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등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이주인권단체들 “검찰, 노동자 증거는 배척하고 사업주에게만 면죄부”
    2020년 07월 28일 04: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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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인권단체들이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부실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요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주인권연대, 이주공동행동 등 전국 이주인권단체들은 28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의 어렵게 확보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는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쉽게 배척하면서도 자신의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해명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쉽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수사기관이 수사의 기본조차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주최단체

검찰 수사와 불기소처분이 정당했는지,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등 수사의 적정성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고 일했던 이주노동자 A씨는 한 달 2번 쉬며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해왔으나 연장근무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 A씨의 고용인은 연차수당과 해고예고수당, 퇴직금 모두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2018년 11월부터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에 두 차례 진정을 넣었으나 모두 내사 종결됐다. 이에 올해 3월 10일 의정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그러나 의정부지검은 같은 해 6월 30일 불기소 처분하며 고용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주인권단체들은 매일 2~3시간의 연장노동을 포함해 출퇴근 시간을 달력과 수첩에 기재해뒀던 A씨의 근거 자료는 일부 부정확을 이유로 모두 배척하고, 노동시간 관련 자료를 단 하나도 남기지 않은 사업주의 진술은 수용한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노동청과 검찰이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근거를 중점적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은 노동자 A씨의 진술과 제출한 자료에만 기대어 수사를 진행하면서 피의자인 고용주의 진술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부여하는 반면 A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탄핵시킬 근거만을 중점적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률상 사업주에게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의무가 없더라도 아무런 객관적 기록을 하지 않은 채 연장노동은 없었다는 사업주의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2년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적은 노동자의 기록을 일부 부정확한 기록이 있었다는 이유로 전체를 다 인정하지 않는 식의 수사는 절대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에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고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26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이들의 임금체불 신고액은 천억원에 육박하는 972억원이다. 다만 이 규모도 신고된 임금체불에 한정한 것이라 실제 임금체불 액수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임금체불 문제가 누적돼도 이주노동자들이 해당 사업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행 고용허가제도 때문이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지만 고용센터는 임금체불, 인권침해 사실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그 확인을 떠넘기고 있고, 수사기관은 성의 없는 수사로 사업주에게 면죄부만 주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악덕 고용주의 학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고용허가제의 허점을 이용해 이주노동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악덕 고용주도 있다. 각종 수당 지급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5인 이상 사업장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사업장을 쪼개 4인 이하만 고용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절차 진행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을 위한 제도 개선 ▲고용주의 노동시간 객관 기록 의무 부과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검찰과 노동부, 국회에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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