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직장 내 괴롭힘 방치
홈플러스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 직원들의 ‘가해자 분리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승진 발령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 직원들은 27일 홈플러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는 가해자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요구인 분리조치는 실행하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7월 1일 날짜로 가해자를 승진발령 냈다는 것은 홈플러스가 대놓고 가해자 감싸기를 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월곡지회 조합원 권명춘 씨는 13년째 홈플러스에서 근무 중이다. 13년간 신내점 수산코너에서만 일하다가 지난해 4월 월곡점 발령을 받아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며 매장에서 대신 장을 봐 배송하는 이커머스 업무를 하고 있다. 권 씨는 지난 5월 이커머스 업무를 하는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했다.
권 씨는 “새로 배우는 업무에 대한 두려움, 익숙하지 않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하루에 3만보를 넘기며 걸어다니고 무거운 트롤리를 밀고 뛰어다니는 높은 노동강도는 쉽지 않았지만 업무가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였다”며 “문제는 코칭을 빙자해 진행되는 관리자의 인격모독과 갑질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주문서를 받느냐에 따라, 근무 기간과 업무숙련도에 따라 업무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관리자는 본인이 정해놓은 기준을 넘기면 ‘일 못하는 직원’ ‘퇴근하고 남아서 인격모욕 코칭을 받고 가야 하는 직원’으로 분류했다”며 “다른 부서 직원들도 드나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우리는 늘 죄인처럼 관리자에게 혼나야 했고, 일 못하는 직원으로 낙인찍혔다”고 전했다.
권 씨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자 A씨는 자신이 정한 업무 기준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 벌칙으로 간식을 사게 하거나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 등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또 매월 A씨는 직원들이 원하지도 않는 날짜에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도록 했다.
특히 “다른 점포에서 같은 이커머스 업무를 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벌칙을 운영하는 관리자는 없었다. 다들 휴게시간, 교육시간을 지키면서 근무하고 있었고, 업무 실수를 했다 해서 인격모욕 코칭을 당하거나 퇴근하고 남는 사람들은 없었다. 연차도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13년 동안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런 식의 비인격적이고 모욕적인 대우는 월곡점에 와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A씨의 행위에 대해 홈플러스 내부 감사팀과 고용노동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홈플러스 측은 A씨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리는 데에 그쳤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 여전히 A씨와 같은 부서에서 A씨의 업무 지시를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A씨 측에 서서 탄원서를 써줬던 직원들은 권 씨 등에게 “일도 못하는 것들이 시끄럽게 한다”, “이미 징계 다 받았는데 싫으면 니들이 나가라”, “계속 일하고 싶으면 잘못했다고 납작 엎드려라” 등의 말까지 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분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직원들 간에 편이 갈려 2차 가해성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는 게 권 씨의 주장이다.
권 씨는 “동료직원은 아침에 출근할 때 딸에게 ‘엄마 지옥 간다’라고 이야기하고, 출근을 앞둔 날은 마음이 불안해서 쉽게 잠들지 못한다. 너무 힘이 들어서 저와 동료직원 2명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감정노동자 심리상담까지 받고 있다”며 “노동조합 조합원이라서가 아니라 갑질 피해자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갑질 관리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는 요구 딱 하나”라고 강조해 말했다.
노조는 홈플러스 본사가 A씨 등 관리자들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이날 항의서한에서 “홈플러스 본사는 피해자들의 의견은 배제하고, 피해를 당하지 않고 관리자 탄원서를 써 준 직원들의 의견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회사가 나서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에 대한 탄원서를 써 준 직원들의 의견만을 강조하며 이를 근거로 피해자 가해자 분리 요구를 거부하는 홈플러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월곡점 직원들과 타 점포 이커머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해자에 대한 회사 측의 징계가 합당한지, 가해자와의 분리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과한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압도적으로 많은 직원들이 이번 징계가 괴롭힘에 비해 약하다며 피해자들의 분리요구는 상식적이라는 답변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홈플러스 월곡점 직장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분리요구는 괴롭힘 문제에 있어서 징계 이전에 가정 먼저 진행되어야 하는 조치였다”며 “‘노동부가 분리조치 하라는 명령을 한 적이 없다’는 회사의 주장에, 노동부가 책임 있게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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