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누가 되든", 한나라 "내가 돼야"
        2006년 10월 02일 05: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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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양당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양당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전개 양상은 판이하다.

    당 지지율이 바닥이고 유력한 대권 주자도 없는 열린우리당은 ‘완전국민참여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의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향력 있는 ‘외부선장’을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당의 문턱을 낮추고 후보 선출 과정에 국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세력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이 도입했던 국민참여경선제의 확대개정판인 셈이다.

    당 지지율이 높고 유력한 대권 주자군을 갖춘 한나라당은 개별 주자들간의 각축과 각개약진이 두드러진다. 예선이 문제일 뿐, 본선에는 누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은연중 깔려 있다. 당내 경쟁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 이명박 두 유력 주자는 지난 1일 잇달아 경선참여를 선언했다.

    ‘완전국민참여경선제’ 도입하면 100만-450만 투표 참여할 것

       
    ▲ 열린우리당 오픈프라이머리 후보지지도 (사진=중앙일보)
     

    열린우리당은 2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내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100%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완전국민참여경선제’로 치르기로 최종 확정했다. 이 제도가 기존의 경선 방식과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희망하는 국민은 별도의 사전 등록 절차 없이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한나라당 당원도 여당의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도 투표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당원과 일반 국민 가운데 일정 비율로 선거인단을 뽑아 투표권을 부여했다.

    다음은 현장 투표소다. 지하철이나 백화점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전국 2,500여 장소에 투표기를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이 투표하도록 하는 형태다. ‘찾아가는 투표소’인 셈이다. 기존에는 체육관 등 특정 장소에 투표인단을 불러모아 투표를 하도록 했었다.

    이 방식대로 하면 경선에 참여하는 투표인의 수는 대폭 늘어난다. 당 오픈 프라이머리 태스크포스(TF)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약 450만명의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적어도 백만명 이상의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게 여당의 공식 전망이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만큼 대중적 인지도나 호감도에서 앞서는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앙일보>의 2일 보도에선 여당이 지금 이 제도로 후보를 선출할 경우 고 전 총리 42%, 강금실 전 장관 9%, 정동영 전 의장 6%, 김근태 의장 4%, 천정배 전 장관 2%, 유시민 장관 2% 등의 순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국민참여경선제와 정계개편의 함수

    이 제도의 흥행 여부는 당 바깥의 유력 주자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여당은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 전 총장과 박 상임이사는 참여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고, 고 전 총리는 특정 정당엔 들어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경선 불복 방지를 위해 정당의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의 해당 대선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즉 정당 내부의 경선으로 치러져야 경선 불복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선에 참여하려면 당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향후 정계개편과의 관련성을 염두에 둘 때 완전국민참여경선제는 둘 중의 하나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외부의 유력 주자들이 경선을 앞두고 여당에 입당하는 방식이다. 열린우리당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뤄졌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와 달리 정계개편 결과 범여권 통합 신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신당은 여당의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그대로 수용할 수도 있고 다른 경선 제도를 택할 수도 있다. 여당 사람들은 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당으로의 정계개편이 이뤄지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여당이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박근혜, 이명박 가열되는 대권경쟁

       
    ▲ 한나라당 대권 예상후보 지지도 (사진=중앙일보)
     

    박근혜 전 대표는 1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으로서 한계를 느꼈다. 이제는 정말 정권을 바꿔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선진국을 만들고 싶다"며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선참여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1일 경북 포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경선에 참여해 한나라당이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 유력 후보의 경선참여 선언은 다소 전격적인 감이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독일 방문 기간 중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는 했다. 그러나 캠프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것 같지는 않다. 박 대표측 관계자는 2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경선 참여 선언과 관련해) 사전에 논의된 바는 전혀 없다"며 "진의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번 경선참여 선언은 다목적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전 시장에 견줘 대중적 지지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가 기선제압용으로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 있다.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인 메르켈 총리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통일, 외교, 안보 분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발표 시점을 추석 연휴 직전으로 잡은 것은 구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시장의 경우는 박 전 대표의 입장 발표에 따른 응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 전 시장측이 경선 참여 선언 후 "본격적인 대권선언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를 시사한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계파간 이해관계의 종속변수

    한나라당에서도 ‘오픈 프라이머리’가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배경은 여당과는 판이하다.

    여당에게 ‘오픈 프라이머리’는 계파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당위’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이대로는 누가 후보로 나와도 필패한다는 위기감의 소산이다. 기간당원제에 대해 원칙론적 입장을 고수해 온 참정연조차 "이번 대선에 한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수용한다"고 밝힌 것은 여권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나라당에게 ‘오픈 프라이머리’란 계파간 이해관계의 종속변수다. 당내 기반이 가장 탄탄한 박 전 대표는 이 제도의 도입에 부정적이다. 그는 1일 "원칙이나 룰이 정해졌으면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계인 강재섭 대표가 "분탕질을 하고 있다"며 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논의를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내 세력관계에서 상대적인 열세인 반면 대중적 지지도에선 앞서는 이 전 시장측은 이 제도의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누가 후보가 되느냐 보다는 당이 정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의 또다른 유력 주자인 손학규 전 지사측도 ‘오픈 프라이머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후보 선출 방법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내분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모두 경선 승복을 공언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핵분열 시나리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지지자의 44%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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