 왔던 것을 잊지 말자.

    서명운동이란 평당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담보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몇몇 활동가로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전국의 지역위원회에서 전체적으로 서명운동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소수의 지역 외에 전체적으로 서명운동의 동력이 붙지 않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재 한미 FTA 저지 투쟁에서 당은 오로지 서명을 받고 그 수를 헤아리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서명운동이라는,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방법(파괴력 유무와는 별개로) 외에 다른 방안들은 없나.

    예를 들어 직능단체를 방문해 함께 한미 FTA 저지 투쟁에 동참하게 했느니, 혹은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느니, 아니면 단체회원들이 함께 서명을 받기로 했다 등의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중앙당 지도부나 국회의원들의 소식은 없고, 지역 현장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발품을 팔며 서명을 받았다는 아름다운 미담만 있다.

    한미 FTA 저지 투쟁의 처음과 끝이 오로지 서명자 숫자 헤아리기가 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서명자 수가 얼마인가에 대한 관심만 있고, 지역위원회는 오직 거리로 나가서 한사람이라도 더 서명을 받으라고 한다면야 이게 어디 정당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제발 지상전의 처절함만 독려하지 말자. 그것 외에도 많은 부분이 우리에게 놓여있지 않은가. 정말 한미 FTA를 저지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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