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정원 10년간 4천명 증원
    사립의대 확대, 의과학자 양성 등 우려
    대한의협은 "반대"···노조·시민사회 등 “긍정적”
        2020년 07월 24일 0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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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리고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확대된 의대정원 중 3000명은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종사하는 지역의사로 선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 가운데, 의사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로 나온 대책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지역·공공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의료인력 확충방안”이라며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지역별, 전문과목별, 분야별 의료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방의 의료 인력 공백을 해소하고 지역별 의료격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10년간 늘어나는 의대 정원 4000명 중 3000명은 지역의사제로 운영한다. 졸업 후 10년간 지역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고, 복무 후에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남은 1000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 등의 특수 전문분야, 500명은 의과학자 분야로 배정한다”고 했다.

    방송화면 캡처

    보건의료·시민사회계는 보건의료인력 확대 추진 자체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필수보건의료인력 확충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됐고 특히 의사인력 부족이 불법의료 등 심각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만큼 ‘의과대학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설립 추진 방안’은 부족한 의사 확충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의사제’를 수용해 교육을 할 교육기관을 국공립의대 및 공공보건의료대학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의대 정원 확대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춘 이번 방안이 지방 사립대의 의대정원 확대로만 이어져 지역 필수 공공보건의료인력의 확대에 도움을 주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공공의대와 연계되어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 강화,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코로나19 사태로 여실히 드러난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추진방안이 제시한 증원 규모로는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 여전히 부족하고, 추진방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의과학자 증원’이 포함된 점,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면서 공공의료기관 의무복무 규정을 누락한 점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이오메디컬 분야 산업에 종사할 의과학자 500명을 양성하는 계획이 포함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참여연대는 “그간 바이오헬스 산업계는 임상시험 등 인체실험을 수월하게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의과학자 양성을 요구해온 바 있다. 산업계가 의사가 필요하면 기존 의대 교육을 통해 양성된 의사들을 섭외하면 될 일”이라며 “특정 산업종사를 목적으로 규정된 의사양성계획을 수립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아무 곳도 없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드러난 공공의료와 지역의료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의과학자 양성 계획은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도 “지역 필수의료인력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한참 벗어난다. 이러한 의과학자 양성을 특정 의학전문대학원에 우선 배정되어 있어, 이들 의전원과 연계된 바이오헬스 산업계의 로비의 연관성조차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의협에서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성종호 이사는 “정부나 증원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OECD 평균 중에서 국민 1000명당 의사 수가 적다고 하는데 여기엔 의사의 근무 시간 등 노력과 생산성, 질적 수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지표다. 또 우리나라는 매년 인구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의사 1명이 감당해야 할 국민의 숫자 자체가 적어지고 있다”며 “객관적인 통계라고 주장하지만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만들어낸 통계”라고 주장했다.

    의료취약지에 의사를 배정하는 지역의사제에 대해선 “대한민국이 가난할 때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그 지역에서만 근무하게끔 하는 한지 의사가 있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때 보조하던 사람이 의사면허를 받아서 ‘너는 그 지역에서만 의사를 해라’ 이런 게 있었다”며 “지역의사 제도는 저한지 의사, 보통 2류 의사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날 같은 매체에 출연해 “공공의료 부분이라든가 아니면 필수 의료 부분에 대한 인력 부족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앞으로 또 개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맞춰서 이 정도 수준의 증원은 해야 된다”며, 의사 증원과 지역의사제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냥 증원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증원하느냐가 중요하다. 방법론적에서 봤을 때 이번에 나온 방법론들이 많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한국 의료 공급이 대개 민간 공급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미국 같은 경우에도 공공에서 공급하는 게 한 25~27% 정도는 되는데 한국은 10% 수준밖에 안 된다”며 “공공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가정 하에서 봤을 때 공공의료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계획에서는 숫자가 아니라 필수 의료나 공공의료에 배치할 수 있는 세팅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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