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미국 대선에 달렸다?
[에정칼럼] 바이든의 그린뉴딜 약속에 거는 기대
    2020년 08월 04일 08:5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올해 말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서의 대선에 이목이 끌리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이번 대선만큼 전 세계 위기의 성패가 달린 선거는 아니었을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적인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TO)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WHO의 중국 편향성을 주장하면서 WHO를 탈퇴하겠다는 엄포가 현실화한 것이다. 실제로 WHO를 탈퇴하는 데에 1년이 걸리는 만큼 탈퇴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팬데믹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공조가 절실한 시기에 이런 결정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공중보건과 법 전문가 700여 명은 전 세계 보건과 미국의 국익에 대한 위험한 조처라며 의회가 탈퇴 결정을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승리 시 재가입을 공언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기구 탈퇴와 국제협약 무효화를 계속해왔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역행하게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1월에 파리협약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협약 탈퇴를 선언한 지 2년 5개월 만이었다. 파리협약은 발효(2016년 11월 4일) 이후 3년간 탈퇴가 금지되기 때문에 이 기간이 끝나자마자 유엔에 탈퇴를 통보했고, 통보 이후 탈퇴까지 1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탈퇴는 올해 미국 대선 다음날인 11월 4일에 이뤄지게 된다.

올해 미국 대선의 향방이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협상 대표를 맡았던 토드 스턴 전 미국 기후변화특사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파리협약 탈퇴는) 그저 일시적인 문제로 끝날 수 있다. 나쁜 꿈에서 깨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당선 바로 다음 날, 파리협약과 관련한 것들을 모두 봉인해 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서울신문, 트럼프 재선 성공, 전 세계에 위기 가져올 것기후변화 때문).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는 최근 그린뉴딜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교통, 전기, 건축 등의 분야에서 청정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4년 동안 2조 달러(약 2400조원)를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21조 3400억 달러의 약 10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고 2035년까지 발전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 중단을 목표로 정책을 펼치며 청정 에너지사용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가난한 지역사회가 청정에너지 및 인프라 투자에서 40%의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파리기후변화 협약 재가입과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국제적 공조 강화 등을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면 바이든은 전 세계에 관여하고 동맹을 빠르게 재건하는 시대를 다시 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로 구성된 바이든의 외교정책팀은 그들이 직면해야 할 주요 국제 현안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고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의 그린뉴딜 공약, 그의 공약을 지지하고 선전했던 오카시오-코르테즈 미 민주당 하원의원이 바이든 후보 통합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기후 분야 책임을 맡게 되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거꾸로 가던 파리협약이 제 궤도를 찾을 수 있고 미국과 유럽연합을 필두로 하는 그린뉴딜 정책도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이에 따라 그린뉴딜 정책을 새롭게 재수립하기를 바란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파리협약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1.5℃ 목표, 2016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이자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미국(전 세계 역사적인 배출량의 25%)의 존재는 변함이 없다. 2020년 말 미국 대선 결과와 2021년 신기후체제의 시작, 그리고 이후 10년에 걸친 그린뉴딜 정책에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