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수도 이전 이슈 부각
    국정철학 vs 국민전환용
    "2004년부터의 민주당 국정철학", "집권 3년 일언반구 없다가 왜?"
        2020년 07월 23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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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 완성’을 제안하며 당내 TF까지 구성한 가운데, 야권에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덮으려는 국면전환용이라거나 대선용 전략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의 열망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 2020년은 행정수도 완성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며 행정수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판결은 영구불변한 진리가 아니다”라며, 행정수도법 재·개정을 통해 위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헌재 판결문은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 예시를 들었다. 국민투표와 개헌이다. 국민적 합의를 확인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도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행정수도 관련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방법”이라며 “여야 합의를 통해 국민적 동의를 도출하면 관습헌법을 앞세운 2004년 위헌판결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새로 만든 행정수도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제기된다면 다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으면 된다. 시대변화에 따라 헌재의 판결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어떤 경우든 여야의 합의가 필수조건이다. 시급한 것은 미래통합당과 야당이 제가 제안한 국회 행정수도완성특위 구성에 참여해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4선의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한 행정수도완성 추진 TF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도 밝혔다.

    김태년 “행정수도 완성은 2004년부터 민주당의 국정철학이자 저의 소신”

    김 원내대표는 야당들의 비판을 겨냥해서도 “항간에서 행정수도 완성 제안을 부동산 국면 전환용으로 폄훼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저는 정치를 그렇게 얄팍하게 하지 않는다”며 “행정수도 완성은 2004년부터 일관된 우리 민주당의 국정철학이자 저의 소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행정수도의 전면적 이전을 목표로 여야 간 대화하고 당내에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며 “제가 대표가 된다면 임기 내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최상의 목표”라고 말했다. 당대표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 또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더 심각해졌다. 해법은 행정수도”라며 “행정수도 완성은 노무현의 꿈이다. 당 대표가 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오래 전부터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든지 분권화에 대한 얘기를 계속 해왔다. 급작스럽게 또는 국면전환용으로 갑자기 나온 것이거나 면피용으로 보는 건 맞지 않다”며 야당의 비판을 반박했다.

    주호영 “헌재에 여당 편 많으니 위헌 안 내릴 것, 이런 생각 대단히 위험”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관련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앞 다퉈 찬성하고 있으나, 당 지도부는 위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세종시를 발전시키자는 데엔 동의하지만 청와대와 국회까지 가는 행정수도 이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 있는 외국 공관까지 이전해야 하는데 큰 문제라 더 신중하게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위헌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여야 합의를) 할 순 없다”고 밝혔다.

    행정수도법을 제·개정해 추진하자는 여당의 제안에 대해선 “법 개정으로 위헌성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위헌적 문제가 선결적으로 해결돼야 가능한 것이지 행정수도법을 만들고 누군가 위헌신청하면 헌법재판소에 여당 편이 많으니까 위헌 판결은 안 내릴 것이다, 이런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향후 대선용, 부동산 정책 실패 면피용으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언급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16년 전에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선거에 재미 좀 봤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선거 재미를 보려고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집값을 잡지 못한 무능도 있으니 이슈를 행정수도를 옮기면 마치 (부동산 시장 문제가) 해결될 듯이 임시변통적으로 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왜 하필 지금인가, 부동산 실패 덮으려는 의도 너무 뻔해”
    심상정 “개헌 또는 그에 준하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정의당과 국민의당에서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만 진짜 악마는 타이밍에 있다”며 “행정수도 완성은 필요하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라고 반문했다.

    안 대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슈로 덮으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며 “국가 행정체계의 효율성과 지방 균형 발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국가의 백년대계를,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물타기 하는 데 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요한 국가 사안에 대해 매번 뒤에 숨어서 간보지 말고 당당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난 헌법재판소의 판결대로라면 헌법 개정 사항이며, 그 이전에 광범하게 국민 여론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왜 청와대 명령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수하들에게만 시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세종시로 청와대와 국회를 이전하는 것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그리고 집권 3년 동안 일언반구도 없다가 왜 갑자기 이 시점에 이를 거론하는 것인지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행정수도 완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헌 또는 그에 준하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 진정성을 가지려면 헌법 개정을 포함해서 어떤 절차를 통해서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행정수도 로드맵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지 부동산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또는 선거용 카드로 ‘행정수도 완성론’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정부와 여당이 국토균형발전의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막연하게 운을 띄워, 공연히 투기 심리만 자극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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