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근로조건' 심화시키는 동포유입 정책
    By tathata
        2006년 09월 28일 04: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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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재외동포의 국내 취업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본격 심의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가 국내 및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재고돼야 한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5월에 중국과 옛 소련 동포들의 국내 취업절차를 완화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사용자가 ‘동포 고용가능 확인서’만 발급받으면 외국국적 동포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동포노동자 취업,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또 동포 노동자는 방문취업 비자로 입국하여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알선을 받고 취업허가 인정서만 받으면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특히 건설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동포노동자는 취업허가 인정서 없이도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하며 취업을 할 수 있다.

       
      ▲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중단 촉구집회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은 사용자가 동포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노동부가 알선한 개별 동포 노동자에 대해 고용허가를 받아야만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동포 노동자는 방문취업비자로 입국한 후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이번 개정안은 동포노동자를 사용함에 있어서 현행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기본골격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20여만명을 포함하여 35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 가운데 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가 13만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130만명의 10%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건설현장, 나쁜 근로조건 더 나쁘게 한다

    노동계는 건설현장에서의 동포노동자 대거 유입은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들에게도 고스란히 떠안게 하는 것은 물론 국내 노동자의 임금하락과 일자리 수 감소로 이어지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약 20%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용자는 값싼 임금을 이유로 동포노동자들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또 GS건설이 여수건설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중국동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려한 내부문건에서도 나타나듯이, 노조의 파업에 대비한 ‘자구책’으로도 활동되고 있는 실정이다. (<레디앙> 3월 28일자 ‘중국동포가 파업 방패막이인가’ 기사 참조)

    실제 경북건설노조의 한 노동자는 “노조가 파업을 하니깐 팀장이 ‘너희들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더 싸게 일할 사람은 널렸다’고 말했다”며 “중국동포 노동자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동안 건설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사항으로 ‘내국인 우선 채용’을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4대보험의 미적용, 산업안전시설의 미비,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서 동포노동자들이 몰려올 경우 나쁜 근로조건이 현재보다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명선 건설연맹 정책부장은 “건설현장의 팀장(일명 ‘오야지’)들은 4대보험의 가입을 회피화고, 각종 건설현장의 법규정을 교묘하게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포 노동자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4대보험 적용 · 저임금 개선 후 동포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따라서 동포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취업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재의 열악한 건설현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건설연맹은 외국인 노동자의 4대보험 적용, 산업안전교육 강화 등을 마련한 후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 자격을 ‘팀장’이 아닌 ‘건설업체’에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외국인노동단체 또한 건설연맹의 주장에 적극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우삼열 외국인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동포 노동자들의 취업절차를 간소화하는 이번 정부의 정책은 환영한다”면서도 “작업장 환경 개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대한 명시없이 동포 노동자를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로 인식하고 들여오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출한 이번 개정안은 일제 강점기 당시 중국과 소련 등지로 강제이주 당한 동포들에게 국내 입국은 물론 취업 기회를 완화하여 장기적으로는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내 건설노동자의 근로조건 악화와 임금 하락, 그리고 노조 활동의 저해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통과된다면 부작용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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