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계 단절시키는 미-멕시코 국경장벽
    By tathata
        2006년 10월 02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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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출근길 지하철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보던 무가지에 특이한 기사가 하나 있었다. 허허벌판 좌우를 가로지르는 높은 담장만 있는 사진 기사였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2줄의 설명은 그것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의 모습이며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콘크리트 장벽이 설치된다는 내용이었다. 단순한 사진이었으나 단순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공간의 단절과 삶의 단절

    지난 2006년 5월 17일 미국 상원은 특이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의 전체 길이(3,200km) 중 약 19%에 해당하는 구간(595km)에 밀입국 방지용 3중 담장이 설치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기존 구간에는 112km의 담장이 설치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상원은 바로 얼마 전인 9월 30일 또 다시 전체 길이의 1/3에 해당하는 1,100km 구간에 담을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 이해하기 힘든 담장을 설치하기 위해서 대략적으로 17조원 정도의 비용이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멕시코 국경 (사진=연합뉴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를 이용한 미국으로의 불법이민자는 매년 100만 명에 달하며, 작년의 경우 밀입국 과정의 사망자만도 약 5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법(?)이민자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미국으로의 불법입국이 주는 이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공간의 단절을 초래하는, 높아져 가는 국경의 장벽 속에서 불법 이민자라는 이름의 사회적 약자들의 삶 역시 단절되어 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후에도 나아질 것 없는 멕시코 실업 노동자들의 계속적인 불법이민은, 한국정부의 한-미 FTA 체결 필요성 주장이 고장 난 녹음기 소리처럼 들리게 만든다.

    장벽, 사람만의 문제 아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의 장벽 설치와 관련하여 보도되는 많은 언론기사 중에는 이번 장벽 설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 장벽에서 벤치마킹하였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기사는 국경 장벽이 가져올 생태계 단절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들이다 "(로이터. 2006. 9. 29. U.S.-Mexico Border Fence May Harm Animal Migration)

    주된 내용은 미국 남부와 북부 멕시코 지역에 서식하는 포유동물 및 조류의 이동성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다. 일부 생태종의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에 대한 인위적인 차단이 불러올 위험성은 단지 육상에서의 이동만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미-멕시코 국경은 장벽만이 설치되는 것이 아니며 감시를 위한 조명시설도 같이 설치되며, 이러한 인위적 조명에 익숙치 않은 조류와 생물종의 이동 역시 교란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정책과 제도가 정해질 때 우리는 그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의 깊게 혹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한국 사회도 생각이 없기에 문제가 되며, 혹은 종종 생각만 하기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성차별, 남북 간의 대립, 소제국주의 길을 걷는 파병, FTA 등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전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 없이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종종 잊는 문제는 그러한 결정이 인간을 제외한 존재와 다음 세대에 대한 고려가 전혀 부재하다는 것이다. 미국-멕시코 국경의 장벽 설치 결정에서 우리는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다음 세대, 인접 국가와의 상생에 대한 고려가 부재한 미국의 오만한 모습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의 오만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미국의 오만으로 요즘 유행(?)하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와 관련한 결정들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불편한 진실>-앨 고어가 출연하는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의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과 관련한 여러 기사들을 참조하라. )

    DMZ 철책선이 생각나는 이유

    미-멕시코의 국경 장벽 설치의 문제점이 과연 미국만의 일일까? 그렇지 않다. 남 욕하기 이전에 우리부터 돌아보자. 사실 다른 나라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의 문제는 이미 5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1953년 7월 27일에 성립한 ‘한국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에 의해 휴전선이 결정되었으며, 이에 의해 한반도 정 중앙 위치에 동서로 약 250km의 군사분계선이 설치되었으며, 이를 중심으로 다시 남북으로 양쪽 2km의 지역은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로 설정하여 이를 완충지대로 결정하여 양측의 군사 활동을 중지시키고 있다.

    DMZ로 대표되는 이 공간은 남과 북의 지난 50여년의 대치상황을 보여주듯 오늘도 역시 사람 하나 통과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가 보여주듯 남과 북의 변화가 DMZ라는 공간에 대한 정책을 변화시켰으며, 이를 통해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를 만들고, 다시 이는 남과 북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 한반도 비무장 지대의 고라니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DMZ로 대표되는 공간에 대한 정책 변화에서 자연생태계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DMZ는 남북의 단절뿐만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단절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물이다.

    백두대간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자연생태계는 DMZ에 의해 발걸음을 돌려야 하며, 국토의 자연생태계 조사는 DMZ에서 여전히 미조사지로 되어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육상동물 역시 DMZ에 의해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반도 생태계를 연결하자

    DMZ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정부조차 DMZ 전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못하는 이 비극적 상황이 오히려 DMZ 일원의 생태계를 보전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의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과 같은 차원에서 남북 생태계에 대한 통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제 남북간 사람의 왕래와 공동체의 통합뿐만이 아니라 남북 자연생태계의 통합을 위한 조치와 DMZ 일원의 자연생태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DMZ 및 인근 민통지역, 접경지역 개발이 자연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사전 조사를 통해 과감히 일부 구간의 철책 제거 같은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육상생태계의 자유로운 연결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DMZ와 민통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투기차단을 위한 적극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공간과 삶. 그리고 생태계

    지난 50년간 남북이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의 단절이 가져온 한반도 전체 민중의 삶에 끼치는 문제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한 세대가 더 흘러 해결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남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듯이 이제 남북 자연생태계를 바라보자. 인간의 인위적인 결정에 의한 공간의 단절이 가져온 생태계 단절의 문제를 바라보자. 백두대간 전체를 구역으로 하던 호랑이를 동물원에 처박아 둘 것이 아니라 대간을 노닐게 해야 한다.

    철새가 철책선을 넘어 남북을 왕래하는 것을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DMZ 철책선을 걷어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자. 여전히 남북간의 생태계 단절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미국의 오만과 같이 한반도 전체 자연생태계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북간의 자연생태계 연결이 바로 한반도 전체를 바라보는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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