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타이트한 유니폼 받은 날의 우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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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29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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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갈 무렵, 연수 수료식에 입고 참석하라며 지급받은 유니폼. 새로운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지만, 손에 받아든 유니폼은 왠지 모르게 찝찝했다. ‘금융회사에 취직을 하긴 했구나’ 싶었다.

집에 와서 유니폼을 입어본 순간 그 찝찝함은 불쾌감으로 바뀌었다. 분명히 유니폼 회사에서 치수를 재고 제작을 했음에도, 코르셋을 입은 것처럼 몸 전체에 타이트하게 들러붙어 보는 이를 민망하게 하고 있었다. 게다가 치마는 왜 그리 짧은지.

연수 수료식에 참석했을 때 나와 같이 짧고 타이트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자동기들을 보고 경악 그 자체였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유니폼이 다시 부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차별, 회사의 무심함과 무력감, 통제의도, 비정규직, 직원들의 분노 혹은 환영, 내 일이 아니라는 동료들의 무관심 등등.

 금융회사 유니폼은 순종, 다소곳한 몸가짐 강제

   
▲ 1970년대 모항공사의 미니스커트 유니폼

금융회사들이 여직원에게만 유니폼을 입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은 대부분 서비스 업무, 대고객업무를 담당 한다 – 대고객 업무와 상관없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사에서 입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유니폼은 그 옷을 입는 여성과 담당하는 업무를 일정한 방향으로 통제한다.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이 담당하는 업무들은 순종성과 헌신, 세심함, 상냥한 표정, 다소곳한 몸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지게 된다.

서비스나 대고객업무를 하는 여성들의 유니폼은 여성성과 여성다움을 표현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성 된다. 따라서 효율성이나 기능성과는 거리가 먼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위주로 디자인 된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한 노릇이지만, 금융회사 유니폼은 일하는 사람과는 무관한 옷이기 때문에 고려되지 않는다.

하위직급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유니폼 착용

유니폼은 주로 직급이 낮은 여성들이 착용한다. 유니폼에 위계가 투영되면서 유니폼을 입는 사람의 일은 숙련이 필요치 않은 단순하거나 가치가 낮은 일이라고 여겨진다.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는 사람 또한 가치가 낮은 일을 하는, 하위직급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입을 수밖에 없다.

생산직 노동자들의 유니폼이나, 경찰의 제복 등은 직무를 수행하는데 기능성을 제고한 착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흔히 유니폼 착용의 예로 드는 항공사의 경우 남녀 모두 유니폼을 착용한다. 이들이 유니폼을 착용하는 주목적은 폐쇄적 공간인 기내에서 승객과 직원을 구별하기 위함이고, 남녀가 동등하게 착용함으로써 대외적인 회사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항공사 유니폼의 경우 여승무원의 짧고 폭 좁은 치마는 일하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직무와 관련된 기능이 매우 떨어질 것이다.

일에 맞는 옷 차림은 개인의 선택, 에티켓 문제

업무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자신이 의도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옷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동안 유니폼에 대한 의논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주로 이루어져왔던데 비해, 본지에서 개최한 좌담회는 유니폼에 대한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함께 공감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유니폼에 대한 분분한 찬반의견, 관련된 에피소드 그리고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와 문제점들에 관해 포괄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좌담회가 끝나갈 무렵,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느끼고 있었다. 유니폼은 단순한 ‘옷’이 아닌 여성을 통제하는 그들의 ‘무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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